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균아, 엄마가 잘못했다”…‘김용균 사망’ 원청 무죄에 5년 싸움 끝 어머니는 울분
좌절하지 않고 안전 위해 계속 싸울 것”
활동가들 “죽음의 의미 퇴색될 수 없어”
“사람을 죽였는데 처벌을 안 하실 수 있습니까. 왜 약자를 보호해주지 않는 겁니까. 내 아들이 죽었습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게 합당한 판결입니까!”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사내하청 노동자 고 김용균씨(당시 24세)의 5주기를 사흘 앞둔 7일, 대법원이 원청 업체인 한국서부발전 전 사장의 무죄를 확정하자 김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결과에 불복한다”며 이같이 외쳤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12071043001
이날 선고 직후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김용균재단의 기자회견에서 김 이사장 등은 “이런 판결이 계속되는 한 일터에서 발생하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좌절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안전을 위해 싸워가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20여명의 활동가 및 재단 관계자들은 애써 울음을 참는 모습이었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고 김용균 특조위)’ 간사를 맡았던 권영국 변호사는 법원이 원청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죄가 나오는 순간 우리 법원이 그동안 산업현장 산업재해를 함께 방조했다는 것, 우리 사회의 일터는 위험에서 벗어나 있지 않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는 “용균이의 죽음으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며 “법정 밖에서 용균이 어머니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5년 동안 투쟁했기에 무언가 달라지기를 기대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원청이 무죄라는 이런 판결 속에서 어느 기업 책임자가 안전 관리를 책임지고 하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용균씨 유족을 대리해 온 박다혜 변호사는 “우리가 산업안전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었지만 적용되고 집행되기 위해서는 법원 판단이 필요하다.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들의 고의를 이렇게 좁게 해석한다면 어떤 법이 적용돼도, 어떤 법의 취지도 다 무력화할 수 있는 법리가 법원에서 만들어지게 되는 것을 유념해달라”고 했다.
기자회견 시작 전까지 조용히 눈물을 훔치던 김 이사장은 “지금은 대법원의 부당한 판결에 의해 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차후 역사는 서부발전 김병숙 사장이 잘못했음을 제대로 판단해 줄 거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다른 길로 더 사람들을 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기자회견 후 ‘원청이 책임이다’라는 손팻말을 손에 쥔 김 이사장은 홀로 눈을 감고 “용균아, 엄마가 잘못했다”고 읊조렸다. 이후 뒤를 돌아 대법원을 향해 “억울한 사람들 지켜주는 게 법원이 할 일 아니냐”며 “인정할 수 없다”고 외쳤다.
시민·노동·사회단체 활동가들은 통화에서 “우리 사회에 많은 과제와 성과를 남긴 김용균씨의 죽음은 대법원 판결로 그 가치와 의미가 퇴색될 수 없다”고 했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법원의 판결이 국민들의 정서나 합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걸 다시금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했다. 그는 “김용균 노동자 죽음 이후로 우리 사회는 원청의 대표이사가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합의를 만들어왔다”면서 “이 판결을 빌미로 원청 사업주의 안전관리 책임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력사무처장은 “이번 판결이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 현 정부가 추진해 온 노동 안전 책임 완화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박순철 생명안전시민넷 활동가는 “(대법원 판결이) 서부발전 같은 원-하청 구조의 기업에 기존의 관리 책임을 유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김용균의 죽음은 일터에서의 죽음이 더이상 있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를 이뤄가는 계기였기에, 법원 판결과는 별개로 결코 헛되지 않은 싸움이었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12061505011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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