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일했는데 신입처럼 시험?" 건보공단 비정규직 파업 장기화

정지용 2023. 12. 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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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건보공단 고객센터(콜센터) 비정규직 상담사들이 서울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정규직 전환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쏟아낸 성토다.

건보공단 상담사는 2017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채 희망고문을 당했다.

건보공단 상담사들은 지난달 파업에 돌입하며 "최대 6년 동안 같이 일했던 동료들 가운데 일부만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해고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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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37일째... 3차례 교섭에도 접점 못 찾아
노조지부장, 35일간 단식하다가 병원 이송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이 7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상담사 증언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양성교육을 모두 이수한 5, 6년 차 상담사들을 대상으로 공개경쟁 채용을 하겠다고 밝혀 고용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며 불합리한 차별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뉴스1

“그동안 제가 상담한 국민들이 어림잡아 10만 명입니다. 열악한 노동조건, 최저임금에 준하는 급여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담사라는 자부심으로 건강보험 길잡이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저의 경력은 어디서 보장받아야 합니까.”(5년 차 건보공단 상담사 임성은씨)

7일 건보공단 고객센터(콜센터) 비정규직 상담사들이 서울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정규직 전환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쏟아낸 성토다. 2017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도 정규직화를 미뤄온 건보공단은 최근 상담사에 ‘공개채용 경쟁을 거치라’는 방침을 발표했다. 상담사들은 부당한 처사라며 지난달 1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건보공단 상담사들은 그동안 건강보험공단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상담해 왔다”며 “이런 상담사에게 건강보험공단은 공정채용이랍시고 여러 단계의 시험을 거치는 공개채용을 치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총파업에 돌입한 지 37일이 됐는데 건보공단은 대화에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규탄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등 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전원 소속기관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보공단 상담사는 2017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채 희망고문을 당했다. 중앙행정기관, 공기업 자회사 소속 비정규직 19만8,558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과 딴판이다. 건보공단 고객센터와 비슷한 업무를 하는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도 정규직이 됐다. 2년마다 건보공단과 재계약을 맺는 상담사는 전국 12개 센터에 1,600여 명에 달한다.

건보공단은 지난 10월 ‘2019년 이후 입사자는 공개채용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4년간의 경력은 인정하지 않고, 신규 응시자와 함께 서류-필기-인성검사-면접으로 이어지는 공채 시험을 치르라는 것이다. 고객센터 직원 1,600여 명 중 700명이 대상이다. 2017~2019년 입사자 211명 역시 필기시험과 면접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건보공단 상담사들은 지난달 파업에 돌입하며 “최대 6년 동안 같이 일했던 동료들 가운데 일부만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해고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2018년 입사한 상담사 장용옥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건보공단이 매달 신입 상담사를 모집하는 것은 일이 힘들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버틴 상담사를 인정해주지는 못할망정 면접에 시험을 또 보라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까지 37일째 파업이 이어지는 동안 노사는 3차례 교섭을 가졌지만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상담사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 시작과 함께 단식에 돌입한 이은영 노조지부장이 단식 35일 만인 지난 5일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파업 노동자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건보공단 노조는 “절반이 넘는 노동자에게 건강보험 상담사가 맞는지 증명하라는 비상식적 태도는 납득할 수 없다”며 공단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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