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국에 일대일로 탈퇴 통보”…G7 중 유일하게 참여했다 4년만 돌아서

이종섭 기자 2023. 12. 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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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10월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한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가운데)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한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국이었던 이탈리아가 중국 측에 일대일로 탈퇴를 공식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 우려에 대해 일대일로 사업 참여와 상관 없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이탈리아를 직접 겨냥해 비판하는 것을 자제하면서도, “일대일로 협력 공동 건설을 먹칠·파괴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하고, 진영 대결과 분열 조장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탈리아가 며칠 전 내년 3월 만료되는 일대일로 협정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중국 정부에 공식 서한으로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육상과 해상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등을 연결해 거대한 경제벨트를 만든다는 구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이 다수 참여하고 있지만, 서방 주요국 가운데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는 이탈리아가 거의 유일했다. 이탈리아는 중국에 민감한 기술과 중요 인프라에 대한 통제를 허용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와 경고에도 2019년 G7 국가 중 유일하게 중국과 일대일로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일대일로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평가 속에서 4년만에 협정 탈퇴를 결정한 것이다. 양측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는 지난해 10월 조르자 멜로니 총리 취임과 함께 이미 예견돼 왔다. 멜로니 총리는 취임 당시 “일대일로에 참여한 것은 실수”라며 탈퇴를 시사했다. 이탈리아가 중국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을 감수하고 일대일로 탈퇴를 결정한 데는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지난해 이탈리의 대중국 수출액은 165억 유로(약 23조5000억원)에 그쳤지만, 프랑스와 독일의 수출액은 각각 230억유로(약 32조7000억원)와 1070억유로(약 152조3000억원)에 달했다”며 “실크로드는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협정을 체결한 2019년의 대중국 수출액이 약 130억유로(약 18조5000억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일대일로 참여 이후에도 대중국 수출에 큰 변화는 없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는 일대일로 탈퇴를 검토하면서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노력해왔다.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지난 7월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고 어떻게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하느냐”라며 “중국이 경쟁자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파트너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는 일대일로 탈퇴가 대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리는 더 이상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중국과 훌륭한 관계를 유지할 의사를 갖고 있다”면서 “다른 G7 국가들은 일대일로에 참여한 적이 없음에도 우리보다 중국과 더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한편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일대일로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환영받는 국제 공공 제품이자 가장 큰 규모의 국제 협력 플랫폼”이라면서 “올해 10월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베이징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고, 이탈리아를 포함한 151개 국가와 41개 국제조직의 대표가 참석해 458건의 (사업)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일대일로 협력 공동 건설을 먹칠·파괴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하고, 진영 대결과 분열 조장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의 반응과 관련해서는 미국 비판에 더 무게를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중국이 이탈리아의 탈퇴 움직임이 본격화한 뒤에도 이탈리아를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중국발 위협’을 꾸며낸 미국이 협력을 방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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