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란드와 동률! 황희찬, 살라 다음 '홈 경기 최다골' 2위...안방에서 벌써 6골→번리전도 결승골 '폭발'
[포포투=오종헌]
황희찬은 홈에서만 6골을 터뜨리며 엘링 홀란드와 같은 득점 기록을 보이고 있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홈 8골)의 뒤를 잇고 있다.
울버햄튼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15라운드에서 번리에 1-0으로 승리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울버햄튼은 리그 13위(승점18)에 위치하고 있다.
이날 울버햄튼은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전방에 파블로 사라비아, 마테우스 쿠냐, 황희찬이 포진했고 휴고 부에노, 주앙 고메스, 마리오 르미나, 넬송 세메두가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3백은 토티 고메스, 크레이그 도슨, 막스 킬먼이 짝을 이뤘고 댄 벤틀리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이에 맞선 번리는 4-4-2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제키 암도우니, 제이 로드리게스가 투톱으로 나섰고 루카 콜레오쇼, 조시 브라운힐, 산데르 베르게, 제이콥 라르센이 중원을 구성했다. 4백은 찰리 테일러, 흐잘마르 에크달, 다라 오셰이, 비티뉴가 호흡을 맞췄고 제임스 트래포드가 골문을 지켰다.
번리가 먼저 기회를 잡았다. 전반 18분 브라운힐이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앞에 있던 르미나에게 막혔다. 울버햄튼도 반격에 나섰다. 전반 25분 황희찬이 사라비아에게 공을 찔러줬다. 사라비아는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그대로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수비 맞고 굴절됐다. 높게 뜬 공은 골문으로 향했고, 이를 트래포드 골키퍼가 손을 뻗어 막아냈다.
계속해서 두 팀이 공방전을 이어갔다. 울버햄튼은 전반 27분 세메두가 우측에서 올린 크로스를 잡은 사라비아가 그대로 슈팅을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번리도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32분 암도우니가 페널티 박스 밖에서 중거리 슛을 날렸지만 벤틀리 골키퍼에게 막혔다. 이어진 라르센의 슈팅은 골대를 벗어났다.
울버햄튼에 위기가 찾아왔다. 전반 38분 높은 위치에서 압박을 시도하던 번리가 울버햄튼의 수비 지역에서 공을 끊어냈다. 곧바로 크로스가 올라옸고, 이를 로드리게스가 슈팅으로 연결했다. 벤틀리 골키퍼가 막아낸 공은 브라운힐에게 흘렀다. 브라운힐의 회심의 슈팅마저 벤틀리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실점 위기를 넘긴 울버햄튼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주인공은 황희찬이었다. 전반 42분 사라비아, 쿠냐를 거쳐 황희찬에게 공이 연결됐다. 황희찬은 수비수 사이로 침착하게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전은 황희찬의 리그 8호골에 힘업어 울버햄튼이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후반전에도 번리가 먼저 슈팅을 가져갔다. 후반 6분 비티뉴가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과감한 중거리 슛을 날렸다. 울버햄튼도 추가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후반 10분 프리킥 상황에서 르미나의 헤더 슛이 나왔지만 골대를 비껴갔다.
울버햄튼이 몰아쳤다. 후반 25분 사라비아가 프리킥 키커로 나서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는 황희찬의 헤더가 골대를 넘어갔다. 이후 양 팀은 교체를 통해 경기 분위기를 바꾸고자 했다. 결국 이들의 경기는 더 이상의 득점 없이 울버햄튼의 한 골 차 승리로 막을 내렸다.
최근 리그 2연패를 기록 중이던 울버햄튼은 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아직 리그 중하위권에 위치하고 있지만 7위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승점 8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남은 시즌 충분히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울버햄튼은 안방 강세를 원동력으로 삼을 예정이다. 현재 울버햄튼은 홈에서 리그 5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첫 두 경기는 모두 패했지만 이후 5경기에서 3승 2무를 성적을 거뒀다. 그 중 첫 경기가 맨체스터 시티전 2-1 승리였다. 반전을 이뤄낸 후에는 아스톤 빌라(1-1 무) 뉴캐슬 유나이티드(2-2 무), 토트넘 훗스퍼(2-1 승)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을 상대로 승점을 챙겼다. 그리고 이번에 번리까지 잡아냈다.
그 중심에는 황희찬이 있다. 황희찬은 리그 8호골이자 시즌 9번째 골을 신고했다. 특히 올 시즌 리그 8골 중에서 6골을 울버햄튼의 홈 경기장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만들었다. 황희찬은 리그 첫 골은 브라이튼전에서 나왔다. 리버풀과의 홈 경기에서도 골맛을 봤지만 두 경기는 모두 승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맨시티, 아스톤 빌라, 뉴캐슬 그리고 이번 번리와의 경기에서 계속해서 득점하고 있다.
울버햄튼 구단은 공식 SNS 채널을 통해 "황희찬은 올 시즌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6골을 기록 중이다"고 조명했다. 특히, 영국 '더 선'은 "황희찬은 홀란드와 함께 홈에서 6골을 넣었다. 오직 살라(8골)만 그들보다 안방에서 더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황희찬은 토트넘과의 홈 경기에서 유일하게 득점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황희찬은 2021-22시즌을 앞두고 RB라이프치히를 떠나 울버햄튼에 임대로 합류했다. 그는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시절부터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당시 홀란드(맨시티), 미나미노 타쿠미(AS모나코)과 함께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무대에서 기량을 입증했다.
이에 라이프치히가 관심을 드러냈다. 잘츠부르크와 라이프치히는 모두 '레드불' 기업이 인수한 팀이었기 때문에 선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었다. 황희찬은 라이프치히로 이적하며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증명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등 악재가 겹치며 주전 경쟁에서 애를 먹었다.
결국 황희찬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 팀이 바로 울버햄튼이었다. 곧바로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황희찬은 PL 데뷔전이었던 왓포드와의 경기에서 교체로 투입돼 데뷔골을 터뜨렸다. 시즌 도중 부상 변수가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완전 이적까지 이뤄졌다. 최종 기록은 리그 30경기(선발20, 교체10) 5골 1도움이었다.
지난 시즌 전반기에는 주춤했다. 이번에도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다행히 후반기 들어 반전의 기회가 생겼다. 당시 울버햄튼은 리그 최하위까지 추락하는 등 부진하고 있었고, 이에 브루노 라즈 감독이 경질됐다. 그를 대신해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선임됐다. 로페테기 감독은 후반기 들어 황희찬을 적극 기용했다. 그렇게 지난 시즌은 희망의 불씨 속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올 시즌 개막 직전 또다시 변수가 발생했다. 로페테기 감독이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놨다. 그 이유는 울버햄튼의 소극적인 이적시장 행보로 인한 구단과의 마찰 때문이었다. 당시 울버햄튼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때문에 재정적 페어플레이룰(FFP룰)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을 매각해 수익을 올려야 했다. 이 때문에 마테우스 누네스, 후벵 네베스, 주앙 무티뉴, 네이선 콜린스, 라울 히메네스, 아다마 트라오레 등 기존 자원들이 대거 떠났다.
이렇게 울버햄튼이 모은 돈은 총 1억 4,000만 파운드(약 2,262억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재정적으로는 도움이 됐지만 전력은 반파됐다. 정작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떠난 선수들의 빈 자리를 채울 보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미 지난 시즌 임대로 합류했었던 쿠냐 정도를 제외하면 즉시 전력감을 데려오지 못했다.
이에 로페테기 감독은 떠나기고 결정했다. 그리고 개리 오닐 감독이 개막 직전 급하게 선임됐다. 감독이 바뀌면서 황희찬은 다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했다. 초반에는 입지가 좁아진 모양새였다. 주로 교체로 뛰었다. 하지만 황희찬은 주어진 출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조금씩 새로운 사령탑의 신임을 얻었다.
황희찬의 시즌 1호골이 비교적 빠른 시간에 터진 점이 긍정적이었다. 리그 2라운드 만에 나왔다. 이후 꾸준하게 득점포를 가동했다. 9월 A매치 휴식기 직전 마지막 경기였던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온 뒤에는 리버풀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다시 10일 뒤에는 리그컵에서 시즌 4번째 득점을 신고했다.
이렇게 황희찬이 출전할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이자 오닐 감독은 서서히 황희찬을 기용하는 시간을 늘려갔다. 이런 상황에서 9월 말 맨시티를 만났다.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와 만난 울버햄튼은 후반 21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당시 울버햄튼은 전반 13분 만에 상대 자책골로 리드를 잡았다. 페드로 네투가 올린 크로스가 후벵 디아스를 맞고 골로 연결됐다. 이후 수비벽을 두텁게 세우며 맨시티의 공세를 막아냈다.
그러나 후반 13분 훌리안 알바레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알바레스는 프리킥 상황에서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울버햄튼이었다. 결승골 주인공은 황희찬이었다. 후반 21분 넬송 세메두가 우측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흐른 공을 황희찬이 쇄도하면서 슈팅했지만 수비에 막혔다. 이어 마테우스 쿠냐가 재차 황희찬에게 공을 내줬고 결국 득점으로 이어졌다. 울버햄튼의 짜릿한 2-1 승리였다.
해당 경기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의 에피소드가 화제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울버햄튼을 상대로 늘 힘든 경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울버햄튼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특히 네투, 쿠냐, 그리고 그 한국 선수(the Korean guy)는 뛰어난 수준을 가지고 있는 공격수들이다"고 말했다. 황희찬의 이름을 제대로 얘기하지 않아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 팬들은 "다른 선수들 이름은 제대로 말했으면 황희찬만 '코리안가이'라고 말한 거야?", "그럴거면 네투도 포트투갈 가이라고 해야지!", "황희찬이 꼭 이번 경기에서 골을 넣었으며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황희찬은 그런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으며 울버햄튼에 승리를 안겼다. 이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후 "울버햄튼은 정말 잘했다. 수비적으로 뛰어났다. 그리고 황희찬, 쿠냐, 네투 같은 공격수들도 전방에서 공을 지켜주고 슈팅을 만들고, 드리블을 통해 수비진을 뚫어내는 등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황희찬을 '황(Hwang)'이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울버햄튼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한 황희찬은 구단 역사의 한 페이지도 장식했다. 황희찬은 10월 말 울버햄튼과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유의미한 기록을 남겼다. 당시 황희찬은 리그 6호골을 성공시키며 자신의 단일 시즌 PL 통산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다. 또한 구단 사상 최초로 홈에서 6경기 연속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동시에 개막 후 초반 10경기에서 6골을 넣은 건 역시 50년 만에 처음이었다.
황희찬은 "울버햄튼 선수로서 이러한 기록을 세워 영광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골을 넣고 싶다. 내 골들은 팀워크에서 비롯됐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실제로 페널티킥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페널티킥을 내줬다. 그러나 동료들은 계속 믿음을 보냈고, 난 이에 부응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좋은 활약에 힘입어 축구 통계 매체 '트랜스퍼마크트' 기준 시장가치까지 상승했다. 현재 황희찬의 몸값은 1,800만 유로(약 255억 원)다. 새로 갱신되기 전까지 1,200만 유로(약 170억 원)였는데 600만 유로(약 85억 원) 상승했다. 황희찬은 잘츠부르크에서 뛰던 2018년 6월 처음으로 1,000만 유로(약 141억 원)를 돌파했다.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2022년 3월부터 6월까지 1,500만 유로(약 212억 원)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조금 떨어졌지만 지난 10월에 다시 올랐다.
황희찬은 번리전 골로 인해 리그 8호골을 기록, 득점 공동 4위까지 올라섰다. 1위는 잘츠부르크 시절 동료인 홀란드(맨시티, 14골)다. 그리고 모하메드 살라(10골, 리버풀)와 손흥민(9골, 토트넘)이 뒤를 잇고 있다. 그 다음이 황희찬이다. 올리 왓킨스, 제로드 보웬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제 황희찬이 속한 울버햄튼은 오는 10일 노팅엄 포레스트와 리그 16라운드를 치를 예정이다.
오종헌 기자 ojong12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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