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가요 손이 가∼ 조지아 국민간식 추르츠헬라 멈출 수 없는 맛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입력 2023. 12. 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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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년 역사 담긴 와인의 발상지 조지아/포도즙 반죽·호두로 만든 추르츠헬라 가벼운 추르츠헬라로 안성맞춤/육즙 줄줄 나오는 조지아 만두 힌칼리/몸이 건강해지는 샐러드 프할리/여행 피로 한방에 날리는 깊은 국물맛 차카풀리/맛·건강 한번에 잡은 조지아 맛 기행
프할리(왼쪽), 추르츠헬라, 화덕에 구운 전통 빵.
 
“손이 가요 손이 가∼♩♬” 어린 시절 나도 모르게 흥얼대던 CF송의 한 구절처럼 손을 멈출 수 없다. 한입 깨물면 너무 강하지 않은 새콤한 포도맛이 입안에 퍼지는 순간 호두가 “와그작” 부서지며 입안을 고소함으로 가득 채운다. 미처 입에서 다 씹기도 전에 손은 어느새 다른 조각을 집어 들고 있으니 역시 조지아 국민간식답다. 중독성 강한 추르츠헬라(Churchkhela). 내 너를 오늘부터 ‘인생간식’이라 부르련다.
바지아니 와이너리 추르츠헬라 만들기.
추르츠헬라 말리는 과정을 소개하는 바지아니 와이너리 관계자.
◆멈출 수 없는 맛 추르츠헬라
8000년의 와인 역사를 자랑하는 조지아의 최대 산지 동부 카헤티(Kakheti)의 톱 와인 생산자 바지아니(Vaziani)로 들어서자 잔치가 벌어졌나보다. 와이너리 마야 메스히쉬빌리(Maia Meskhishvili) 투어리즘 매니저가 커다란 통에 든 무언가를 주걱으로 휘휘 저으며 반갑게 일행을 맞는다. 조지아 국민간식을 직접 만들어 보라며 길쭉한 실에 줄줄이 엮은 호두를 건넨다. 통안에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걸쭉한 반죽이 만들어져 있다. 호두를 푹 담가 주걱으로 꾹꾹 누른 뒤 천천히 들어 올리자 반죽이 호두를 두텁게 에워싼 채 딸려 나온다. 조지아 국민간식 추르츠헬라다.
트빌비노 므츠바네 화이트 와인과 즐기는 추르츠첼라.
이미 다 만들어 놓은 반죽에 담갔다 꺼냈을 뿐이니 만들기 쉬어 보이지만 반죽은 그렇지 않다. 양이 절반가량 줄어들 정도로 불에 졸인 와인 양조용 포도즙에 밀가루와 설탕 또는 꿀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다. 여기에 실에 끼운 호두, 아몬드, 헤이즐넛을 푹 담갔다 꺼낸 뒤 살짝 말리고 꾸덕꾸덕해지면 다시 원하는 굵기가 될 때까지 반죽에 넣었다 꺼내기를 반복한다. 기다란 대나무에 걸어 며칠동안 햇볕에 잘 말리면 완성된다. 생각보다 정성이 많이 가는 간식이다.
추르츠헬라 상점.
트빌리시 올드타운 추르츠헬라 상점.
그래서인지 한번 접하고 나면 맛의 신세계에 빠지게 된다. 특히 저녁에 영화를 보면서 와인과 함께 즐기기 안성맞춤인 안주다. 위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포도즙과 영양가 높은 견과류가 듬뿍 들어있어 와인과 찰떡궁합이다.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구도심을 여행하다보면 추르츠헬라가 주렁주렁 매달린 가게들이 계속 등장한다. 견과류 종류도 많고 포도즙 또는 석류즙도 사용하기에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조지아와 함께 코카서스 3국인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은 물론 튀르키예, 키프로스, 그리스 등 주변 국가에서도 많이 애용하는 간식이다.
실다 와이너리 화덕에 굽는 전통 빵 만들기.
화덕에 구운 전통 빵.
화덕에 구운 전통 빵.
◆육즙 가득한 조지아 만두 힌칼리
카헤티 와이너리 실다(Shilda)에선 추르츠헬라를 포함해 아예 ‘조지아 국민음식 3종세트’ 만들기를 방문 선물로 내놓는다. 첫번째 도전 과제는 화덕에 굽는 전통빵. 막대모양으로 길게 뽑은 반죽을 항아리 화로 안쪽에다 착 붙이면 불맛이 스며든 반죽이 부풀어 오르며 전통빵이 만들어진다. 갓 만든 따뜻한 빵 한쪽 떼어 입안으로 밀어 넣자 구수한 효모향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아무것도 넣지 않아 소박하지만 조지아의 시골 인심이 가득 담겨 고향마을에 온 듯 정겹다. 화덕 안쪽에 한번에 착 잘 붙이는 게 관건. 주저주저하다간 그만 바닥으로 떨어뜨려 망치고 만다.
조지아 만두 힌칼리.
힌칼리 만들기.
두번째 과제는 힌칼리(Khinkali)로 우리나라 만두와 거의 흡사하다. 다만 만두피가 두껍고 크기도 찐빵처럼 좀 크다. 어린 시절 명절때 만두 만들던 기억을 떠올리며 잘 다진 고기소를 넣고 주름을 잡으며 쉽게 완성된다. 힌칼리는 한번 맛보면 출출할때마다 자꾸 생각날 정도로 입맛을 돋우는 매력이 강하다. 주로 양고기를 다져서 소를 만드는데 무엇보다 한입 깨어 물면 입안에서 고기향이 폭발하는 육즙이 일품이니 힌칼리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크기가 크고 육즙이 많아 먹는 방법이 있다. 양손으로 만두를 잡고 육즙을 쭉 빨아 먹은 뒤 고기와 만두피를 함께 씹으면 행복한 맛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추르츠헬라는 한번 만들어 봤으니 이제 식은 죽 먹기다. 맛있는 포도즙만 있으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프할리.
프할리.
프할리.
◆몸이 건강해지는 프할리와 차카풀리
프할리(Pkhali)는 야채를 좋아하는 조지아인이 즐겨 먹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야채를 잘게 다져 부드럽게 만들기에 먹기 간편하고 빵이나 크래커에 발라 먹기도 좋다. 매우 다양한 채소를 사용한다. 양배추, 가지, 시금치, 비트, 흰콩 등을 주로 사용하며 고수로 만들기도 한다. 잘게 다진 채소에 호두, 식초, 양파, 마늘, 허브를 넣어 만드는데 재료는 달라져도 영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호두는 꼭 들어가고 석류도 얹어 나온다. 가지로 둘러싸는 등 다양하게 변주된다. 치킨 프칼리는 삶은 닭고기를 얇게 찢어 양념한 견과류와 닭고기 국물로 간을 한다.
로비아니.
하차푸리(Khachapuri)도 조지아의 대표적인 전통 요리. 보트모양 빵 위에 치즈와 달걀을 채워 구운 음식으로 치즈는 고산지역인 사메그렐로(Samegrelo)에서 생산하는 조지아 전통치즈 술구니(Sulguni)가 들어간다. 로비아니(Lobiani)는 속을 콩으로 채운 일종의 얇은 피자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투박하지만 정겹다.
크베브리에서 숙성한 샤토 무크라니 화이트 와인과 차카풀리.
차카풀리.
여행이 길어지면 피로가 누적되면서 입맛도 깔깔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체력이 바닥날때쯤 방문한 와이너리 샤토 무크라니(Chateau Mukhrani)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구세주 같은 음식을 만났는데 바로 차카풀리(Chaqafuli)다. 한국인들은 과음한 다음날 해장국처럼 뜨끈한 국물이 가득한 음식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지아 음식은 국물 있는 음식이 많지 않아 해장하기 쉽지 않은데 조지아식 스튜인 차카풀리는 그런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준다. 주로 부드러운 양고기나 송아지에 양파, 체리플럼, 감자, 허브, 화이트 와인을 넣고 곰탕처럼 푹 끓여서 만든다. 깊은 사골 우거짓국에 똠냥꽁을 살짝 섞은 듯한 묘한 향신료가 어우러지는데 기분을 좋게 만드는 아니스향이 나는 허브 타라곤(tarragon) 잎 덕분이다. 순식간에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니 몸이 다시 여행할 기운으로 가득 채워진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호주, 체코, 스위스,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트빌리시·카헤티(조지아)=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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