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EU, 챗GPT 등 생성형AI 포괄적 규제법안 합의 가까워져”

10시간여 논의 끝 잠정 합의안 마련한 듯
'산업 보호-사회적 제어' 균형이 핵심 쟁점
佛·獨·伊 "기업 불필요 불이익 줄 것" 반대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의 로고가 보인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유럽연합(EU)이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도구에 대한 포괄적 규제를 담은 법안에 대한 합의에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공식적 합의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좀더 조율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있다.

로이터는 EU집행위원회와 회원국 대표, 유럽의회 의원들이 AI 규제안에 대해 전날 오후부터 10시간 넘게 논의를 벌여 오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EU 회원국들이 국가안보와 국방, 군사 목적으로 AI를 생체 인식 감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의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타협했다”고 전했다. 진행 중인 논의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유럽의회 의원들은 생체 인식 감시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전해졌다.

EU의 포괄적 AI 규제법안은 AI 도구별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수준에 따라 ‘허용 불가, 높음, 제한적, 낮음’ 4가지 등급을 나눈 후 차등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개인의 사회적 점수를 매기거나 실시간으로 얼굴 인식을 수행하는 AI 시스템은 금지 대상, ‘딥페이크’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AI 도구와 같이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들에 대해서는 ‘이용자들이 보는 이미지가 AI 생성 콘텐츠’임을 고지해야 한다. 위반하면 글로벌 매출의 최대 6%까지 벌금을 물게 된다.

미국에서 생성형AI 규제를 위한 유의미한 움직임이 현재까지는 없는 상황에서, EU의 이번 논의는 이에 대한 규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EU가 이 법안에 합의하면, 아시아 이외 지역에서 AI 기술에 대한 법을 만든 최초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EU가 합의에 실패할 경우, AI 규제안은 내년 6월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까지 남은 기간이 부족한 탓에 최종 무산될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는 새벽까지 진행 중인 EU의 협상에 대해 “AI 규제를 둘러싼 논의가 얼마나 논쟁적인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EU 역시 미국, 영국 등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역내 AI 스타트업들을 보호하면서도 AI가 갖는 사회적 위험도 제어할 수 있는 균형점을 모색해 왔다. 이 부분이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EU 회원국 중에서는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이 현지 기업들에 불필요한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규제에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