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직접 전달되는 ‘향기’, 감정 치료 가능성 높여”

서울앤 2023. 12. 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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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을 위한 힐링 ⑪ 향기치료 : 이주관 몸편한한방병원 원장, ‘향기치료’ 저자

[서울&]

지난 30년 가까이 향기치료를 깊이 연구해온 이주관 몸편한한방병원 원장이 지난 11월26일 용산구 효창동 ‘도서출판 지상사’에서 향기치료의 원리와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이 원장은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가 건강유지의 비결로 꼽은 향기치료 요법이 최근 뇌과학의 발달로 그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보근 선임기자

80년대 한의원 개원 뒤 늘 향기에 관심

96년 영국 국제아로마대회 참가 계기

‘우리의 향기산업 체계화’ 꿈 가지게 돼

‘향기 효과 실증’ 꾸준히 해 단행본 펴내

고대 이집트 왕족도 사용한 오랜 요법

뇌과학 발달 힘입어 ‘효과 과학적 입증’

“콘크리트로 덮인 도시엔 향기 사라져

건강 위해 향기요법 관심 갖는 이 늘어”

“5000년 전 고대 이집트의 왕족도 사용했던 향기요법이 최근 뇌과학의 발달로 그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26일 용산구 효창동 ‘도서출판 지상사’에서 만난 이주관 몸편한한방병원(경남 창원 소재) 원장은 향기치료의 오랜 역사성과 과학성을 강조했다. 향기치료는 식물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정유)의 향기를 맡거나 몸에 발라서 신체의 각종 증상을 치료하는 치료법이다.

‘향기치료’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도 “건강 유지의 비결은 약초 정유를 이용한 목욕과 흡입, 마사지를 매일 하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온 치료법이다. 이 원장은 “이런 히포크라테스의 주장이 최근 뇌과학 등이 발전하면서 과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자신이 연구한 향기치료의 원리와 활용법 등을 정리해 최근 도서출판 지상사에서 단행본 <향기치료>를 펴내기도 했다. 1980년대에 한의사로서 병원을 개원한 이후 관심을 가지고 모아온 향기치료에 대한 내용을 집대성한 것이다.

향기치료에 관심이 높았던 이 원장에게 1996년은 특별한 해였다. 왜냐하면 당시 향기치료 등에 관심이 있던 한의사들과 함께 ‘한의자연요법학회’를 만든 데 이어, 같은 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아로마테라피협회 주최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당시 학술대회 발표 내용을 살피고 영국·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발전된 향기산업을 보면서 ‘우리나라 향기산업의 체계화’라는 꿈을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이에 이 원장은 ‘한의자연요법학회’ 부산·영남지부장을 맡으면서 향기치료의 효과를 실증하는 작업과 이를 산업화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사람의 얼굴 등에 붙어살며 여드름 등을 일으키는 기생충인 ‘모낭충’의 경우, 오스트레일리아가 원산지인 도금양과의 나무에서 추출한 ‘티트리’를 뿌리면 사멸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여러 아로마를 뿌려봤는데, 티트리만이 이런 효과를 냈습니다.”

지난 9월15일부터 10월19일까지 경남 산청군에서 진행된 ‘산청 세계 전통의약 항노화 엑스포’에서 향기치료 부스는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각종 약초의 효과를 설명한 설치물. 이주관 원장 제공

이 원장은 이렇게 향기치료의 실증데이터를 하나하나 모아가면서 2010년에는 그 데이터를 가지고 화장품인 로션 등 제품으로 만들기도 하는 등 향기치료 대중화를 위해 애써왔다. 이 원장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한의사가 70~100여의 향기를 목적에 따라 2~4종류씩 혼합해 제조하는 등 향기치료의 발전을 위해 부단히 연구해왔다”며 “그 결과 향기치료는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정한 비급여항목 중 ‘한방 향기요법’(코드번호 480510000)으로 등록돼 있다”고 말했다. 청구된 진료비가 올바른지 확인하는 역할을 맡은 기구인 심평원에서 ‘향기치료에 코드를 부여한 것’은 향기치료의 과학성을 인정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뇌과학에서도 향기치료의 효과가 속속 증명되고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향’이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육안으로는 구별할 수 없는 작은 휘발성 분자인데, 이 휘발성 분자가 코에 있는 후각세포로 흡입된 뒤 편도체-시상하부-해마-시상 등을 거쳐 대뇌 피질의 후각 영역에 바로 전달되는 경로가 기능성자기공명장치(fMRI) 등을 통해 확인됐다는 것이다.

‘산청 세계 전통의약 항노화 엑스포’에 마련된 향기치료체험 부스. 이주관 원장 제공

이 원장은 “향기는 이렇게 뇌에 직접 전달되면서 기억력과 감정 상태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온몸의 호르몬 밸런스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뇌에 직접 전달되는’ 특성은 향기치료를 통해 신체적·감정적으로 치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인류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향기의 이런 신체적·정신적 약리작용에 눈뜨게 됐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원장은 “향나무 등 일부 나무를 태울 때 나는 좋은 냄새를 통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신성한 느낌을 받게 됐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고대의 종교적인 의식이나 제례 때는 좋은 향이 나는 향나무를 제단에서 태웠다”고 한다.

이 원장은 산업화 이전 시기에는 인류가 향기를 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고 본다. 인류가 생활하는 환경 자체가 갖가지 향기를 자연스럽게 맡을 수 있게 구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화’가 진척되면서 인류는 이제 이런 향기를 자연스럽게 맡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런 현상은 4차 산업혁명 등 기계문명이 발전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향기치료에 쓰이는 갖가지 허브와 그 사용 설명서. 김보근 선임기자

이에 따라 이 원장은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위해 향기요법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최근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지난 9월15일부터 10월19일까지 35일간 경남 산청군에서 진행된 ‘산청 세계 전통의약 항노화 엑스포’도 그 한 사례다. 세계의 갖가지 노화방지 기법과 약품 등이 전시됐던 산청 엑스포에서 이 원장은 ‘한의자연요법학회’ 소속 한의사들과 함께 향기치료 부스를 만들었다. 이 원장이 주도한 향기치료 부스에 특히 많은 관람객이 찾아 높은 호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 원장 팀은 경상남도 도지사상을 받기도 했다.

“사실 산청 엑스포에서 만난 관람객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욱 많은 시민이 향기치료에 관심을 갖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학회 활성화 등을 통해 향기치료를 더욱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30년 가까이 향기치료에 헌신해온 그가 다음에는 어떤 향기치료 기법을 내놓을지 기대된다. <끝>

에센셜 오일 태양혈에 바르면 ‘지속 효과’

이주관 원장이 추천하는 ‘간편한 향기치료 요법’

“비교적 저렴한 페퍼민트·라벤더 에센셜 오일을 태양혈이나 풍지혈 등에 발라주는 것은 간단하면서도 효과 좋은 오일 활용법입니다.”

‘일반인이 향기요법을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주관 원장이 답한 내용이다. 사실 자신의 증상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의원 등을 찾아 한의사가 증상에 맞게 처방한 정유를 사용하는 게 맞다. 이 원장 등 향기치료에 능한 의사는 복합적인 증상을 듣고 여러 가지 에센셜 오일을 섞어 만든 정유를 제공해줄 것이다.

하지만 공부할 때 집중도를 높인다든가 긴장되는 일이 있어서 생기는 일시적 두통 등에는 이런 간편 요법도 효과가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설명을 들으니 “아하” 하는 깨달음의 소리가 절로 나왔다. 우리 몸의 혈자리는 모두 361개가 있다. 혈자리는 외부의 기운과 호흡하면서 장부의 기운을 온몸에 유통하는 통로인데, 그야말로 하나하나가 몸의 ‘급소’다. 한의학에서는 이곳에 침이나 뜸, 지압 등으로 자극하면 주변 조직의 혈류 순환이 원활해지고, 그 자극이 중추신경 등으로 전달돼 몸의 회복을 돕는다고 본다.

하지만 침이나 뜸은 대개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하고, 지압은 지속성이 짧다. 이에 반해 이 원장이 추천하는 ‘에센셜 오일을 바르는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지속성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됐다.

이 원장이 추천한 태양혈과 풍지혈은 모두 머리에 있는 혈자리다. 태양혈은 관자놀이 쪽에 움푹 들어간 부분이고, 풍지혈은 목 뒷덜미 위쪽에 역시 움푹 들어간 부분이다.

이 원장은 에센셜 오일의 음용도 간단히 해볼 수 있는 치유책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소화가 잘 안될 때 페퍼민트 에센셜 오일을 물에 한두 방울 떨어뜨려 먹으면 소화 촉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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