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관광객 위한 자작나무숲?…수십년 된 천연림 베어낸 산림청

함민정 기자 입력 2023. 12. 7. 21:11 수정 2023. 12. 7. 22: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강원도 인제에서 7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소나무 등 보존 가치가 높은 나무들이 무더기로 잘려 나갔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산림청이 한 일입니다. 관광객을 받을 자작나무 숲을 새로 만들겠다며 멀쩡한 숲을 없애버린 겁니다.

밀착카메라 함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자작나무 숲입니다. 원래 이곳은 소나무 숲이었는데요, 솔잎혹파리 피해로 인해 대규모 벌채가 이뤄졌고, 그 자리에 자작나무 69만 그루가 심어졌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곳을 '자연생태 관광지'로 소개합니다.

지난 5일까지 올해에만 23만명이 찾았습니다.

만들어진 지는 30년이 넘었습니다.

자작나무 평균 수명이 50년 정도여서 산림청은 다른 곳에 숲을 더 만들기로 했습니다.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근처의 숲에서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운 자작나무들을 심었습니다.

자작나무숲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숲입니다. 이곳에는 소나무와 참나무 등 여러 천연림들이 많은 곳인데요. 더 들어와 보니까 이렇게 벌목한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 나옵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자작나무 숲은 4만9천㎡ 두 곳으로 축구장 14개 넓이입니다.

[이광열/주민 : 참 건강한 나무들이었습니다. 참나무들도 많고 또 이 소나무도 있고 송이나 능이 같은 버섯들도 나는 (산이었죠.)]

이곳에 심어놓은 자작나무들 사이로 들어와 보니까 이렇게 잘려 나간 채 밑동만 남아 있는 나무가 있습니다. 지름이 한 50~60cm의 물박달나무인데요.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수령은 한 50년에서 70년 정도 되어 보인다고 합니다.

살 곳을 잃은 야생동물이 농가에 내려오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산림청은 나이가 많거나 잘 자라지 못해 목재로서 가치가 떨어지는 나무를 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르다고 입을 모읍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상근전문위원 : 신갈(나무)·물박달(나무)·소나무가 이렇게 어우러져 있는 이런 숲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숲이기 때문에 보존가치가 높은…]

한 종류의 나무만을 심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 기후 위기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생물 다양성 부분이기도 한데요. 단순히 경관과 관광을 위해서 한 종을 식재(나무를 심어 재배함)한다는 것은 숲의 생태적 기능을 완전히 무시하고…]

주민들도 안타깝긴 마찬가지입니다.

[이광열/주민 : 이 자리에 있던 참나무, 소나무 숲은 가만히 놔두면 수백·수천 년을 갈 수 있는 그런 건강한 숲이에요.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따져보면 빛 좋은 개살구라고…]

관광객들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에 원래 살고 있던 수십년 된 나무들이 잘려 나갔습니다.

멀쩡했던 산을 깎아 자작나무를 심는다면, 그걸 자연생태숲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작가 유승민/ VJ 김진형 / 취재지원 박찬영]

Copyright©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