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대증원 반대에 극단 막말도" 의협 맹비난…의협 측 "북한이냐" 반발
"의료정책연구원장은 '가진 자 증오 계급투쟁' '엄마들 브런치타임' 왜곡 폄훼"
'소아과 오픈런' 원인 나열한 글 발췌해 막말 규정…필수의료TF와 상반된 공세
여당 지도부가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 단체 때리기에 재차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간부의 기고문을 부분 발췌해 '막말'로 규정하며 압박전을 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7일 윤희석 선임대변인 논평으로 "의과대학 정원 확충을 위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열린 자세로 의사협회와 필수·지역의료 혁신 방안과 함께 의료 사고 법적 부담 완화 등의 현안에 대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나 의협이 해당 회의에 진정성 있는 자세로 참여하고 있지 않아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의대 정원 확충에 '무조건 반대'를 외치며, 11일부터 총파업 개시 여부 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볼모로 실력행사를 해서라도 일방적 주장을 관철하겠단 극단적 자세"라며 "게다가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의 우봉식 원장이 기고문을 통해 '의사 소득 논란의 밑바탕엔 '가진 자에 대한 증오'를 동력으로 하는 계급 투쟁적 이념이 담겨 있다'고 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덧붙여 '젊은 엄마들이 브런치 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다'는 폄훼성 주장으로 왜곡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극단주의적 언행은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사명에 모든 것을 바쳐 온 절대 다수 의사들의 명예를 오히려 훼손하는 일이다. 대통령실 앞에서 철야 농성에 삭발식까지 하면서 파업 분위기를 잡으면서 정작 정부와 대화엔 소극적인 의협"이라고 비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젊은 엄마들이 일찍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 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의 글이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라면 밤새 열이 나서 발을 동동 구르고, 밤잠을 설치다가 아침이 되자마자 병원 문을 두드리는 간절한 심정을 모를 리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체 이게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으로서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 필수의료 인력 붕괴의 현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소아과 오픈런'의 문제를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돌려버리는 황당한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의료현장에서 헌신하는 많은 의사분들이 있단 점, 잘 알고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의 망언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전념을 다 하는 다른 의사분들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 등) 국민이 필요로 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부 당국의 노력이 진정성 있는 대안 마련에 숙고하고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이같은 망언으로 아이 키우는 부모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행태는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며 "밤새 아픈 아이를 돌보며 밤잠을 설쳐야 했던 부모님이 이른 아침 소아과 오픈런에 두 번 고충을 겪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당이 더 앞장서 대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지역·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논의하고자 만든 '지역 필수의료 혁신 TF(태스크포스)'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더 심각하게 짚었다. TF 위원장을 겸임 중인 유의동 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립대병원 중심 지역 필수의료 전달체계 논의'를 위해 열린 TF 회의에서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가 어제 공개됐는데 가히 충격이었다.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과목에서 정원 미달이 속출했다고 한다"며 처우 문제로 접근했다.
유 의장은 "세브란스병원은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전공의 모집 정원을 각각 10명 냈지만 단 1명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며 "필수의료 현장 인력들은 주말 야간 당직을 비롯해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번아웃'이 일상화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전공의 지원 감소, 남은 인력의 업무 과중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의료는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환자와 의료인력이 빠져나가 붕괴 직전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필수의료 현장에서 종사하는 의료 인력들이 번아웃 없이 진료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 대안들, 국립대병원 등 거점기관이 지역의 필수의료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과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충분히 토론하겠다"며 "10월19일 대통령 주재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발표된 과제들이 순조롭게 추진되도록 법률 개정과 R&D 예산 투자, 규제혁신 방안도 세밀하게 살펴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최근 계간지 '의료정책포럼' 기고문에서 "'소아과 오픈런'은 저출산으로 소아인구가 감소하면서 소아과의원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게다가 최근 젊은 엄마들이 소아과 진료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들면 맘카페 등에서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면서 동네 소아과가 문을 닫는 경우도 늘어났고,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들이 늘어나면서 아침 시간에 환자가 집중되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썼다.
이어 "더러 젊은 엄마들이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어서 '소아과 오픈 때만 런'이지 '낮 시간에는 스톱'"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복수의 소아과 오픈런 원인 중 이 부분만을 발췌해 비난한 셈이다. 의료계에선 소아과 오픈런이 단순한 공급부족이 아니라 시차(時差)의 문제도 작용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우 원장은 전날(6일) SNS를 통해 언론 등으로부터 이른바 '브런치 여혐'으로 모는 연락과 반응이 쇄도했다며 "나라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도 아니고…"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날 <'응급실 뺑뺑이→처벌 부담'…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 '뚝'>이란 제목의 기사를 들어 "(응급의학과 전공의 정원이 배정된 수련병원 65곳 기준) 지난해 85.2%(156명 지원/183명 모집) 지원율에서 81%(152명 지원/187명 모집)면 제가 보기엔 선방"이라며 자조적인 평을 남기기도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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