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와중 ‘중동 외교’ 보폭 넓히는 푸틴···전투기 호위 받으며 UAE·사우디 순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연달아 방문하며 대중동 외교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두 국가를 방문한 것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이다.
A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했다. 푸틴 대통령은 “어떤 것도 우리의 우호관계 발전을 막을 수 없다”면서 양국 관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이 다음 회담은 모스크바에서 열자고 하자, 빈살만 왕세자는 “물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양국 정상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을 둘러싼 중동 정세, 세계 석유시장 안정 및 OPEC+의 협력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며, 러시아는 OPEC과 비회원 산유국을 아우르는 OPEC+의 핵심 국가다. OPEC+는 최근 추가 감산을 발표했지만 유가는 하락하고 있다.
사우디 측은 이번 회담에 대해 빈살만 왕세자가 “중동지역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양국 간 협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방문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UAE 아부다비를 방문해 셰이크 무함마드 빈자예드 알나흐얀 대통령과 회담했다. 나흐얀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내린 푸틴 대통령을 “나의 친구”라고 부르며 맞이했고, 러시아 국기 색깔의 3색 연기를 내뿜는 환영 에어쇼도 진행됐다.
양국 정상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및 우크라이나 상황, OPEC+ 협력 등을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UAE 방문 당시 두바이에서는 우크라이나 측도 참여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진행 중이었다.
푸틴 대통령이 두 국가를 방문한 것은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중동 순방길에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는 수호이(Su)-35S 전투기 5대의 호위를 받았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밝혔다.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범죄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ICC 체포영장 발부 후 푸틴 대통령은 옛소련 국가와 중국만 방문하는 등 해외 순방을 자제해 왔다. 사우디와 UAE는 ICC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ICC 체포영장 집행에 협력할 의무가 없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이례적인 중동 순방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와중 중동 국가들과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고,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확인시키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7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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