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포비아 투성이' 다세대, 늘리는 게 답일까?

채신화 2023. 12. 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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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전세사기에 비아파트 외면 받지만
박상우 '주택공급 확대' 카드로 재등장
온기 되살릴 수 있을까…"관건은 금리"

'빌라 포비아, 오피스텔 포비아, 생숙(생활형 숙박시설) 포비아….'

비(非)아파트 시장은 포비아(phobia·공포증)로 가득합니다. 고금리에 대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 규제 등이 맞물리자 매수 심리가 확 꺾인 탓이죠.

그런데도 정부는 주택 공급 대책으로 자꾸만 비아파트 카드를 꺼냅니다. 아파트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신속히 공급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인데요. 과연 비아파트가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다시 볕 드는 날이 올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또' 비아파트 카드 꺼내는 이유

박상우 차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과거 오랫동안 갖고 있던 아파트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비아파트 중심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펴겠다는 방향성을 내비친 건데요. 이로써 박 후보자가 취임하게 되면 관련 내용이 골자였던 지난 9·26 대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는 지난 9월 비아파트의 건설 자금 지원 등을 골자로 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놨는데요.▷관련기사:민간 주택 공급, 공사비 분쟁 줄이고 인허가 앞당긴다(9월26일)

공급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단기 공급을 늘리기 위해 아파트가 아닌 비아파트 시장을 공략한 거죠. 아울러 비아파트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기도 하고요.  

비아파트 시장은 2020~2021년 아파트 시장이 불장일 때 '대체 상품'으로 덩달아 뛰다가 지난해 금리 인상, 집값 고점 인식 등이 맞물리면서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습니다. 

올해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자 아파트 시장은 다시 온기가 돌기 시작했지만 비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싸늘하죠. 비아파트가 대부분 임대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자리잡다보니 대출 금리 부담이 크게 작용한 탓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비아파트 공급 지표는 크게 쪼그라들었습니다. 국토교통부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전국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3만3422가구로 전년 동기(7만3407가구)로 54.5% 감소했고요.

2022·2023년 전국 아파트-비아파트 인허가·착공·준공 증감률 비교./그래픽=비즈워치

인허가는 3만9196가구로 전년 동기(8만451가구) 대비 51.3%, 준공은 5만4266가구로 전년 동기(7만4176가구) 보다 26.8% 각각 줄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9·26 대책을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비아파트 건설자금 등 1조6000억원 이상의 주택 건설 자금 지원에 나섰죠.

아직 효과는 미미해 보입니다. 국토교통부의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착공 물량은 전월 대비 43.3% 늘었지만 비아파트는 오히려 5.1% 감소했거든요.
비아파트 시장 볕 들까…"아직 아냐"

수치로만 보면 비아파트 시장의 공급 활성화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비아파트가 서민들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는 만큼 충분히 공급해서 가격 안정화를 시킬 필요도 있고요. 이런 맥락에서 차기 국토부 장관 후보자도 비아파트 중심의 주택 공급 확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겁니다. 정부 정책으로 공급량이 확대되도 그걸 받아줄 수요자가 없으면 오히려 역전세, 미분양 등의 부작용이 나올 수 있거든요. 

6일 기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만1787건으로 전년 동기(1만1164건) 대비 184.7% 증가했죠. 반면 오피스텔은 올해 7313건으로 전년 동기(1만3646건) 대비 46.4%, 다세대 및 연립은 1만9369건으로 전년 동기(2만8682건) 대비 32.5% 각각 감소했습니다.

특히 임대차시장에선 반감이 더 거셉니다. 지난해 말부터 '빌라왕' 사태 등 대규모 전세사기가 불거지면서 전세 시장이 급랭한 영향이죠. 

2022·2023년 서울 아파트·빌라·오피스텔 매매거래량 비교./그래픽=비즈워치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올해 1~11월 누적 기준 14만4140건으로 전년 동기(13만3089건) 대비 8.3% 늘었고요. 반면 다세대(빌라) 전세 거래량은 올해 6만3942건으로 전년 동기(8만2168건) 대비 22.2% 줄었습니다. 

이에 시장에선 공급 대책과 함께 수요를 활성화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주택임대사업자 등이 포함된 전국비아파트총연맹은 오피스텔 주택 수 제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주택가격 산정기준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 초 전세사기 예방책으로 도입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보험 가입한도 축소(공시가의 150%→126%) 조치와 공시가격 하락이 맞물리면서 나타날 '역전세'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죠. 

정부가 이런 요구까지 폭넓게 반영해 비아파트 활성화 정책 '버전2(?)'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입니다. 

한편으로는 마냥 공급을 늘리고 매수 문턱을 낮췄다가 지금의 전세사기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금리 등 거시 경제 흐름이 관건이라는 분석도 있고요.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아파트로 주택을 단기간에 공급하기엔 고려해야 할 과제가 많다 보니 빠르게 공급 부족을 대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 대책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비아파트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크고 전세사기 사태도 충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공급만이 해법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무엇보다 수익률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시장인 만큼 금리가 안정화된 후에나 시장이 온기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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