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간다] 보행금지 위령비, 숲속 위령탑‥'애물단지' 전락하는 참사 추모공간
[뉴스데스크]
◀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구나연 기자입니다.
내년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맞춰 추모공원이 들어서기로 한 경기도 안산의 화랑유원지입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의 기피와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채 이렇게 공터로 남아 있는데요.
또 일어나선 안 될 참사,
이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이 홀대를 받는 건 이곳만이 아닙니다.
'애물단지' 취급받는 추모공간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1995년 6월, 1천 4백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당시 24살 여동생을 잃은 정군자 씨와 희생자 위령탑을 찾았습니다.
위령탑은 사고현장이 아니라 차로 20분 거리, 양재 시민의 숲에 있습니다.
삼풍백화점 참사 위령탑은 이렇게 양재 시민의숲 가장 안쪽 깊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참사 현장에서 6킬로미터 떨어진 곳입니다.
통 관리가 안돼 가끔 들르는 유족들이 시든 꽃과 낙엽을 정리합니다.
유족들은 백화점이 무너진 자리에 추모공원을 조성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비싼 땅값과 주민 반대에 막혔습니다.
[정군자 / 삼풍백화점 참사 유족] "아파트가 그렇게 빼곡히 들어선 데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저희들 때문에 그렇게 했겠죠. 거기다 하다못해 조그만 비라도 하나 가져다가 설치하거나, 해달라 할까봐."
1994년, 4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참사,
위령비가 세워졌는데 접근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강변북로 한복판에 위치한 성수대교 참사 위령비 주차장인데요, 여기까지는 도보로 올 수 없습니다. 건너편이 위령비인데 이렇게 보행금지 표지판까지 붙어 있습니다.
차를 막아 세우고 길을 건너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위령비.
주변에 낙엽이 나뒹굴고, 언제 피웠는지 모를 향이 먼지처럼 쌓여 있습니다.
해외는 다릅니다.
미국 뉴욕 중심에 거대하게 자리한 9.11 테러 추모공원과 박물관.
미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이지만, 참사 현장은 이제 시민과 관광객들도 일상적으로 찾는 기억과 추모의 공간이 됐습니다.
[임명호 교수 / 단국대 심리학과] "선진국에서는 이런 추모 공간이라고 하는 곳을 남은 가족들이나 많은 시민이 기억할 수 있는 치유를 위한 장소로 제공하는가 하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내년 완공 예정이었던 생명안전공원도 그런 곳이 되기를 유족들은 바랐습니다.
[정부자 / 세월호 유족] "접근성 좋고 아이들이 살았던 동네가 보이는 이 곳에..많은 시민들이 좀 와서 (추모공간을) 봤으면.."
하지만 공원은 첫 삽도 못떴습니다.
기획재정부가 그 사이 오른 물가 때문에 사업비가 늘어난 만큼 적정성 자체를 다시 검토하겠다며 제동을 건 겁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 조성도 지지 부진합니다.
1주기를 맞아 임시로 추모 장소가 마련됐을 뿐,
참사 특별법 처리가 국회에서 멈춰서면서 추모 공간 논의도 함께 멈췄습니다.
여론의 관심이 식으면서 추모대신 기피와 냉대만 남는 건 아닌지 유족들은 걱정하고 있습니다.
바로간다, 구나연입니다.
영상취재: 장영근 임지수 /영상편집: 이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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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장영근 임지수 /영상편집: 이혜지
구나연 기자(kun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51008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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