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1세기판 실크로드’에서 이탈리아 반도는 빠진다

신기섭 2023. 12. 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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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중국에 '일대일로'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이탈리아 안사 통신은 6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탈리아 정부가 며칠 전 중국에 일대일로 사업 협정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공식 통보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피하며 사업에서 빠지는 방안을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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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일대일로’ 탈퇴 공식 통보
경제적 실익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
“전략적 파트너 구축 의지는 재확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왼쪽)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고 있다. 발리/AP 연합뉴스

이탈리아가 중국에 ‘일대일로’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이탈리아 안사 통신은 6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탈리아 정부가 며칠 전 중국에 일대일로 사업 협정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공식 통보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정부가 안토니오 타야니 외교장관의 지난 9월 초 중국 방문 이후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중국은 그의 방중을 계기로 사업 탈퇴를 막아보려 했으나 설득에 실패했다. 앞서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은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지난 9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탈퇴 의사를 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탈리아 총리실은 통신의 사실 확인 요청에 “노코멘트”(논평 거부)라고만 답했다. 협정은 내년 3월 공식 종료된다.

이탈리아가 탈퇴 결정을 내린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전체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는 이른바 ‘디리스킹’(위험 완화)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경제적 효과가 애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의 대중국 수출은 일대일로 참여 당시인 2019년의 130억유로(약 18조5천억원)에서 지난해 164억유로로 늘었다. 같은 기간 대중 수입은 317억유로에서 575억유로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탈리아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411억유로까지 치솟았다.

나아가 미국 등이 중국이 주요 7개국(G7)의 일원인 이탈리아의 중요 인프라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극히 경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내년 주요 7개국 회의 의장을 맡아야 하는 멜로니 총리가 결단을 내린 모양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앞선 6월엔 자국 타이어 업체 피렐리의 주요 주주인 중국 국영 기업 시노켐(중화)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 선임 문제에 직접 개입한 바 있다.

이탈리아가 이 사업에 참여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대중 관계를 중시했던 2019년 3월 주세페 콘테 총리 때였다. 이후 지난해 10월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부가 들어선 뒤 ‘탈퇴’를 시사하는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 참여한 것은 실수”라고 말했고, 귀도 크로세토 국방장관도 참여 결정이 “즉흥적이고 형편없는 행동”이었다고 폄하했다. 타야니 외교장관은 9월2일 이탈리아 북부 체르노비오에서 열린 경제 포럼에서 “실크로드는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은 독일과 프랑스의 대중국 수출은 각각 1070억유로와 230억유로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피하며 사업에서 빠지는 방안을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안사 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두 나라가 최근 접촉에서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재확인했으며, 내년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일대일로란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 올라선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9월 발표한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잇는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기반시설 구축 사업이다. 이후 10년 동안 시 주석을 상징하는 핵심 사업으로 발돋움했지만, 아프리카·아시아 개발도상국을 ‘부채 함정’에 빠뜨린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더해 주요 7개국 가운데 유일한 참가국이었던 이탈리아가 빠지면서 사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일대일로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환영받고 규모가 큰 국제 협력 플랫폼”이라며 이에 “먹칠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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