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돈줄 말라, 침략한 푸틴에게 유리해져
유럽에서도 헝가리 등 정치 갈등으로 인해 우크라 지원 '흔들'
푸틴은 서방 지원 끝나기만 기다려...내년 美 대선 주목
[파이낸셜뉴스] 약 2년 동안 러시아의 침공을 막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유럽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위기에 몰렸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내년에 미국의 정권 교체를 기다린 다음 서방의 지원이 끊기면 손쉽게 우크라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본다.
공화당은 민주당 정부가 우크라를 돕고 싶다면 먼저 멕시코 국경에서 유입되는 불법이민자 규제를 강화하고 관련 예산을 늘리라는 입장이다. 공화당은 지난 9월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도 예산안에 우크라 지원 예산을 넣자 국경 문제부터 해결하라며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현재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부는 내년 1~2월까지 유효한 임시 예산안으로 버티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는 지난 10월 민주당과 임시 예산안에 합의했다는 이유로 같은당 하원의장까지 몰아냈다.
바이든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같은달 20일 미 의회에 이스라엘(143억달러)·우크라(614억달러) 군사지원과 대만 등 인도·태평양 국가 지원, 국경관리 강화 등을 패키지로 묶은 1050억달러(약 138조원) 규모의 안보 예산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바이든이 요청한 금액에서 일부 변경된 6일 지원안에는 우크라 정부 운영비 120억달러와 군수 지원 150억달러, 우크라 난민 지원금 23억달러 등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6일 발표에서 우크라에 1억7500만달러(약 23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회가 대통령의 국가안보 관련 추경 예산안을 승인하지 않으면, 이번 지원이 우리가 우크라에 제공할 수 있는 마지막 안보 지원 중 하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이 지배하는 하원은 바이든의 요청을 무시한 채 지난달 2일 이스라엘에 단독으로 143억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하는 예산안을 가결해 상원으로 보냈다.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루이지애나주)은 이달 발표에서 우크라 지원 예산에 대해 "미국의 국경 안보법을 바꿀 수 있는 법안 제정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6일 연설에서 "나는 국경 문제에서 중대한 타협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2004년 EU에 가입한 헝가리는 2010년 오르반의 재집권 이후 EU와 마찰을 빚었다. 오르반 정부는 2011년 사법부를 무력화하면서 EU의 민주주의 요구 사항을 위반하기 시작했으며, EU 지속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부패와 권력 편향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이에 EU는 2020년부터 회원국에게 주던 코로나19 지원금을 동결하는 등 헝가리를 압박했다.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전부터 러시아 쪽에 기울어 있던 오르반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 지원 및 러시아 제재에 끊임없이 반대했다. 일부 외신들은 헝가리의 돌출 행동이 동결된 EU 지원금을 받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는 전쟁이 길어지면서 다른 유럽 국가와도 불화를 빚고 있다. 우크라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폴란드 정부는 지난 9월 자국의 농업 보호를 위해 우크라 농산물 수입을 금지했으며 이에 우크라가 반발하자 무기 지원을 중단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6일 영국 언론들은 폴란드에서 우크라로 향하는 각종 자선단체와 비정부기구(NGO)의 물자 트럭 수천대가 약 1개월 동안 국경을 넘지 못했다고 전했다. 폴란드 트럭 운전사들은 우크라 운전사들이 허가증 없다 EU에 들어와 운송 영업을 한다며 국경 봉쇄 시위를 하고 있다.
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의 샬란다 영 국장은 4일 존슨에게 서한을 보내 "의회의 조치가 없을 경우 올 연말까지 우크라에 무기와 장비를 보낼 재원이 바닥난다"며 "돈도 떨어지고 시간도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 대통령 비서실장도 5일 "미 의회에서 지원이 연기된다면 해방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쟁에서 패배할 위험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 외무장관은 6일 발표에서 "우리에게 100달러가 있어도 싸울 것이며 1달러 밖에 없다 하더라도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러시아의 푸틴이 내년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우크라 지원 종료를 주장했다. 푸틴은 지난 10월 연설에서 우크라가 “매달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지원”에 고무돼 있다면서 “한번만 끊겨도 1주일이면 (우크라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난달 서명한 내년 러시아 정부 예산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9%로 옛 소련 붕괴 이후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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