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EU 간섭 제거하고 협력 동반자 돼야”…EU 디리스킹 기조 속 관계개선 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왼쪽)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이 유럽연합(EU) 지도부와 4년만에 처음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대유럽 관계 개선에 나섰다. 중국은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대중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유럽과 긴장을 완화해 대내외 여건을 보다 안정화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관련해 중국 측과 이견을 보이면서 무역 불균형 문제 등을 제기하는 등 양 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지난해 말부터 미셸 의장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해 중국·유럽 관계가 공고히 발전하는 좋은 모멘텀을 보인 것은 양측의 이익과 인민의 기대에 부합한다”며 “양측은 발전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중국과 EU가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지 20년이 되는 해”라며 “중국과 유럽은 상호이익과 협력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중국과 유럽 관계는 각종 간섭을 제거하고 세계적인 도전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섭 제거’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대중 견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유럽이 자주적인 외교 노선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나가길 바란다는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셸 의장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면담에서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중국은 EU의 가장 중요한 무역 동반자지만 우리는 명백한 불균형과 이견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셸 의장도 “EU는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 호혜성 원칙에 기반한 중국과의 구축하기를 희망한다고”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미셸 의장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제24차 중국·EU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중국을 찾았다. 두 사람이 동시에 중국을 방문해 대면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현 EU 집행부 출범 이후 4년만에 처음이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 정식 정상회담을 가졌다.

EU는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이번 정상회담의 초점은 EU·중국 관계의 상황과 러시아의 우크리아나 침략 및 중동 정세를 포함한 국제 이슈들이 될 것”이라면서도 “균형 있고 호혜적인 무역 관계를 보장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다자간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옹호하고 디리스킹과 경제 안보에 대한 EU의 접근법을 상기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2020년 합의 이후 진전을 이루고 있지 못한 포괄적 투자협정(CAI)과 최근 EU의 중국산 제품 반보조금 조사 등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EU는 대중 무역적자 해소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고, 중국은 EU와 회원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참해 첨단 기술 수출 등을 제한하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 양측의 뚜렷한 합의점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간 현안 뿐 아니라 국제 현안에 있어서도 양측의 시각은 평행선을 달렸다. EU 관리는 이번 회담에서 공동 성명은 나오지 않을 것이며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 “정상회담을 지배할 두드러진 결과물은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