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비트코인'에 대한 우려, 오디널스가 해답일까[비트코인 A to Z]

입력 2023. 12. 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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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블랙록, 프랭클린탬플턴, 아크인베스트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줄줄이 관련 상품 승인을 신청하며 미국의 규제기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소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약 10년 동안 SEC로부터 번번이 승인을 반려당했던 비트코인 ETF가 이번에는 승인될 확률이 90% 이상이라며, 내년 반감기와 더불어 대세 상승장이 연출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게다가 블랙록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를 신청한 것을 보면, 사실상 비트코인 ETF 승인이 확실시되었고 아직 발표만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비트코인 ETF에 대한 두 가지 관점

흥미로운 점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대하는 업계의 시각이 나뉜다는 점이다. 한쪽은 현물 ETF로 인해 기관 자금이 유입되고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비트코인 진영의 승리라는 입장이다. 주로 비트코인 현물을 이미 많이 보유해서 가격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나 관련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이 이에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상장사 중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창업자 마이클 세일러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기관 자금 유입의 물꼬를 터줄 것이라 주장한다.

반면,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는 금융상품인 ‘페이퍼 비트코인’이기 때문에 정부와 기관의 통제에서 벗어난 대안화폐를 만들겠다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전에서 어긋난다는 입장도 있다. 예를 들어 비트맥스 거래소 창업자 아서 헤이즈는 블랙록과 같은 기업들은 국가의 대리인이기 때문에 이들이 출시하는 ETF가 인기를 끌 경우 비트코인의 본래적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블랙록은 미국에 상장된 주요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양쪽 진영 모두 의견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의 승리’는 관점에 따라 주류 진입일 수도, 가격 상승일 수도, 대안적인 화폐로 기능하는 것일 수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필자가 판단할 영역이 아니다. 다만 이 시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주제는 두 가지다. 1) 금융상품화된 페이퍼 비트코인(오프체인)은 리얼 비트코인(온체인) 대비해서 흥행할 것인가? 2) 만약 페이퍼 비트코인이 주류가 된다면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지속 가능한가? 이 두 가지 주제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정부 입장에서는 거래소보다는 금융기관을 통한 페이퍼 비트코인 투자를 장려할 유인이 있다. 왜냐하면 거래소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비트코인을 역외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출금하기가 쉬운데 이는 탈세, 자본 유출, 테러자금, 마약 등 불법적인 활동에 쓰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거래소에서 직접 투자하는 것 대비 간접투자에 세제혜택을 줘서 수요를 유인하는 것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이유이다.

게다가 크립토에 능숙한 영민한 일부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거래소에서 산 코인을 개인 지갑으로 출금해 온체인 네트워크에서 거래하는 것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할뿐더러 큰 관심이 없다. 단지 코인에 투자하는(혹은 투기하는) 입장에서 거래소가 제공하는 UX/UI가 편리하고 익숙하기 때문에 사용할 뿐이다. 하지만 거래소는 아무래도 경영진의 도덕성, 컴플라이언스 부재, 해킹 이슈 등 블랙록과 같은 대형 금융기관보다 신뢰가 떨어진다. 따라서 ETF와 같은 간접투자 상품이 활성화된다면, 기관 자금뿐 아니라 크립토에 익숙하지 않은 개인 투자자의 자금 역시 거래소가 아닌 금융기관으로 옮겨갈 유인이 있다.

만약 페이버 비트코인이 주류가 됐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되면, 온체인 네트워크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아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존속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참고로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주체는 거래소, 금융기관, 투자자가 아닌 채굴자다. 채굴자는 전기와 ASIC 채굴기를 활용해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작동할 수 있도록 리소스를 투여한 대가로 보상을 받는다.

이때 채굴자의 수입은 블록이 생성될 때마다 받는 신규 블록 보상과 온체인 네트워크 거래 수수료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온체인 거래가 활발한 불장에서는 채굴자 수입에서 거래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남짓한 수준이지만, 온체인 거래가 저조한 베어장에서는 5% 미만의 수준이다. 다시 말해서 채굴자의 수입은 대부분 신규 블록 보상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신규 블록 보상이 4년 주기마다 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인데, 2024년 4월 반감기 이후에는 신규 블록당 보상이 3.25 비트코인(현재는 6.5 비트코인)으로 줄어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2배 이상 되지 않는 이상 채굴자의 신규 블록 보상 수입에는 타격이 갈 수 있다.


 2030년에 비트코인 99% 채굴 완료

다음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보자. 만약 반감기가 지속되어 신규 블록 보상이 줄어든 상태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임계점에 도달하여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어떨까. 이때 채굴자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온체인 거래 수수료가 증가하거나(매출 증가) 혹은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받고 ASIC 효율성을 개선하여(비용 절감) 수익을 내야 한다.

이때 경쟁에서 도태된 채굴자는 채굴기의 전원을 끄고 시장에서 퇴출되고 채굴 난이도는 조절된다. 하지만 이탈하는 채굴자가 많아지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보안은 저하되고 네트워크의 존속 가능성에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현재 채굴된 비트코인은 전체 2100만 개 대비 93% 수준이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채굴자 비용 절감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존속되기 위해서는 온체인 거래 수수료가 지금보다 많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 만약 ETF가 인기를 얻어 페이퍼 비트코인이 주류가 되면 설상가상으로 온체인 네트워크 거래 수수료는 더욱 줄어들고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디널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오디널스란 비트코인의 Sat(비트코인의 최소 기본 단위인 0.00000001 BTC)에 일련번호를 할당하여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오디널스를 통해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을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대체불가능한 수집품이라는 측면에서 오디널스는 일종의 비트코인 NFT로도 불린다.

비트코인 펑크, 비트코인 프로그 등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특화된 PFP NFT도 등장했다. 블록체인에 URL을 저장하고 실제 데이터는 제삼자 서버에 저장하는 대부분의 이더리움 NFT와는 달리 오디널스는 데이터가 그대로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저장된다는 점에서 NFT 시장에 주목할 만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NFT가 사실은 원본 데이터가 아니라 URL이 블록체인에 저장된다는 것을 비판했는데, 그의 논리는 오디널스 진영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2023년 들어 주목받은 오디널스는 비트코인의 본래적 비전(국가와 중앙은행의 통제로부터 벗어난 대안 화폐)과 일치하지 않아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진영 내부에서도 논란을 낳았다. 순수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은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무가치한 데이터로 혼잡해진다며 불만을 제기했지만, 오디널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잠자고 있던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주장을 했다. 예를 들어 애니모카의 창업자 얏시우는 오디널스 덕분에 비트코인은 ‘가치’를 저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문화’까지도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며 오디널스를 옹호했다. 

어쨌든 오디널스 열풍 덕분에 비트코인 네트워크 온체인 거래 수수료가 는 것은 사실이다. 순수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은 대안 화폐로 기능해야 할 비트코인이 괴상한 이미지 때문에 혼잡한 것을 원하지 않을 테지만, 수수료가 늘어난 채굴자의 입장은 다르다. 오디널스 열풍이 한창일 2023년 2분기에 온체인 거래 수수료는 채굴자의 수입에서 약 10~15% 수준을 차지했다. 다시 말해 오디널스 덕분에 비트코인 온체인 네트워크가 활성화됐고, 이는 채굴자의 수입 증대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다. 

현재 오디널스의 시가총액은 이더리움 NFT 시가총액의 약 5% 남짓한 수준으로 상당한 성장 여력이 있다. 만약 오디널스 생태계의 성장이 지속된다면, 페이퍼 비트코인이 활성화되고 반감기로 인해 신규 블록 생성 보상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채굴자에게는 오디널스 활성화로 인한 온체인 거래 수수료가 짭잘한 수입원이 될 수 있다.

2100만 개의 비트코인이 모두 채굴되는 시점은 2140년이지만, 2030년도에 이미 99%의 비트코인은 채굴될 것이다. 이때쯤이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어떻게 진화해 있을지, 오디널스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한중섭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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