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들에 “투표를 지켜라” 촉구…또 민주주의 위협 우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내년 열리는 대선에서 “투표를 지켜라”라고 촉구하고 있다. 선거가 열리기 이전부터 ‘부정선거’ 가능성을 사전에 제기하며 지난 대선과 비슷한 대선 불복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우리는 필요한 모든 표를 얻었다”면서 “(지지자들이) 표를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향해 디트로이트(미시간), 필라델피아(펜실베니아), 애틀란타(조지아) 등의 도시에 들어가서 투표를 지켜보라고 촉구했다. 이 지역들은 미국의 대표적인 경합지역으로, 지난 대선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모두 승리하면서 트럼프의 패배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비롯한 극우 인사들은 이미 몇달 전부터 이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왔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극우 인사 마이클 플린은 지난 몇 달간 각종 인터뷰, 연설, 게시글 등에서 반복적으로 이 표현을 사용해왔다. 플린의 측근인 빅터 멜러는 플로리다에 ‘투표를 지켜라’라는 새로운 단체를 만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대선 전부터 선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지지자들에게 폭력을 조장하고 선거 시스템과 유권자들을 위험에 빠트리게 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의 ‘부정선거’ 가능성을 미리 경고하고, 트럼프의 승리를 위해 개입할 것을 부추긴다고 우려하고 있다.
플린 전 보좌관은 지난 7월 이후로 최소 8번 이상 공개적으로 이 표현을 사용했고, 지난달 엑스(옛 트위터)에 ‘(투표를) 우려하는 시민 보호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위험한 연설 프로젝트’의 설립자인 언론인 수잔 베네쉬는 “(트럼프의 메시지는) 선거가 이미 끝났다, 결정됐다는 뜻을 시사한다”면서 “(트럼프는) 실제 부정선거로부터 선거를 보호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트럼프가 승리하지 않는 결과로부터 보호하려는 건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투표를 보호하자는 것은 투표 사기가 일어나는 지역에서 유권자의 사기 행위를 막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의 수사적 스타일에 관한 책을 쓴 정치수사학자 제니퍼 메르시에카 텍사스 A&M대학 교수는 “이 프레임은 민주주의와 민주적 절차의 언어가 아니라 전쟁의 언어”라면서 “이것이 파시즘이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정치는 전쟁이고, 적은 속임수를 쓴다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선거에서 부정행위가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듭된 주장은 지지자들을 음모론에 끌어들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선거 당국은 안전한 선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트럼프를 비롯한 어느 누구에게도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필라델피아 선거 당국은 “2020년 선거 결과는 완전히 공정하고 정확했으며, 2024년 대선도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트로이트시 관계자는 “우리는 겁먹지 않는다”면서 “우린 준비되어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선거가 시행되기 전부터 부정선거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면서 지난 ‘1.6 의회 폭동’과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컬럼비아대 티모시 나프탈리 선임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이는 미국 선거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려고 하기 때문에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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