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휴대폰을 몇 년에 한 번씩 바꾸나요?

안혜민 기자 2023. 12. 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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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전자폐기물

✏️ 마부뉴스 네 줄 요약

· 스마트폰 신규 모델 발표 주기를 살펴보니 애플은 282.3일, 삼성은 192.5일, 샤오미는 101.4일마다 스마트폰 신규 모델을 발매하고 있습니다.

· 글로벌 기준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는 43개월로 조사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약정'의 영향으로 그보다 훨씬 짧은 2년 9개월로 조사됐습니다.

· 기업들은 새로운 모델을 발표하고, 사용자들은 약정 등을 이유로 새로운 모델로 교체하면서 버려지는 스마트폰의 양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이어폰, 모니터 등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전자폐기물은 2019년 기준 5,360만 톤으로 집계됐습니다.

· 전자폐기물은 어떠한 폐기물보다도 지역별 격차가 큰 폐기물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에게 전자폐기물을 불법적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은 마부뉴스를 어떤 화면을 통해 보고 있나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보고 있을까요, 아니면 스마트폰 화면일까요? 지난주 마부뉴스를 열어본 구독자 중에 모바일을 이용한 독자는 100명 중 12명 정도더라고요. 다른 뉴스레터와 비교했을 때 마부뉴스 구독자들은 상대적으로 모바일보다는 컴퓨터를 통해 편지를 열어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 이야기가 나와서 궁금한 건데 독자 여러분은 현재 어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나요? 마부뉴스를 쓰는 저는 아이폰14 프로를 쓰고 있습니다. 지난여름에 산 모델이라 그런지 여전히 새것 같은 마음으로 잘 사용하고 있죠. 하지만 신규 모델 스펙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괜스레 마음 한쪽이 아리긴 합니다. 내가 먹지 못한 저 포도는 괜히 신포도일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최근엔 갤럭시 S24 스펙이 유출됐더라고요. 4가지 색상에 티타늄 프레임이 적용됐다는 얘기가 들려오던데… 여하튼, 오늘 마부뉴스에선 이 스마트폰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휴대폰을 몇 년에 한 번씩 바꾸나요?
 

갤럭시는 192.5일마다, 아이폰은 282.3일마다


애플이 아이폰을 세상에 선보인 게 2007년 1월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그 전설적인 프레젠테이션이 2007년 MacWorld 키노트 발표에서 진행됐죠. 2007년 6월 29일 아이폰이 발매됐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그 후폭풍이 전 세계를 뒤덮어 스마트폰 열풍이 몰아치게 됐죠. 2007년 아이폰을 시작으로 애플은 2008년엔 아이폰 3G, 2009년엔 아이폰 3GS 등을 발표했습니다. 사실상 매년 신규 모델을 발표하고 있죠. 2013년부터는 한 해에 2개 이상의 모델을 발표하고 있더라고요. 2022년엔 3월, 9월, 10월 등 한 해에만 3차례의 발표를 했고, SE3, 14, 14Pro, 14Pro Max, 14Plus 이렇게 5가지 신규 모델을 소개했습니다.

아이폰 대항마로 등장한 건 바로, 삼성의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였습니다. 아이폰보다 3년 늦은 2010년에 갤럭시S를 선보인 삼성은 애플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신형 모델을 출시하고 발표했어요. 바로 이듬해에만 3차례의 발표를 했고, 3G, LTE, HD LTE 이렇게 3가지 신규 모델을 론칭했습니다. 기업별로 신규 모델 발표 주기를 비교해 보면 삼성은 1년에 평균적으로 1.8회의 신규 모델을 론칭했고, 애플은 1년에 평균 1.3회 진행했습니다.


애플과 삼성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어왔지만, 사실 이 시장은 훨씬 더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1, 2위는 역시나 삼성과 애플입니다. 삼성이 20%, 애플이 1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바로 그 턱 밑에 와 있는 기업들을 보면, 다 중국 기업들이죠. 점유율 3위는 12%의 샤오미이고, 오포와 비보가 공동 4위를 차지했습니다. 두 기업 모두 올해 3분기에 8%의 점유율을 갖고 있었고요.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샤오미의 신규 모델 발표 주기는 압도적으로 짧습니다. 평균 101.4일로 삼성(갤럭시S 시리즈)의 192.5일과 애플(아이폰 시리즈)의 282.3일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죠. 2015년 정도만 하더라도 170일 가량의 주기였는데, 어느새 100일 가까이로 줄어들었어요. 이렇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견제하기 위해서 삼성과 애플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중국과 발맞춰서 신제품 출격을 점차 빠르게 하는 것이겠죠. 당장 삼성의 S24 출시일이 1월로 앞당겨지기도 했으니까요.


신규 모델이 시장에 나오면 자연스레 원래 쓰던 스마트폰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괜히 내 폰의 속도가 느려 보이기도 하고 말이죠. 실제로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될 때마다 구글에선 'iPhone slow' 검색량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주요 아이폰 모델이 출시될 때 마다 'iPhone slow'의 검색량이 출렁이는 걸 볼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년 신규 모델을 살 순 없는 법. 기능에 하자도 없고 고장이 나지도 않았는데 바꿀 순 없잖아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마트폰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고, 그 영향으로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길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 전 세계 기준,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는 43개월. 2020년의 40개월보다 늘어나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조금은 다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약정'이라는 녀석에 묶여있기 때문이죠. 2018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를 물어봤을 때 평균 2년 9개월로 조사됐어요. 3년 넘게 사용하는 경우는 전체의 27.3%에 불과했습니다. 3년 미만을 주기로 교체하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 55.9%나 됐고요. 교체하는 이유 역시, 기기 고장보다 약정이 끝났다는 게 더 많았습니다. 약정이 끝나서가 32.7%, 고장이 32.3%였습니다. 성능 저하는 16.3%에 불과합니다.

 

버려지는 건 스마트폰만이 아니다

독자 여러분은 새로 산 스마트폰 때문에 처치 곤란해진 쓰던 스마트폰을 어떻게 하나요? 여전히 인기 있는 모델이라면 중고거래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인기가 없는 모델이거나 고장 난 스마트폰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마도 폐 전자기기함 속으로 버려지게 될 겁니다. 혹은 저처럼 버리지 못하고 계속 간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요.

휴대폰은 고장이 나면 AS 받아서 고칠 수라도 있지, 다른 전자기기는 고치기도 번거롭죠. 에어팟에 들어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매일 사용할 경우 1년 반에서 2년 사이에 다 소모되거든요. 소모된 이후엔 충전을 해도 빨리 닳아버리니 계속 사용하기 애매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럴 경우의 선택지는, 쓰던 이어폰을 버리고 새로운 이어폰을 구매하는 게 속 편할 겁니다.

무선 이어폰뿐 아니라 오래된 모니터, 태블릿 PC, 노트북 등… 우리 주변에 가득한 전기, 전자제품들은 결국 끝이 있고 언젠가는 버려지게 됩니다. 전기, 전자제품들은 정말 다양한 영역에 걸쳐서 있어요. 일상적인 우리 가정 속은 물론, 태양광 발전에도 들어가 있고 교통시설에도, 또 건강 관련 제품도 있죠. 최근 스마트홈이나 스마트시티 등 IoT 분야가 발전되면서 더 많은 전기, 전자제품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만큼 버려지는 제품들도 많을 겁니다. 이렇게 버려진 녀석들을 일컬어 전자폐기물이라고 부르죠. 전자폐기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폐기물입니다. 매년 3~4% 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UNitar(유엔훈련조사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전자폐기물은 5,360만 톤에 달해요. 이 양은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모든 상용 여객기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양입니다. 그리고 2030년엔 그 규모가 7,400만 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전자폐기물은 크게 6가지(소형 기기, 대형 기기, 온도 교환 기기, IT&통신 기기, 램프, 모니터)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중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선풍기, 청소기 같은 소형 기기에서 나온 폐기물이입니다. 2019년 기준 소형 기기에서 나온 전자폐기물은 1,740만 톤. 소형 기기 전자폐기물은 2014년 이후 연평균 4%가 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자폐기물의 늘어나는 양도 문제지만, 그 폐기물이 재활용이 안 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UNitar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자폐기물 중에 재활용된 건 17.4%에 불과하거든요. 그래도 유럽에선 재활용 비율이 42.5%로 높은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지역은 11.7%뿐이 안됩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요? 수거 자체가 어려운 것도 있지만 플라스틱 문제가 있습니다. 전자폐기물의 주요 구성품 중 하나가 플라스틱이거든요. 전자폐기물에 사용된 다양한 금속을 재활용하려면 이 섞여있는 플라스틱을 골라내야 하는데, 이게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라 쉽지 않아요.
 
Q. 그러면 폐전자기기는 어떻게 버려야 할까요?

우리나라는 폐전기·전자제품을 무상으로 수거하고 있습니다. 제품 종류에 따라 배출 방식이 다른데, 먼저 밥솥, 다리미, 선풍기 등 소형 가전의 경우 '소형 폐가전 수거함'에 넣으면 되죠. 이 수거함은 주민센터와 각종 공공기관에 마련되어 있는데, 내 주변 수거함이 어딨는지 궁금하면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폐휴대폰 ATM인 '민팃ATM'의 위치도 확인할 수 있어요.
[ https://www.re.or.kr/info/listPickupPage.do ]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은 제조사가 직접 수거하고 있는데, 이 사이트에서 예약하면 수거 기사님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폐가전제품을 수거해 가십니다. 관심 있으면 한 번 들어가 보세요. ��
[ https://15990903.or.kr/portal/main/main.do ]
 

선진국이 사용한 제품은, 개발도상국에 버려진다

전자폐기물은 어떠한 폐기물보다도 소득별 격차와 지역별 격차가 큰 폐기물입니다. 왜냐하면 소득이 많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고가의 전자 제품을 많이 사용할 기회가 있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한 번 소득 수준별로 가전제품을 평균적으로 얼마나 보유했는지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 1인당 평균 구매력이 51.6달러인 고소득층은 평균적으로 노트북 1.6개, 전등 16개, 휴대폰 1.4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1인당 평균 구매력이 1.3달러인 저소득층은 노트북 0.1개, 전등 4개, 휴대폰은 0.6개를 보유하고 있죠.

국가 단위로 비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발전된 선진국에선 전자제품, 전기제품을 많이 사용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사용량이 많지 않아요. 2019년 기준으로 미국에선 1인당 21kg, 캐나다에선 20.2kg만큼의 전자폐기물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선 1명당 16.2kg의 폐기물이 나오고 있고요. 우리나라도 1인당 15.8kg라는 상당한 전자폐기물을 배출하는 선진국 중 하나죠. 반면 아프리카는 어떨까요? 아프리카 대륙의 12억 인구는 1인당 평균 2.5kg의 전자폐기물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개발도상국에서 훨씬 더 많은 전자폐기물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처리장과 매립지로 고통받는 건 전자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선진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이라는 불편한 진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선진국에선 발생한 폐기물을 개발도상국에게 불법적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보다 불법 거래가 훨씬 더 비용이 저렴한 만큼 많은 국가들이 이 방법을 이용하고 있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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