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反유대 청문회'서 말 돌린 명문대 총장들에 교내외 포화(종합)
각계서 사퇴 요구 쏟아지자 일부 대학 "폭력조장 용납 안해" 해명
(뉴욕·서울=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유한주 기자 = 미국 명문대학 펜실베이니아대(유펜),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총장들이 반(反)유대주의 관련 청문회에서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내외 비판에 휩싸였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CNN 방송은 엘리자베스 매길 유펜 총장,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 샐리 콘블루스 MIT 총장이 교내 구성원과 고액 기부자는 물론 정치권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 총장을 향한 사퇴 요구 등 비판은 전날 이들이 연방 하원 교육 노동위원회의 반유대주의 관련 청문회에서 보인 행동 때문에 촉발됐다.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일부 학생들의 과격한 주장이 대학의 윤리 규범 위반이 아니냐는 공화당 엘리즈 스테파닉 의원의 질문에 이들 총장이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는 것이다.
당시 스테파닉 의원은 "윤리 규범 위반인지 아닌지 '예·아니오'로 답해달라"고 거듭 압박했으나 매길 총장은 "그런 위협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면 괴롭힘이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유대인 제노사이드(genocide·소수집단 말살)를 부추기는 게 유펜 행동 강령에 위배되는지 묻는 말에도 매길 총장은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응답했다.
CNN은 이날 매길 총장뿐 아니라 게이 총장, 콘블루스 총장도 유대인 제노사이드를 요구하는 발언이 대학 강령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전했다.
게이 총장의 경우 같은 질문에 "개인적으로 끔찍한 발언"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하버드대는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해 역시 반발을 샀다.
미국 각계에서는 이들 총장을 겨냥한 비판이 쏟아졌다.
유펜 경영대학원 와튼스쿨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마크 로완 아폴로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대학 이사회에 "더 이상 학교의 명예를 손상할 수 없다"며 매길 총장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매길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에는 이날 현재 1천500명이 서명했다.
유펜이 위치한 펜실베이니아주의 조시 샤피로 주지사는 이날 "유대인뿐 아니라 어떤 인종에 대한 학살도 허용해선 안 된다"며 매길 총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샤피로 주지사는 매길 총장 진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펜 이사회 소집 필요성도 거론했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표결권은 없으나 유펜 이사회 일원이다.
헤지펀드계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세 총장 모두 "불명예스럽게 사임해야 한다"면서 "청문회 내내 세 사람은 적대적인 증인처럼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회사 CEO가 비슷한 대답을 했다면 그는 1시간도 안 돼 끝장났을 것"이라며 "당시 답변은 총장들의 심각한 도덕적 파산 상태를 드러낸다"고 우려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도 이날 "부끄럽다"면서 "미국 학계 역사상 가장 비열한 순간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청문회 하루 뒤인 6일 CNN에 "그것은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우리는 제노사이드 요구라는 사악한 일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장-피에르 대변인은 당시 세 총장이 명확히 답하지 않은 이유를 자신이 대신 설명할 수는 없다면서 이들 총장이 사임해야 한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논란이 커지자 총장들은 해명에 나섰다.
게이 총장은 이날 "유대인을 비롯해 어떤 종교·인종에 대해서도 폭력이나 학살 등을 부추기는 행위는 하버드대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교내에서 유대인 학생을 위협하는 자들은 반드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매길 총장도 같은 날 소셜미디어(SNS) 엑스에 게시한 영상에서 "유대인 제노사이드를 부추기는 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폭력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는 점에 미처 집중하지 못했다"면서 "그것은 악이다. 분명하고 간단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대인 제노사이드를 요구하는 건 괴롭힘이나 협박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MIT는 아직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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