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폭격이 더 위험했다” 네타냐후에 분노 쏟아낸 인질 가족들
이스라엘군 ‘인질 위치’ 정보에 의구심
“안경·보청기 뺏어” 하마스 만행 증언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들이 억류 기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폭격이 오히려 자신들을 다치게 할 뻔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지금까지 가자지구 공격이 자국 인질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인질들의 정확한 위치 정보를 갖고 있다”며 반박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석방 인질들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전날 면담 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3살배기 쌍둥이 딸 엠마, 율리와 함께 풀려난 샤론 알로니 쿠니오는 “당신들(이스라엘 정부)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는 폭격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딸들이 계속 ‘아빠는 어디 있어요?’라고 묻는데 나는 아이들에게 ‘나쁜 사람들이 아빠를 풀어주고 싶지 않아 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이자 샤론의 남편 데이비드는 여전히 하마스에 억류돼있다. 데이비드는 아내와 딸이 석방되기 3일 전 이들과 분리돼 별도의 공간으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또 다른 여성 인질은 “당신들에겐 정보가 없다. 우리가 어떻게 폭격당했는지 보라”며 네타냐후 총리를 몰아세웠다. 그는 남편이 아직 가자지구에 남아있다면서 “내 남편은 상황을 참을 수가 없어 매일 자기 얼굴을 피가 날 때까지 주먹으로 때렸다”고 전했다.
하마스 만행에 대한 증언도 쏟아졌다. 한 석방 인질은 “하마스 대원들이 안경과 보청기를 빼앗아 고령 인질들은 보고 듣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넘어지는 것만으로도 생명이 위험하다”며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WSJ는 “이 면담엔 아직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가족들도 참여했는데 석방 인질들 발언에 매우 불안해했다”고 보도했다. 22세 아들이 하마스에 붙잡힌 셰이 웬커트는 “정부가 인질들을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믿었지만, 이날 석방 인질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경악했다”고 말했다. 일부 참가자는 증언을 듣던 도중 슬픔을 참지 못하고 회의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모든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은 이 전쟁에서 우리의 세 가지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하레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면담 과정에서 “현재로선 그들(인질들)을 모두 데려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해 가족들의 빈축을 샀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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