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칸유니스 작전으로 미국 정부와 충돌 위기"-WSJ
美, 민간 사상자 최소화 압박…이스라엘 불만도 커져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가자지구에서 지상작전 '3단계'를 선언한 이스라엘이 남부 중심도시 칸 유니스를 포위해 본격적인 시가전에 돌입했다.
이스라엘군은 이곳에 병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압박하는 미국 정부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군은 칸 유니스를 핵심 목표물로 보고 있지만 이곳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칸 유니스는 가자지구 남부 중심 도시로, 이스라엘의 제거 대상 명단 1순위에 오른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고향이다. 이스라엘군은 신와르가 칸 유니스 아래 터널에 숨었다고 보고 주변을 모두 포위해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칸 유니스에 있는 수만명의 민간인이다.
이스라엘이 대피령을 내리면서 북부 주민들이 남부로 몰려들었고, 전쟁 발발 전 인구 40만명이었던 칸 유니스는 현재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인구가 밀집한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와 시가전을 벌이면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하마스가 병원과 주택, 학교 등 민간 시설 밑에 터널을 파 활동하고 있는 점도 민간인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현재까지 하마스 전투원 1명 당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라며 연일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전쟁 초기에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제사회와 국내 여론 등을 살피며 이스라엘의 전투 방식에 대한 관용이 낮아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일 "가자지구 민간인들을 보호하는 것은 도덕적 책임과 전략적 의무라고 반복해서 분명히 말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이스라엘을 재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팔레스타인 민간인 보호를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이런 비판에 응답하듯 가자지구를 여러 구획으로 나눈 지도를 배포하며 공습이 예고된 지역들의 주민들에게 대피를 촉구하는 등 보다 구체적인 대피령을 내리고 있다.
이외에도 민간인들을 위한 '안전 지대'를 설치하는 등 민간인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내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오라 에일랜드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한 손은 등 뒤로 묶인 채로 싸우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한 손으로 우리를 도우며 다른 손으로는 하마스를 돕고 있다"고 비난했다.
칸 유니스 외에도 미국은 이스라엘과 예멘 후티 반군에 대응하는 방안에도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최근 홍해 지역에서 이스라엘과 연관이 있는 선박을 나포하거나 이스라엘 쪽으로 순항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이스라엘에 확전을 피하기 위해 미군에 맡겨달라고 거듭 요청하는 중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공격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 전후 계획으로 내세운 '완충지대' 조성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해당 완충지대의 규모가 얼마나 클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만약 가자지구 내에 조성된다면 그만큼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이 사실상 줄어들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런 국제적 압박에도 물러서지 못한다는 방침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우리는 (전쟁을) 멈출 명분이 없다"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정당한 일은 단 하나, 하마스를 상대로 승리하고 제거해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다"고 말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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