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에 면죄부 준 법…“중대재해법 필요성 방증”
유죄 받은 임직원 10명, 벌금·집유로 가벼운 형…실형은 전무
노동계 일제히 “사업주 처벌 않으면 누가 법 지키겠나” 비판
대법원이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씨(당시 24세) 산재 사망 사건 재판에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법인과 김병숙 전 대표에 대한 무죄를 7일 확정했다. 노동계는 법원이 ‘위험의 외주화’로 중대재해를 일으킨 원청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낸 성명에서 “자식의 죽음을 가슴에 묻고 지난 5년간 소송을 이어간 유족의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저버렸고, 제2, 제3의 김용균이 없기를 갈망한 노동자 시민의 염원을 끝내 외면했다”며 “위험의 외주화라는 갑질이 산업현장에 만연하는 불평등 산업구조를 조장하는 판결”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자의 죽음을 노동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 이번 판결은 김씨를 죽어서도 눈감지 못하게 한 잔인한 판결이며, 한국노총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법원이 ‘김씨와 원청은 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과 중대재해법이 김씨 사고 이후 시행돼 소급적용할 수 없더라도, 김씨가 일한 공정이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관리·감독을 받은 만큼 김씨와 원청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김씨의 사망은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가 낳은 결과”라며 “원청의 고용관계를 형식적이고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판결로, 개정 산안법과 중대재해법 적용 전과 후에 따라 유죄와 무죄를 가른 기계적 판결”이라고 했다.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발전소 사업장의 시설과 설비가 원청 소유이기 때문에 하청업체의 의지만으로는 개선이 불가능한데, 원청사가 무죄라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인가”라며 “하청과 원청 구분 없이 사업주는 사업장 안전예방의무를 다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강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고용관계가 아니라서 몰랐다고 발뺌하는 사업주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누가 법을 지키려 하겠는가”라고 했다.
노동계는 원청의 안전보건 관련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는 중대재해법이 제대로 집행돼야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젊은 노동자가 밤에 혼자 일하다 사고가 나서 목숨을 잃었음에도 결국 원청의 책임은 없다는 이번 판결은 왜 중대재해법이 필요한가를 방증하는 것”이라며 “김씨와 같은 죽음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법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산안법 처벌의 한계와 중대재해법 제정의 정당성과 엄정한 법 집행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며 “50인(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연장을 앞세워 법 무력화를 강행하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울 것이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법 적용 유예 연장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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