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한국, 호강에 겨워 깎아먹고 있는 것

2023. 12. 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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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서남부 몇 개 주를 자동차로 다니면서 적지 않은 미국인들을 만나 대화를 하였다.

한 프랑스계 미국인은 제일 가보고 싶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하였다.

이유는 현대화된 도시 모습, 깨끗하고 안전한 것으로 소문난 거리,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들이 표현하는 모국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 때문이라 하였다.

시골 골프장에서 동반했던 필리핀계 미국인은 필리핀은 영어도 쓰고, 미국 영향을 제일 먼저 받은 아시아 국가인데도 왜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뒤처져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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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희망 없는 나라였지만
지금 한국 향한 외부 시선은
편리하고 안전한 문화 강국
내부는 정치·계층 갈등 심화
사회적 불신도 나날이 커져
쌓아올린 탑 지켜야 할 때

얼마 전 미국 서남부 몇 개 주를 자동차로 다니면서 적지 않은 미국인들을 만나 대화를 하였다. 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놀라웠다. 한 프랑스계 미국인은 제일 가보고 싶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하였다. 이유는 현대화된 도시 모습, 깨끗하고 안전한 것으로 소문난 거리,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들이 표현하는 모국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 때문이라 하였다. 시골 골프장에서 동반했던 필리핀계 미국인은 필리핀은 영어도 쓰고, 미국 영향을 제일 먼저 받은 아시아 국가인데도 왜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뒤처져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식당 지배인은 일본에도 가 보았지만, 한국보다 통신도 느리고 신용카드가 안 통하는 업소가 너무 많다고 불평하였다. 관광지에서 만난 어떤 주부는 아이들이 K팝에 흠뻑 빠져 한국어 공부에 몰두하고 있고, 자기도 한국어 몇 마디는 할 줄 안다고 자랑하였다. 또 어떤 교민은 며느리 둘 다 파란 눈의 미국 여성인데 한복 입는 것을 좋아하고 한국 예절을 배우는 것을 너무 재미있어한다고 했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국, 최선진국이긴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느낀 다른 일면도 커 보였다. 식당마다 높은 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길거리에서 마약에 찌든 노숙자들을 보았으며, 와이파이가 안 터지는 곳도 많았다. 도로망은 잘 연결되어 있지만, 도로 관리 상태는 한국 같지 않았다. 편리함이나 풍족함, 안전과 정돈 면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못할 것이 없다. 국민 의식도 선진화되었고, 글로벌화되어 있다. 경제지표도 세계 경제 여건으로 보아 상대적으로 괜찮고 기부 문화도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모른다. 한국 사회가 내부적으로 얼마나 분열되어 있고, 계층 간·집단 간 갈등이 얼마나 심한지도 모른다. 호강에 겨워서 얼마나 서로 물고 뜯는지 모른다. 어느 나라에서나 정치인들은 그렇게 존경받는 집단은 아니지만, 한국처럼 거의 혐오 수준인 국가가 얼마나 될까? 늘 죽기 살기로 싸운다. 과거에는 그러면서도 품격 있는 유머 공방을 풀어나가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정치인을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는 마약 청정국도 아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국제 경쟁에 총력을 다해야 할 대표적 플랫폼 기업 창업자는 주가 조작 혐의로 포토라인에 선다. 주말마다 왜 시위대가 대로를 메우고 노숙을 하는지도 외국인들은 잘 모른다. 전력이라는 국가 존립과 직결되는 인프라를 담당하는 최대 공기업이 치명적 골병이 들었는데도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다.

나는 과거 미국에 세 번 거주한 적이 있다. 유학 시절, 대사관 근무 시절, 직장 연수 기간 등이었다. 그때마다 12·12 사태, 한미 통상 마찰, 외환위기 등 위기를 겪었고, 한국은 미국인들에게 희망이 있는 나라 취급을 못 받았다. 그래서 이번 미국 여행에서 소회가 남다른 것이다. 이제 한국은 그들도 경외하는 세계 주도적 국가가 되었고, 이는 일반인들에게도 뿌리내리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온 국민과 정부, 기업이 벽돌 하나하나 쌓아 올린 결과이고, 창의의 젊은 세대들이 K팝, K컬처, K패션, K푸드 등 거센 한류를 만들고 대중화해 한국을 반짝거리게 만든 것이다. 쌓아온 세월은 길었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다. 다음 세대에게 남겨주지는 못할망정 무슨 원망을 들으려고 스스로 깎아 먹고 있는 건지. 안보·경제 등 위험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이 시점, 정말 각성해야 할 일이다. 나가보면 느낀다.

[조환익 유니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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