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美 지원 끊기나···공화당, 80조원 지원안 제동

뉴욕=김흥록 특파원 2023. 12. 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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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예산 등 지원안’ 상원 절차 표결 부결
공화 “남부 국경 이민 문제가 우선”···당론 반대
바이든 “푸틴에게 선물 주는 행위” 비판
美, ‘2300억원’ 기존 지원안 집행···“마지막 일수도”
우크라이나에서 한 병사가 포탄을 옮긱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80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계획을 담은 안보 예산안이 미국 상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지원안 보다 미국 남부 멕시코 국경으로 유입되는 이민자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산 처리의 난항이 길어지거나 결국 부결될 경우 우크라이나 전황에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상원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을 포함한 1105억 달러(약 145조원) 규모 지원안을 절차 표결(procedural vote)에 올렸지만 찬성 49, 반대 51로 부결됐다. 표결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체 100명 중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날 절차 표결 문턱을 넘지 못 한 이 법안에는 추가 안보 지원 약 500억 달러, 키이우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금액 등 총 660억 달러의 우크라이나 지원내용이 담겼다.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싸우는 이스라엘에 14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날 표결에는 공화당 의원들이 당론으로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이민자 문제부터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오늘 투표는 민주당 지도부에게 공화당 의원들이 말하는 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데 필요한 일”이라며 “바로 여기 우리의 집을 포함해 미국 안보의 최우선 순위를 해결하는 일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의원은 예산안에 포함된 이스라엘 지원 계획에 우려를 표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막판에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추후 다시 예산안 표결을 부칠 수 있도록 막판에 반대표로 바꿨다고 CNN은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은) 푸틴이 바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기꺼이 주려 한다”며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우리의 세계적 리더십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고 공화당을 비판했다. 민주당 크리스 쿤스 의원은 “미국이 믿을만한 동맹국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하고, 이를 보여주는 데 필요한 마지막 세부 사항들을 긍정적으로 해결해갈 수 있는 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부결로 지원 법안에 대한 논의를 기약하기는 어려워졌다. 현재 민주당이 상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공화당(49명)의 협조 없이는 절차 표결 성사에 필요한 찬성표(60명)를 채우기 어렵다. 이에 공화당이 당론을 변경하거나, 민주당이 국경 예산 등 국경 정책에 대해 양보하지 않는 한 추가 지원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은 구도다.

민주당이 공화당의 국경 보안 예산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슈머 원내대표가 지난 5일 국경 정책 개정안을 법안에 추가하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인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극단적인 공화당 의원들은 우크라이나 자금 지원을 그들의 당파적인 국경 정책과 엮으며 우리의 국가 안보를 걸고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면서도 “나는 국경 문제에서 중대한 타협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이 끊긴다면 전쟁이 유럽 또 다른 곳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제어하지 않으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중 하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럴 경우 미군이 러시아와 싸우는 상황을 맞이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역사는 자유의 대의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을 혹독하게 심판할 것”이라며 “우리는 푸틴이 이기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1억7500만 달러(약 2300억 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지원은 ‘대통령 사용 권한(PDA)’을 활용해 미국의 무기 비축분에서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으로, 기존에 결정됐던 지원 계획을 집행하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 장관은 “의회가 대통령의 국가안보 관련 추경 예산안을 승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이번 지원이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마지막 안보 지원 중 하나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원 패키지에는 방공용 탄약을 비롯해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포탄, 대(對)기갑 미사일 등 무기들과 훈련, 수송 지원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고, 미래의 안보를 확보하도록 돕는 것은 우리의 국가안보 이익을 증진하고, 전 세계의 안정에 기여한다”며 “의회는 즉각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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