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서 죽어가는 로힝야 400명… 유엔 호소에도 이웃국은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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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포함해 400명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절박한 영혼을 구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 달라."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발로치 대변인은 전날 "벵골만 안다만해에 로힝야 난민 400명을 태운 배 두 척이 표류 중"이라며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인접 국가에 구조를 요청하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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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떠안을 수 있단 부담에 '모르쇠'
“어린이를 포함해 400명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절박한 영혼을 구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 달라.”
바바르 발로치 유엔난민기구(UNHCR)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변인의 절박한 호소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발로치 대변인은 전날 “벵골만 안다만해에 로힝야 난민 400명을 태운 배 두 척이 표류 중”이라며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인접 국가에 구조를 요청하며 이같이 밝혔다.
유엔은 해당 난민들이 최소 2주 전 방글라데시에서 출발했고, 배 한 척은 태국 서해안에서 약 320㎞ 떨어진 바다 위에서 엔진이 고장 난 채 떠돌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배의 행방과 상태는 파악되지 않았다.
발로치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로힝야족 180명을 태운 목선이 한 달 가까이 표류하다 침몰한 사건을 거론하며 이번에도 비슷한 결말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곧 음식과 물이 고갈될 수 있다. (국제사회의) 노력과 시의적절한 구조가 없다면 로힝야족 수백 명이 망망대해에서 목숨을 잃는 비극을 전 세계가 또다시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근 국가들은 묵묵부답이다. 태국 정부는 구조 계획에 대한 AP통신의 질문에 “선박에 대한 정보가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아체주(州) 어촌계협회장은 NYT에 “난민선 실종 사실을 (아체주) 당국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구조 계획에 대해선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로힝야족을 바라보는 각국 정부의 고민을 보여 준다. 인도적 차원에서 구조에 나설 순 있지만, 이후 난민 수백 명을 자국이 떠안기엔 부담이 크고, 다시 바다로 돌려보낼 수도 없는 까닭에 차라리 '모르쇠'로 일관하며 팔짱만 끼고 있는 선택을 한다는 얘기다.
이슬람계인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오랜 기간 탄압받았다. 특히 2017년 8월 미얀마에서 벌어진 로힝야족 대량 학살 이후 74만 명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캠프로 대피했다. 그러나 캠프 내에서 극심한 생활고와 질병에 시달리고 마약, 총기 범죄도 잇따르자 많은 이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망망대해로 떠나고 있다. 주 목적지는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나 무슬림이 다수인 인도네시아다.
한동안 바다로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지난달부터는 벵골만(인도양) 앞바다가 잔잔해지면서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일주일간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난민만 1,000명이 넘는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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