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1시간 넘으면 ‘우울증 위험’ 증가

이동욱 연구팀, 2만여명 분석
행위 자체로 스트레스 불러

출퇴근 시간이 길수록 우울증 유발 가능성도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른바 ‘시간 빈곤’이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동욱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논문을 국제학술지 ‘교통건강저널’에 게재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진은 제5차 근로환경조사에 응한 20~59세 노동자 2만3415명의 자료를 분석해 통근 시간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성별과 연령, 교육 수준, 소득 등 다양한 변수와 함께 분석했다.

연구 결과, 하루에 출퇴근 시간으로 60분 이상을 소요하는 사람은 통근 시간이 30분 미만인 사람보다 우울증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1.16배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출근과 퇴근이라는 행위가 그 자체로 심리적·육체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시간적 여유를 앗아감으로써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간적 여유가 줄어들수록 수면 시간이나 운동·취미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육체적 건강을 회복하는 데 투자할 시간이 부족해지는 쪽으로 영향을 받는 셈이다.

출퇴근 시간과 우울증 증상의 연관성은 성별에 따라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남성은 미혼, 자녀가 없는 경우, 장시간 노동을 할 때에 특히 이런 연관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여성은 다자녀(2명 이상)인 경우, 교대근무를 할 때에 장시간 통근과 우울증 증상 간의 관계가 더 잘 관찰됐다. 연구진은 한국에서 주로 여성이 가정의 주 양육자 역할을 맡은 경우가 많아 출퇴근 시간이 길수록 건강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