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 첫 재판서 ‘외압’ 강조…“수사 결과 왜곡 명령이 사건 본질”

유새슬 기자 2023. 12. 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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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7일 서울 용산구 중앙군사법원에서 열린 항명·상관 명예훼손 혐의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지휘한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7일 자신의 항명·상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진행된 첫 공판에 출석해 “수사 결과를 축소, 왜곡하라는 불법적인 명령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령은 이날 서울 용산구 중앙군사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스무 살 해병이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너무나 어이없게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났음에도 아직 경찰은 혐의자 입건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방청석에는 해병대 전우회 회원들, 군 사망사고 희생자 유족들이 박 대령을 응원하기 위해 앉아 있었다.

박 대령은 “군검찰은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면서 제가 단순히 이첩 보류 명령을 위반했다고 기소했다”면서 “이첩 보류만 지시했다면 왜 굳이 사령관과 제가 2박3일간 고민을 했겠나”라고 말했다. 이첩 자료에서 임성근 당시 해병대 제1사단장의 혐의 기록을 빼라는 것이 국방부의 지시였고 이첩 시기는 부차적인 문제였다는 취지다.

박 대령은 “항명(혐의)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국방부 장관 보고 시 (이종섭 당시 장관이)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나’라는 당연한 질문을 한 것을 안 했다고 주장하면서 (제게) 상관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했다”며 “그러나 정작 군검찰은 장관에 대한 피해자 진술서조차 받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령은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것을 계기로 국방부의 외압이 시작됐다고 재차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월31일 오전 11시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는 격노하며 이 장관을 연결하라고 했고, 이 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질책했다는 이야기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박 대령은 “이후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다섯 차례 통화하면서 ‘죄명과 혐의자, 혐의 내용을 빼라’, ‘수사 말고 조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라’ 등의 외압을 받았다”고 했다.

박 대령은 “이번 재판은 한평생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 군인의 명예뿐 아니라 사법체계의 신뢰가 달린 중차대한 재판임을 고려하셔서 부디 사안의 본질을 살펴주시길 간곡히 청한다”고 말한 뒤 착석했다.

박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사건 개입 여부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전혀 안 이뤄졌다. 심지어 (국방부 검찰단은) 안보실 관계자의 진술서마저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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