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진 30대 여의사…장기기증으로 5명 '새삶'

백영미 기자 2023. 12. 7. 11:4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갑작스런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진 30대 대학병원 여의사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떠났다.

서울성모병원은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이은애(34) 임상 조교수가 지난 6일 오후 본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7일 밝혔다.

지난 4일 서울성모병원 외과 중환자실로 이송된 이씨는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을 거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순천향대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달초 갑작스런 뇌출혈 진단 후 뇌사
심장·폐장·간장·신장 기증해 5명 살려
[서울=뉴시스]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이은애(34) 임상 조교수가 지난 6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전공의 시절 고인의 모습.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3.12.0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갑작스런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진 30대 대학병원 여의사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떠났다.

서울성모병원은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이은애(34) 임상 조교수가 지난 6일 오후 본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7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3일 오후 여의도 근처에서 친구들과 식사 중 머리가 아파 화장실을 찾았다. 구토 후 어지러움을 느껴 화장실 밖 의자에 앉아 있던 중 지나가던 행인의 도움으로 근처 응급실로 이송됐다.

구급차 안에서 의식은 있었지만 두통과 구토 증상이 다시 시작됐고, 응급실을 찾은 후에는 경련이 일어났고 곧바로 의식이 저하됐다. 검사 결과 뇌출혈(지주막하출혈)로 진단 받았다.

이씨의 보호자는 전문의로부터 수술을 해도 예후(경과)가 불량할 수 있다는 소견을 듣고, 중환자실에서 보존적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씨는 중환자실 치료 중 경과가 호전되지 않았다. 자발적인 호흡 불가, 대뇌를 거치지 않고 일어나는 '뇌간반사' 소실 등을 보이는 뇌사 상태가 됐다.

보호자는 이씨의 상태가 믿기지 않았지만, 장기이식센터에서 면담 후 뇌사자 장기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 가족들은 아픈 환자를 돌보기 위한 사명감으로 의사가 된 고인의 뜻을 받들어 삶의 끝까지 생사의 기로에 있는 이들을 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4일 서울성모병원 외과 중환자실로 이송된 이씨는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을 거뒀다.

이씨는 중앙대 의대를 졸업한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을 거쳐 순천향대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재직 중이었다.

[서울=뉴시스]故 이은애 교수 영정사진.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3.12.07. photo@newsis.com.

이씨의 부친은 “결혼 후 7년 만에 어렵게 얻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맏딸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딸 아이 친구들 외에는 주변에 부고 소식을 알리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뇌사라는 것이 믿을 수 없어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살던 딸이 생의 마지막 까지 의사의 소임을 다하고,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아프지만 장기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고 했다.

고인의 여동생은 “언니는 중·고등학교를 전교 1등으로 졸업했고, 의대를 차석으로 졸업하고, 전공의 시험에서 전국 1등을 하 등 훌륭한 의료인이자 내 인생의 모토였다”며 ”의사 생활로 힘든 와중에도 가족들의 고민도 항상 들어주고 마음도 헤아려주고 가족을 늘 먼저 위했던 언니를 이렇게 보내야 하는 게 믿어지지가 않고 보내기가 힘들다”며 울먹였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박순철(혈관이식외과) 교수는 “의사로서 최선을 다했던 딸이 끝까지 환자분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고인 가족의 숭고하고 강한 의지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별을 의미하는 ‘스텔라’가 가톨릭 세례명인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2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8일 오전 6시45분, 장지는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이다.

한편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첫 의사(醫師) 장기기증으로 간이식을 시작한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1993년 의사인 아버지를 본받아 가톨릭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으로 재직하던 중 故 음태인(당시 25세) 의사가 불의의 사고로 뇌사판정을 받은 후 간 등 장기기증으로 5명에 새 삶을 선물했다. 직장생활 중 간경화 말기를 진단 받고 한 달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장기기증을 받은 첫 의사(醫師) 간이식 수혜자는 현재까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