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잠깐 나 좀 봐요!" "네?"‥계속 따라오던 '유모차 아저씨'
지난 10월 29일 저녁 경기 화성시의 한 편의점.
검은 옷을 입은 20대 남성 A씨가 편의점에서 기프트카드를 잔뜩 삽니다.
150만 원어치에 달하는 카드 뭉치를 들고 편의점을 나간 A씨.
편의점 옆으로 가 방금 산 기프트카드를 정리하는 듯합니다.
그때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산책하던 한 남성이 무슨 이유에선지 A씨를 빤히 쳐다봤습니다.
[산책하던 남성] "편의점에서 아기 과자를 사주려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거기 옆에 벤치에 어떤 그 남자가 무슨 카드를 주섬주섬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보면서 '어 이상하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잠시 뒤, 유모차를 끌고 가던 남성이 인근의 다른 편의점 앞에서 A씨를 또 마주칩니다.
뭔가를 직감한 듯한 남성은 A씨를 뒤따라 편의점으로 들어갑니다.
[산책하던 남성] "마침 또 우연찮게 그 사람을 만나서 그 학생이 편의점 들어가는 걸 보고 그냥 좀 직감했어요. 그때, 확실히."
A씨는 이 편의점에서도 기프트카드를 사려는 듯 둘러보는데, 그때 유모차를 끌고 온 남성이 다가가 A씨를 유심히 보더니 대뜸 말을 건넵니다.
이 남성은 수원남부경찰서 소속의 유창욱 경사.
쉬는 날 두 살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던 9년 차 경찰관이었습니다.
경찰 신분을 밝힌 유 경사는 "왜 이렇게 기프트카드를 많이 사냐"며 "아무래도 보이스피싱에 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하고, A씨의 전화까지 대신 받으며 상황 파악에 나섭니다.
[유창욱 경사/수원남부경찰서] "물어보니까 '검사 어쩌고저쩌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거 사기다. 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다. 내가 이전에 사이버수사팀에서 근무한 적 있었는데, 이런 거 많다."
잠깐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것도 잊은 듯 통화에 열중한 유 경사.
검사를 사칭하던 보이스피싱범은 곧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유창욱 경사/수원남부경찰서] "(피해자에게) '몇 살이냐' 그랬더니 스무 살이래요. '돈은 어디서 났냐' 그랬더니 장학금이라는 거예요. 아, 이거 사기다."
상황을 확인한 유 경사는 현장에서 A씨가 더 이상 기프트카드를 사지 못하게 했고 경찰에 신고도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경찰은 "쉬는 날에도 눈썰미를 발휘한 경찰관이 200만 원의 추가 피해를 예방했다"며 "수사기관 등을 사칭하며 현금이나 기프트카드 등을 요구하는 경우 무조건 보이스피싱이니,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화면 제공 : 경기남부경찰청)
곽동건 기자(kwak@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ociety/article/6550912_36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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