[유수경의 무비시크릿] 배우들 향한 정우성의 '일침'
"너희 영화만 홍보하지 말고 한 명의 관객으로서 행동을 해라."
배우 정우성이 최근 성시경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했던 말이다. 영화계와 방송가가 얼어붙어 곡소리가 나는 요즘, 참으로 맞는 말을 했지 싶다. 데뷔 30년 차 정우성의 한국 영화를 향한 애정과 응원이 강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많은 배우들과 인터뷰를 할 때 "최근 본 작품이 무엇이냐" 물으면 쉬이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쁜 스케줄 탓에 극장에 갈 여건이 되지 않아 집에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콘텐츠를 즐겨본다고들 한다. 그런데 관객들을 향해선 영화관에 와달라고 외친다.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성시경은 '서울의 봄'을 극찬하며 "돈이 안 아까울 정도의 화려한 캐스팅과 연기"라고 말했다. 정우성은 감사를 표한 뒤, "'한국 영화 어렵습니다. 극장 찾아주세요' 그 구호가 무색하고 염치없다. 나는 일을 할 때도 오전에 시간이 잠깐 비고 오후 촬영이면 요새 개봉하는 한국 영화를 극장 가서 본다"며 "예전엔 예매하고 가야 했는데 어느 순간 현매(현장 구매)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극장 로비에 관객들이 티켓 끊고 10~20분 기다리라고 소파들 놓지 않나. 얼마 전에 '소년들'을 보러 갔는데 소파가 다 없어졌더라. 극장이 지금 어려운 거다. 소파에 사람들이 앉고 청소해야 하니까 인력이 필요하지 않나. 인력 감축을 위해 소파를 없앤 거다. 보고 바로 알았다. 내가 모든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배우니까 그걸 알지"라고 덧붙였다.
정우성은 "이걸 느끼는 배우들이 몇 명이나 있지? 너희 극장 개봉하는 영화만 '극장 와주세요' 하지. 너희가 한국 영화 개봉하면 극장 가서 봐라. 작은 영화나 저예산 영화 다 무조건 가서 봐야지. 한 명의 관객으로서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일침은 '서울의 봄'이 5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공허한 외침으로 묻히지 않게 됐다. 무서운 흥행 속도를 자랑하는 '서울의 봄'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민감한 정치적 사건을 소재로 했지만 김성수 감독의 영리한 연출과 배우들의 앙상블이 어우러져 극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주변의 많은 배우들도 '서울의 봄' 관람 소감을 전해왔다.
얼어붙은 극장가도 조금씩 녹는 분위기다. 지난 6일 서울 강남의 한 극장에는 평일임에도 꽤나 많은 관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서울의 봄' 덕분에 '3일의 휴가'를 얻었다"는 관객도 있었다. '서울의 봄'을 보려고 간 극장에서 상영작들을 살피다 이 작품을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개봉한 '3일의 휴가'는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김해숙)와 엄마의 시골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의 이야기를 다룬 힐링 판타지 영화다.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지난 2002년 개봉한 영화 '헤드윅'도 같은 날 재개봉했다. 존 카메론 미첼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완벽한 성전환에 실패한 트랜스젠더 로커 헤드윅의 인생을 그렸다. 재개봉작이지만 제법 많은 관객들이 상영관을 채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두 작품 모두 누적 관객 수 4만 명 대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서울의 봄'만큼 흥행 조짐을 보이는 상영작들은 현재 없다. 그러나 단순히 숫자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작품을 통해 얻어가는 것이 있다면 존재 가치는 분명해진다.
'흥행의 맛'을 만끽하고 있는 정우성 역시 출연작들이 모두 흥행했던 것은 아니다. 연출작 '보호자'도 결과적으로 쓴맛을 봤다. 하지만 그는 '서울의 봄' 개봉을 앞두고 '소년들'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고 보통의 관객으로서 영화를 응원했다.
정우성의 한국 영화 사랑은 '카메오 출연'에서도 느껴진다. '웅남이' '달짝지근해' '거미집' 등 다양한 작품에 등장한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영화제에서 카메오상을 받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정우성은 "(상 받을) 자격이 된다고 생각한다. 같이 작업을 했던 분들의 부탁이니까 했는데, 나도 왜 이렇게 많이 했나 싶더라. 카메오가 독이 될 수 있는 출연이기도 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의 톤앤매너를 해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다.
물론 관객들에게 '영화 편식'을 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티켓 값이 아깝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낼 의무가 있다. 그러나 최소한 영화를 사랑하는 배우라면 본인의 출연작만 홍보할 것이 아니라 규모가 작은 영화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손석구·김고은·고규필·김준한 등이 독립영화 '빅슬립'을 응원하기 위해 극장에 모였을 때도 비슷한 감동을 느꼈던 바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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