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인왕제색도 소유권

전통문화 전공 학생이 유튜브 영상에서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의 야외 정원에 놓인 ‘서수상’(瑞獸像, 상상 속 상서로운 동물상) 한 쌍을 살폈다. 원래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 월대(月臺, 임금이 의례·행사차 다니는 통로)의 맨 끝에 있었는데, 1920년경 사라진 석조각인 것 같았다. 지난 3월 국민신문고로 제보하자, 문화재청이 현장을 방문했다. 유물의 진가를 알지 못했던 미술관도 깜짝 놀랐다. 이 소식을 들은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 유족은 유물을 국가에 기증했다. 복원 전 발굴된 소맷돌 받침석과 이음새가 딱 맞아떨어졌다. 월대 복원의 화룡점정이 된 조선 왕실 소유의 석조물은 그렇게 100년 만에 국가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이 모아 호암·리움미술관에 소장됐던 유물은 국내 사립박물관 중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2021년 이건희 회장 유족은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을 포함한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에 기증했다. 하지만 삼성 측이 ‘반환’한 경기 가평 현등사 사리구나 서수상의 예처럼 어떻게 수집됐는지조차 알 수 없는 유물도 있었고, 이 때문에 소유자 논란을 빚은 것도 있었다.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도 관심을 끌 만한 ‘국보급’ 판결이 나왔다. 겸재 정선의 걸작품인 국보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에 대해 서예가 소전 손재형의 장손이 소유권 확인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각하했다. 소전이 1970년대 인왕제색도를 담보로 이병철 회장에게서 돈을 빌렸다고 장손이 주장했는데, 법원이 소유권 확인 소송이 아니라 인도 청구소송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국보 역시 삼성가의 기증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 인왕제색도는 비가 내린 후 개기 시작하는 인왕산 모습을 그린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표작이다. 2021년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기증’ 특별전, 올해 국립대구박물관 특별전에 모습을 드러내 관람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일제강점과 한국전쟁 등을 겪으며 문화재는 기구한 운명에 처했다. 환지본처(還至本處)라는 말처럼, 문화재는 본디 그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럼 국보인 인왕제색도의 제자리는 어디일까. 온전히 시민의 소유가 됐다. 이제 모두가 박물관에서 겸재의 최고 작품을 맘껏 향유할 권리를 누리게 됐다.
윤호우 논설위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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