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 ‘판매 금지’ 경고에도…“엔비디아 CEO, 中 수출 지속 의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언론과의 라운드테이블 미팅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당국의 강력한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고사양 반도체 공급을 계속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최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국 기업들에 AI 지원 칩을 중국에 판매하지 말라고 거듭 경고했으나, 황 CEO는 여전히 중국에 고사양 프로세서를 공급하겠다는 희망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싱가포르에서 기자들에게 “우리의 계획은 이제 미국 정부와 계속 협력해 새 규정을 준수하는 새 제품 세트를 내놓는 것”이라면서 “새 규정에는 추가적인 제한이 있다. 우리는 그러한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새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로이터는 그가 엔비디아가 시장의 조언을 구해야 하고 그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며, 중국 화웨이에 대해서는 ‘위협적인 경쟁자’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지난 8월 말 7나노미터 프로세서를 탑재한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전격 출시하면서, 중국이 미국의 제재망을 뚫고 첨단 반도체 개발의 돌파구를 마련했음을 전세계에 알렸다.

앞서 러몬도 장관은 지난 2일 중국 같은 적대 국가를 겨냥한 수출통제를 우회할 목적하에 수정 설계한 칩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미 엔비디아는 미국 당국이 AI 반도체 판매를 차단하기 위한 규정을 내놓은 직후, 중국 시장용 첨단 반도체를 재설계하려 했다는 이유로 최근 수 주 동안 조사를 받았다.

당시 러몬도 장관은 한 국방포럼에서 “중국이 이 같은 칩을 손에 넣는 것을 내버려 둘 수 없다. 단언컨대, 우리 최첨단 기술을 중국에 넘겨줄 수 없다”며 규제를 피해 재설계에 나서는 대로 바로 차단에 나서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정부 주도의 대중국 수출통제가 엔비디아의 실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황 CEO는 이날 통상 중국은 엔비디아 매출의 약 20%를 차지했다고 말했으나 이 점유율이 어떻게 바뀔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는 미국의 새 규정으로 인해 중국 내 4분기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WSJ은 최근 미국의 수출 규제 조치로 50억달러(6조6000억원) 상당의 엔비디아 반도체 수출이 이행되지 못할 처지에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엔비디아 측이 새 규제 발효에 앞서 내년 주문 건의 일부를 먼저 공급하려 했으나 미국 당국의 제지로 이를 철회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전문가 등을 인용해 중국 AI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공급에 제동이 걸리면서, 미국의 규제가 오히려 중국 경쟁자들의 도약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WSJ는 엔비디아가 미국의 규제를 피해 H20과 L20이라고 불리는 중국 맞춤형 AI 반도체의 새로운 라인업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을 계속하겠다는 희망으로 수 주 만에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황 CEO는 이날 중국 맞춤형 반도체 개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