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구 획정 이제서야 첫 회의···예비 후보자 등록 전 합의 난망

전북 총선 출마예정자들이 7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도내 선거구(10석→9석) 감축 등을 포함한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의 22대 총선 선거구획정안에 대해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전북을 홀대하는 전북 국회의원 9석 선거구 획정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왼쪽부터 이덕춘, 박준배, 두세훈, 신원식 출마예정자.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7일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위한 첫 회의를 했다. 총선 1년 전에 국회가 획정을 마쳐야 하지만 논의에 진척이 없자 지난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획정안을 국회에 보고했고, 여야가 뒤늦게 논의에 착수했다. 민주당은 획정위의 획정안이 국민의힘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인구 기준에 따른 획정이라며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 간 견해차가 큰 상태라 오는 12일 총선 예비 후보자 등록일까지 선거구 획정 합의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간사와 위원 한 명이 각각 참여하는 ‘2+2 회동’을 했다. 국민의힘에선 간사인 김상훈 의원과 최형두 의원이, 민주당에선 간사인 김영배 의원과 이해식 의원이 참석했다. 선거구 획정안 논의를 위한 첫 회의다.

양당은 이날 획정위 획정안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공유했다. 향후 일정, 협상 대상자, 의제도 정리했다. 김영배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에게 “획정 결과에 대한 양당의 입장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전달이 있었다”며 “향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조율을 마치고 재획정안을 획정위원회로 돌려보내서 가능하다면 12월12일 예비후보 등록 전에 재배정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선거구를 획정하면서 지역구의)경계 조정이나 그 구역 조정과 관련되어 있는 부분, 그리고 특례의 존치 여부 등을 포함한 논의들은 가장 신속하게 먼저 합의를 볼 수 있도록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말한 특례란 ‘특례 선거구’로, 인구 기준 등에 예외를 둬서 인정하는 선거구를 말한다. 부산 북·강서 갑·을 지역구가 대표적 예다. 과거에 부산 강서구만으로는 인구가 모자라서 북구를 합쳐서 선거구를 만들었다. 이번 획정안에선 인구가 충족되자 분리하는 안이 만들어졌다.

민주당은 획정안에 따라 줄어드는 선거구가 민주당 우세 지역이 많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 의원은 “부천 지역구가 난데없이 축소됐고 전북 1석이 축소됐기 때문에 이 안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은 확고하다”며 “그것을 되돌릴 수 있는 안을 협상하려 생각 중이다. 서울 2석이 줄고 경기 1석이 줄어드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인구 기준으로 보면 이번에 합구 대상이 되는 서울 노원, 경기 안산 외에도 서울 강남이나 대구 달서도 합구 대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인구수를 가지고 있지만, 민주당이 유리한 지역만 합구 대상이 됐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은 인구 기준에 따른 획정을 민주당이 유불리를 따져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상훈 의원은 “(감석된) 지역에 현역의원이 많은 민주당은 자기들이 불리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선관위 획정안을 보면 정당 유불리 문제로 판단한 것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수도권 1석이 증석됐다. 합구 대상 지역 현역 의원이 불편한 것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에 반드시 불리하다는 결론을 내리면 성급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한쪽 지역을 원복하려면 다른 지역을 감석해야 하는데 그 지역 주민과 유권자의 반발을 원만하게 치유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지역을 다시 줄이는 것은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 간 입장차 때문에 오는 12일 총선 예비 후보자 등록일까지도 선거구 획정이 완료될지는 미지수다. 김영배 의원은 “12월12일 예비 후보자 등록일을 맞출 수 있으면 가장 좋은데 현실적으로 주말이 끼어 있다. 또 분구, 합구 의견 조정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며 “12월12일 전에 본회의를 열어서 재획정안을 의결할 수 있겠는가 하는 고민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