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전망 잇단 하향에 중국 '발끈'... "간첩행위-사업활동도 구분 못 하나"

조영빈 2023. 12. 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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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홍콩 경제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의 잇따른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에 중국이 "정치적 의도를 가진 서방의 악의적 평가"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미국 방문을 통해 직접 '차이나 세일즈'에 나선 직후인 탓인지,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무디스가 중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건 2017년 이후 약 6년 만인데, 불과 이틀 만에 중국·홍콩 경제에 대한 회의적 시선까지 공식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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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중·홍콩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중국 "정치적 편향에 따른 결정" 반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국 기업인과의 만찬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로이터 연합뉴스

중국과 홍콩 경제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의 잇따른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에 중국이 "정치적 의도를 가진 서방의 악의적 평가"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미국 방문을 통해 직접 '차이나 세일즈'에 나선 직후인 탓인지,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7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전날 홍콩과 마카오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종전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2020년 홍콩의 국가보안법 시행과 선거 제도 변화 등을 거론하면서 무디스는 "홍콩의 정치·경제적 의사 결정권이 점차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의 재정 악화가 재정·경제·체제에 광범위한 하방 압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신용등급은 'Aa3'을 그대로 유지했다.


홍콩 "중국과의 관계 심화는 경제에 긍정적 원동력"

앞서 무디스는 지난 5일 중국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동산 위기, 과도한 채무 등을 이유로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가 중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건 2017년 이후 약 6년 만인데, 불과 이틀 만에 중국·홍콩 경제에 대한 회의적 시선까지 공식화한 것이다.

홍콩 당국은 즉각 논평을 내고 반박했다. 홍콩 행정부는 "본토(중국)와의 지속적인 관계 심화는 홍콩의 장기적 발전을 지원하는 긍정적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의 악영향 우려에 대해서도 "법 시행 이후 사회 혼란과 폭력 사태가 종식됐다. 홍콩 사회는 안정성을 회복했다"며 선을 그었다.

중국에 투자한 외국 자본은 최근 급속도로 이탈하는 추세다.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발(發) 부동산 위기에다 7월 개정 반(反)간첩법 시행 전후로, 외국계 회사에 대한 중국 당국의 통제가 강화된 탓이다. 지난 9월 중국 내 자본 순유출 규모는 전달보다 80% 가까이 늘어난 750억 달러(약 100조 원)였다. 2016년 말 이후 최대 규모다.


시진핑이 '차이나 세일즈' 뛰는 상황이라 더 민감?

중국 방첩 기관인 국가안전부도 "반간첩법에 대한 (서방의) 악의적 공격"이라며 반발했다. 국가안전부는 6일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에서 "일부 악의적 세력이 중국 내에선 정상적인 기업 활동도 '간첩 행위'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외국인들의 정상적인 '사업'과 불법적인 '간첩 활동' 간 경계를 혼동시키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7일 중국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미국 기업의 중국 신용 등급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 무디스의 결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중국의 예민한 반응은 '시점'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중순 시 주석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미국 기업 총수들과 따로 만찬 행사를 하며 "외국인 투자를 위한 고품질 서비스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대(對)중국 투자를 호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미중 간 긴장 이완 분위기를 띄우려 애썼다. 중국 경제를 향한 국제사회의 회의적 시선을 달래고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막기 위해 시 주석까지 발 벗고 나선 마당에, 한 달도 안 돼 무디스가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고 신경질적으로 대응했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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