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환수한 800년 전 고려 나전칠기···일반에 첫 공개
자개 4만5천개 정교한 장식, 오색영롱 빛 돋보여···현존 20여점 불과

국내외적으로 20여점만이 전해지고 있는 고려시대의 나전칠기 공예품이자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나전당초문상자)가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됐다.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일본 개인소장가로부터 구입해 지난 9월 언론에 처음 공개해 학계는 물론 대중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은 문화유산이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일본에서 국내로 환수해 언론에만 한 차례 공개했던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는 ‘세밀가귀(細密可貴)의 방-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螺鈿唐草文箱子)’ 특별전을 7일 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했다”며 “전시는 내년 1월7일까지 이어진다”고 이날 밝혔다.
800여년 전 만들어진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18.5×33.0×19.4㎝ 크기다. 오색영롱한 빛이 돋보이는 전복이나 소라껍데기 등을 섬세하게 가공한 자개(나전)로 상자 전체를 장식하고 옻칠로 마무리한 전형적인 고려시대 나전칠기 작품이다.

고려 나전칠기의 대표적인 문양인 국화넝쿨무늬와 모란넝쿨무늬 등이 금속선과 함께 고루 쓰였는데, 특히 뚜껑과 몸체는 약 770개의 국화넝쿨무늬 자개가 감싸고 있어 영롱한 빛을 낸다. 바깥쪽에는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꿴 듯 연결한 연주 무늬 약 1670개가 촘촘히 둘러싸고 있다.
상자에 사용된 자개만 약 4만5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작게 오려낸 자개 조각에 음각선으로 세부를 정교하게 표현하고 금속선을 사용해 넝쿨무늬 등을 만드는 것은 고려 나전 장식의 특징”이라며 “이 같은 상자는 고려시대에 주로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경함(經函) 등의 용도로 제작됐는데, 현재 세계적으로 온전하게 남아 있는 유물은 20여점에 불과해 매우 귀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실물과 더불어 유물을 다각도에서 촬영한 3차원 전자화(3D 스캔) 자료, 과학적 조사 결과도 영상으로 선보인다. 또 유물의 정밀분석을 위해 촬영한 X선 사진도 공개돼 목심저피법(나무로 만든 틀에 모시나 베와 같은 직물을 부착하고 자개를 장식하는 고려시대 나전공예품의 대표적 기법) 같은 세부 제작기법 등도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내년 1월 초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고려 나전공예의 우수성’을 주제로 최응천 문화재청장의 특별강연도 한 차례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궁박물관은 “특별전의 제목 중 ‘세밀가귀’는 1123년 고려를 방문한 북송의 사신 서긍이 쓴 <선화봉사고려도경>에서 ‘(고려) 나전의 솜씨는 세밀하여 귀하다고 할 만하다(螺鈿之工 細密可貴·나전지공 세밀가귀)’라고 극찬한 데서 차용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수준 높은 고려 나전칠기 공예품의 아름다움을 직접 감상하고, 나아가 환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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