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이 내놓은 기후 손실피해기금, 필요금액의 0.2%도 못미쳐
기후 위기에 책임이 있는 부유한 국가들이 저개발국들의 피해복구를 위해 총 7억달러(약 9280억원)가 넘는 기금을 모았지만 실제 필요한 피해보상액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6일(현지시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현재까지 모인 ‘손실과 피해 기금’이 기후위기로 인한 개발도상국들의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비경제적 총손실의 0.2%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손실 및 피해기금’은 과거 산업화로 탄소를 대량 배출하며 경제 성장을 이룬 선진국들이 기후 위기 최전선에 있는 저개발국들의 피해복구를 위해 내놓는 재원이다. 지난해 COP27에서 정식 의제로 처음 채택된 후 올해 COP28 개막 첫날 초안이 공개되며 “역사적 합의”라는 평가가 나왔다.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까지 모인 기금은 총 7억달러(약 9280억원)가량이다.
COP28 의장국인 UAE와 독일이 각각 1억달러(약 1300억원)씩 내놨고 유럽연합(EU)은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1억4500만달러(1896억원)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1억800만달러(약 1430억원), 덴마크가 5000만달러(약 650억원), 노르웨이가 2500만달러를 제공하며 캐나다와 슬로베니아 등도 지원을 약속했다.
올해 최대 석유 및 가스 생산국인 미국은 1750만 달러(약 227억원)를,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경제 규모인 일본은 1000만 달러(약 130억원)를 내놓기로 했다.
환경기후단체들은 공약 기금이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이 매년 기후 이변으로 직면하는 손실 추정액 4000억달러(약 530조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지적했다. 개도국들이 매년 치러야 할 기후 피해 추정액은 최소 1000억달러에서 최대 5800억 달러로 추정되며, 기상이변이 빈번해지며 이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또 기후 정의 전문가들은 지원금이 대출이 아닌 보조금 형태로 제공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기후행동네트워크 인터내셔널의 글로벌 전략책임자인 하르짓 싱은 “기후위기에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미국의 기부금이 고작 1750만달러”라고 꼬집었다.
몇몇 국가들은 기존 기후 기금을 ‘돌려막기’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후운동네트워크 영국 지부는 영국이 6000만파운드(7500만 달러)를 ‘손실과 피해 기금’에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기존 기후금융에서 일부를 이름만 바꾼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금의 성격과 지원 시기가 불분명하고 추가 세부 사항을 공개한 국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선진국들의 생색내기용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제 환경법 센터 선임 운동가인 리엔 반다메는 “COP28의 손실 및 피해 기금은 선진국들이 금융 보상을 의무가 아닌 자선으로 취급하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며 “수천억 달러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며 이것이 충족되지 않는 한 이번 ‘손실 및 피해 기금’ 출범은 성공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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