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폭격', 경기 중 코트에 '머리 박은' 선배...후배 앞에서 무슨 일이야?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양팔을 뒷짐 지고 발과 머리로만 바닥을 지탱하게 하는 행동을 우리는 '원산폭격'이라 부른다. 군대에서 일종의 얼차려로 불리 이 자세는 쉽게 말해서 엎드려뻗쳐와 열중쉬어 자세를 결합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경기 중 선배가 후배 앞에서 머리를 코트에 박고 뒷짐을 쥐는 자세를 취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3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는 '도드람 2023~2024 V-리그' OK금융그룹과 우리카드의 경기가 열렸다. 양 팀은 풀세트까지 가며 치열하게 맞붙었다. 마테이는 백어택 15개와 서브에이스 4개, 블로킹 2개 포함 42점을 폭격하며 우리카드가 세트 스코어 3-2(25-21 21-25 25-19 28-30 15-13)로 승리하는 데 앞장섰다. 우리카드는 마테이 뿐 아니라 한성정 16점, 김지한 14점으로 뒤를 받쳤다.
특히 한성정은 공.수에서 고루 활약하며 살림꾼 역할을 했다. 그는 올 시즌 13경기에서 높은 공격성공률(51.81%)로 순도 높은 공격을 선보이고 있다. 시간차(리그 9위)에서 높은 성공률로 우리카드 공격의 다양성을 더했다. 그리고 리시브 효율 39.94%, 세트당 디그 1.766개로 수비에서도 돋보인다. 리그 전체 6위로 리베로를 제외하면 2위다.
트레이드를 통해 KB손해보험으로 갔다가 1년 5개월 만에 돌아온 그는 공격과 수비 그리고 팀 분위기까지 책임지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런 한성정이 이날 경기에서 스스로 머리를 박으며 얼차려를 가했다. 왜 그랬을까.
한성정은 1세트 한태준 세터가 올려준 공을 때렸지만, 공격에 실패했고 한태준의 얼굴을 봤다. 한태준은 자신의 실수로 실점했다며 자책하고 있었고, 이런 모습을 본 한선정은 "다 내 잘못이야"라며 스스로 코트에 머리를 박은 것이다. 10대 세터 한태준(19)이 주눅 들지 않고 본인의 플레이를 할 수 있게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본 한태준은 한성정에게 다가가 함께 웃었고,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했다.
한태준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입단한 프로 2년 차 어린 선수다. 한태준은 지난 시즌 18경기 45세트에 출전에 그쳤지만, 올 시즌 주전 세터로 모든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13경기 48세트로 이미 지난해 출전 기록을 넘어섰다. 그는 세트당 평균 12.438개 세트로 전체 1위다. 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해 위기에서 흔들리는 모습도 종종 보여준다.
그래서 한성정은 재치 있게 '원산폭격' '머리 박아'로 후배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신영철 감독도 "한성정이 KB손해보험에 다녀오기 전보다 실력적으로나 마인드 면에서나 훨씬 성숙해졌다"라며 칭찬했다.
[코트에 스스로 머리 박는 재치로 한태준의 기를 살려준 한선정 / KOVO(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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