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김정은 딸 주애는 북한 '4대 세습' 후계자인가 선전수단인가

김혜영 기자 입력 2023. 12. 7. 10:03 수정 2023. 12. 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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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빽] 김주애 앞세운 북한의 노림수는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11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발사 현장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화성-17형 발사보도
역사적인 중요 전략무기 시험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이후 1년 간 김주애는 19차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정은이 군 간부들과 악수하며 지나가자 그를 뒤따라가면서 악수를 하는가 하면, 열병식장에선 레드카펫을 밟으며 인민군을 사열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병식 주석단에 김정은과 나란히 앉기도 했습니다.
김주애에 대한 호칭도 '사랑하는 자제분'에서 '존귀하신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 등으로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모셔지는' 존재로 격상되었습니다.
 
북한 건군절 열병식 보도|2023년 2월
당중앙위원회 비서들이 존경하는 자제분을 모시고 귀빈석에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5성 장군인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이 무릎을 꿇은 장면은 마치 과거 후계자 시절 김정일에게 오진우 당시 인민무력부장이 무릎을 꿇는 장면을 상기시키기도 했습니다.

김주애는 북한의 '수령'인 김정은의 뺨을 아무렇지 않게 만지는가 하면, 최근에는 그를 뒷전으로 하고 본인이 주인공처럼 앞에 나서서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요. 과연 김주애는 사상 초유의 '4대 세습' 후계자로 낙점이 된 것일까요? 아니면, 북핵·미사일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이미지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걸까요? 그리고 공화제를 표방했던 북한은 어떤 논리로 3대에 이어 4대 세습의 가능성까지 시사하게 된 것일까요?
 

정부 "김주애 조기 등판"…후계자 가능성에 무게

일단 정부는 김주애가 처음 등장했을 때 '후계자설'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진 기류가 읽힙니다. '후계자설'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상황을 주시하는 것입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6일 "세습 과정에서 (후계자로) 조기 등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김주애의 세습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자신의 입장에서 볼 때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하고, 이후 준비 과정이 상당히 짧았다. 그런 것들도 고려가 되어서 조기 등판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제도적으로 북한이 2021년 8차 노동당 대회에 '총비서의 대리인'으로 명시된 제1비서직을 신설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최고권력자가 살아 있는데 주변 사람이 제1비서직을 제안하기 어렵다. 절대적으로 김정은 자신이 제안해서 1비서직이 신설됐고, 그것은 권력 승계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며 "제도적으론 제1비서를 만들어서 그걸 공백 상태로 둬왔지만 최근 행보를 보게 되면 김주애를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의원 (지난 10월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영호|통일부 장관 (지난 10월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네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행보를 본다고 한다면 그런 가능성도 열어놓고 봐야 된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얼마 전까지는 '김주애가 후계자일까'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김주애가 후계자일 것 같은데 맞느냐'라고 따져보는 단계"라며 "후계자라고 생각하고 검증을 해봐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김주애가 처음 등장한 날인 11월 18일은 미사일 공업절로 지정됐고, 심지어 김일성이나 김정일 등 선대 지도자들보다도 이른 나이에 기념우표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선 김주애의 백마까지 등장한 데 이어, 북한군이 계속 외쳐오던 '김정은 결사옹위' 구호 외에 김정은의 가족을 결사 보위하겠다는 "백두혈통 결사보위" 구호가 처음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김주애가 아직은 후계자가 아니지만, 후계자의 길을 가고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그리고 김정숙에게만 사용했던 '존귀하신'이라는 표현을 쓴 거라든가 개인 숭배 성격의 용어를 쓴 것에 비춰봤을 때 후계자로 지명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김주애 공개'로 북한이 얻는 것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김주애를 공개석상에 자주 드러내는 것이, 핵·미사일 개발로 한반도 정세를 긴장으로 몰아간다는 비난을 누그러뜨리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본질인데, 그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데 김주애를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김주애는 최근 1년여 동안 19차례에 걸쳐 북한 매체에 등장한 것으로 집계되는데, 이 가운데 16차례가 군사 분야 행사에서 포착됐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심리전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북한의 핵· 미사일 고도화가 본질인데, 그 본질을 가리기 위해서 무기 발사 때마다 등장하는 김주애에 모든 것이 프레임화를 설정하게 될 경우에는 오히려 심리전적 요소에 말리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본질은 이 김주애의 등장을 통해서 무엇을 노리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 등장하는 무대가 도대체 어딘지, 그리고 그것이 핵미사일 고도화에 어떤 사실상 본질을 흐리게 하는 심리전적인 요소가 있는 것인지 이런 것들을 조금 우리가 객관화시켜서 봐야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김주애가 '자녀 세대'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어버이 수령'으로서의 우상화를 완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자녀 세대를 대표하는 김주애를 통해서 '어버이 수령'이라는 김정은의 우상화가 완성되는 과정이 올해 나타났습니다. 노동신문의 내용도 보면, 자상한 어버이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자상하지만 강한 힘을 보여주려 하는데요. 뭘 목적으로 하는 것이냐 하면, 김주애를 상징으로 한 미래 세대의 자녀들을 돌보기 위한 것이다... 이게 다 '어버이 수령'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그런 과정입니다.

일각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체제 생존 차원의 절박한 문제임을 대내외에 부각시키며, 두 개의 전쟁에 관심이 쏠린 미국의 시선을 붙들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실제 외신은 김주애의 첫 등장에 큰 관심을 모으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슈보다 '김주애' 자체가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숨겨진 아들' 여부와 김여정도 변수


국정원이 지난 2017년 추정한 것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에게는 첫째와 셋째 아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의 실존 여부가 후계 구도에 큰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고영환|통일부 장관 특보
그 첫째 아이가 딸인지 (김주애인지) 아들인지 의견도 분분해요. 4대 세습은 강력하게 시사를 하는데, 진짜 후계자를 감추기 위한 건지 아니면 김정은의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서두르는 건지, 아니면 좀 더 부드러운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한 정치적 선전인지, 이 세 가지 가능성이 아직은 다 남아 있다고 봐요.

(중략) 김주애를 등장시킴으로써 4세대까지 김 씨 세습이 간다는 건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는데, 후계자가 너무 빨리 부상을 하면, 이른바 최고 존엄의 권위에 훼손이 가요. 김주애가 확실한 후계자인지 판단하는 건 아직 좀 시기상조인 것 같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 정치 문화 자체가 일종의 가부장적 문화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히 그냥 '남성이 우월하다' 이런 수준이 아니라 남성의 지배를 너무 당연시 받아들이는 사회예요. 항일 무장 투쟁이라는 군사주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갑자기 군 경험도 없고, 그것도 10살 정도 되는 아이가 일종의 후계자라고 등장한다는 건, 북한 정치 문화에서는 거의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중략) 만약 김주애가 후계자가 되고 또 결혼을 하게 되면, 그다음 후계자는 성씨가 김 씨가 아닌 사람이 될 수가 있겠죠. 그러면 적통의 개념이 사라지게 되는 거거든요. 대를 이어서 혁명 전통을 계승한다는 북한의 논리 자체를 뒤집어야 되는 상황이 되는 거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혜영 기자 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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