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시진핑과 정상회담…“대중 무역적자 560조 용납 못해”
양국 무역 불균형이 주요 쟁점
유럽 27개국이 모인 유럽연합(EU)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7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한 천문학적인 적자를 바로 잡으려는 유럽연합과 이를 방어하는 중국의 논리가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중국 베이징으로 출발한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하고, 오후에는 국무원 수장인 리창 총리와 회담한다. 2019년 현 유럽연합 집행부가 출범한 뒤 각 정상이 따로 중국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집행부 수장 전체가 방중해 대면 회담을 갖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계획보다 일정이 축소되고, 회담 전 서로 비판을 주고받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열린다. 다음 주 유럽연합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집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셸 상임의장이 이틀 일정을 하루로 줄여 조기 귀국하기로 정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방중 직전인 5일 아에프페(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앞으로 (중국과) 무역 관계의 불균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어조로 말해 중국을 긴장시켰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고파는 것은 쌍방의 문제”라며 “유럽연합이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제품의 수출을 엄격히 제약하면서 중국에 수출을 늘리기를 희망한다면 이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유럽연합 소속인 네덜란드 정부가 자국 반도체 장비 회사 에이에스엠엘(ASML)의 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한 것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유럽연합 관계자는 “정상회담의 결정판이 될 만한 뛰어난 결과물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회담 전부터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유럽연합과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국제 기후변화, 식량안보, 보건 문제 등 여러 주제를 논의 탁자에 올리지만 가장 큰 관심사는 양국 간 무역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베를린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12월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목표는 중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무역 불균형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내년 유럽연합 선거에서 연임을 노리고 있어 이 문제에 집중하고 강경한 메시지를 낼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3957억유로(562조원)의 적자를 보는 등 천문학적인 손해를 보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0년대 초중반까지 중국과의 무역에서 1000억~1500억유로의 적자를 내 왔지만, 2018년 이후 적자 폭이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대중 적자가 전년도 2503억유로(355조원)에서 3957억유로로 1년 만에 58%나 급증했다.
유럽연합의 대중 적자가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가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제재가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 있어, 유럽연합은 중국 정부의 불법 보조금 의혹을 제기하며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1년 사이에 점유율을 두 배 가까이 늘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지난 9월 정부 보조금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중국은 여러 논리로 유럽 연합의 공세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 불균형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대유럽 수출액의 3분의 1이 중국에 진출한 유럽 회사들이 자국에 보내는 것이라며 이는 상호 이익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과 무역 및 외교·안보 갈등을 빚는 중국은 유럽연합과 원만한 관계 설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관영 언론 글로벌타임스는 6일 사설에서 “회담에 앞서 중국 측은 중국과 유럽연합은 경쟁자가 아니며 양국의 공통 이익이 차이점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이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유럽 내 중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한 대응이자, 중국과 유럽연합 관계 발전에 대한 중국의 진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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