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인간의 새로운 정착지는 어떤 풍경의 모습일까?"

입력 2023. 12. 7. 09: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글 : 정승조 아나운서 블랙 유머와 위트. 작가 '장종완'하면 떠오르는 단어입니다. 작품에서 이를 마주하면 그 매력에 더욱 빠지게 되지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미디어 캔버스에서 본 그의 미디어 아트가 그랬고, 최근 아트홀릭에서 소개한 바 있는 대전시립미술관 2023세계유명미술특별전의 그의 전시작에서도 느끼셨을 겁니다. 유머와 위트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작품을 보는 이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는 것을요. 그런데 최근 필자가 찾아간 장종완 개인전 'GOLDILOCKS ZONE'은 더 강렬합니다. 기존과 달리 하나의 작업으로 완성된 신작들이 눈길을 끌고 있고, 어쩌면 인간의 새로운 정착지의 풍경일지도 모르는 그의 최초 추상작은 관람객들의 포토 스팟으로도 인기입니다.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미술 애호가와 MZ세대가 주목하는 작가 '장종완'을 만나 그의 개인전 'GOLDILOCKS ZONE'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 아트홀릭 독자들께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장종완 작가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고 2009년 졸업 이후 서울을 기반으로 현재까지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블랙 유머나 초현실적인 이미지에 관심이 많고 살면서 마주하는 부조리나 모순, 불안을 작업을 통해 희극적으로 번역하고자 합니다.

마운틴 메로나(Mt.Melona) / 리넨에 아크릴릭 과슈(Acrylic gouache on linen), 227.5x364.3cm, 2023

▮ 그간 다양한 작업 활동을 해 오셨고 특히 자연의 이미지를 활용하셨어요. 이를 통해 초현실적인 풍경과 상황을 작품 속에 녹여내고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자라온 환경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제가 살던 곳은 아름다운 자연과 거대한 공장이 초현실적으로 아슬아슬하게 공존하는 도시였고 서울에 올라오기 전까지 늘 산과 바다에서 캠핑을 하고 뛰어놀았습니다.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도시에 정착한 후 끝없이 어린 시절에 마주했던 산과 바다 그리워하며 자연의 이미지를 그리게 된 것 같습니다. ▮ 최근 전시 'GOLDILOCKS ZONE'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습니다. 전시명(名)이 'GOLDILOCKS ZONE'인데, 왜 GOLDILOCKS ZONE일까요. '골디락스'라는 용어는 영국의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나오는 금발 머리 소녀의 이름에서 유래 되었습니다.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무르지도 않고, 뜨겁지도 춥지도 않는 가장 적당한 곳을 가리켜 ‘골디락스 존’이라고 부르고요. 주식 지수나 물가가 적당히 살만한 상태를 가리키는 경제 용어이자 생명체들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을 지니는 우주 공간의 범위를 뜻하는 천문학 용어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저는 초기작부터 이상향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오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그 범위를 우주로까지 확장하게 되었는데 ‘골디락스 존’이라는 용어가 가진 두 가지 의미와 잘 맞아떨어져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설치 전경 / 골디락스 존, 파운드리 서울, 2023

▮ 전시에선 30여 점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어요. 특징이라면 뭘까요. 이번 전시는 여러 매체를 혼용하며 아기자기한 크기의 작품이 주를 이루던 지난 개인전과는 다르게 오로지 '회화'라는 단일 매체에 집중하고 또 작품 사이즈를 키우는 것에 신경을 쓴 전시입니다. 층이 나눠진 전시장 특성을 고려해 층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고 전시작 중에 가장 큰 작품인 ‘베리 밀키웨이’는 처음으로 제 나름의 추상을 시도하기도 한 그림입니다. ▮ 방금 말씀하신 '베리 밀키웨이(2023)'는 전시장 메인 벽에 걸린 작품으로 시선을 끕니다. 여섯 폭의 대형 작품으로 이루어진 압도적인 크기도 인상적이고요.

베리 밀키웨이( Berry Milky Way) / 리넨에 아크릴릭 과슈(Acrylic gouache on linen), 390x780cm, 2023

이번 전시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잡아주고 또 전체 작품의 맵(지도)이라는 생각으로 그리게 되었습니다. 여러 시점과 계절이 뒤섞인 기하학적인 논과 밭의 이미지를 통해 시공간이 뒤섞인 우주의 풍경을 은유하고자 했고요. 새로운 정착지의 풍경을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인셉션에서 도시의 시점이 수직으로 세워지는 장면이나 SF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우주 콜로니의 풍경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 '베리 밀키웨이'의 메시지는 뭔가요. 작업 과정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도 궁금하고요. 그림 가운데 그려진 라즈베리는 원래 최초 구상에는 없었습니다. 뭔가 그림에 포인트가 필요했고 우주에 관해 리서치를 하던 중 우주 은하 중심에서 특정 화학물질로 인해 라즈베리 향이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마지막에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통해 우주 속 새로운 정착지의 풍경을 함께 상상해 보셨으면 합니다.

설치 전경 / 골디락스 존, 파운드리 서울, 2023

▮ 개인적으로 '야망의 전설'(2023)이란 작품도 흥미로웠습니다. 사자와 호랑이가 포도 한송이를 바라보며 앉아있고, 이들 뒤의 설산에는 사자의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 건가요. 전 세계 곳곳에 극우적인 스트롱맨들이 지도자가 되는 현상을 보며 구상한 그림입니다. 크고 작게 끝없이 반복되는 역사를 삼대 사자의 배치를 통해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자 했고 포도와의 엉뚱한 결합을 통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야망의 전설(The Legend of Ambition) / 리넨에 아크릴릭 과슈(Acrylic gouache on linen), 97x145.6cm, 2023

▮ 수달, 서양란 얼굴, 작은 요정, 양, 귀 등 다양한 작품 속 모티브는 작가께서 좋아하는 것인가요? 상징하는 바가 있나요? 그림에 여러 요소들이 있는데 모두가 치열하게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영화배우의 에드리브처럼 순간의 이끌림에 의해 '수달' 같은 동물을 집어넣기도 합니다. 반면에 '서양란 얼굴' 같은 경우는 수요에 맞게 끝없이 개량되는 난꽃과 전 지구적 재난 상황과 AI의 발달로 인해 변화되어 갈 인간의 모습을 겹쳐 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작은 요정'들도 모두 난꽃의 형태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며 '베리'는 앞서 말씀드렸지만 우주에 관한 리서치를 하는 도중 은하계 중심에 특정 화학물질로 인해 라즈베리 향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이번 개인전 컨셉과 잘 맞는 부분이 있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리는 대상은 정확한 제 의도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이것과 상관없이 관객분들이 자유롭게 오독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설치 전경 / 골디락스 존, 파운드리 서울, 2023

▮ 신작 30여 점 가운데 각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을까요. 주로 시리즈의 첫 작업과 끝 작업을 좋아합니다. 이번 작품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마지막에 그린 '에일리언'이라는 그림입니다. 전시 준비 막바지가 되면 쓸데없는 힘이 빠지게 되면서 뭔가 편안하게 툭 내어놓는 듯한 느낌으로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이 그런 케이스입니다.

에일리언(Alien) / 장지에 아크릴릭 과슈(Acrylic gouache on Korean paper), 50 x 42.5cm, 2023

▮ 작가 장종완이 추구하는 예술가로서의 목표 궁금하네요. 예술가로서 세상을 바꾸거나 아름답게 해야 한다는 식의 힘이 잔뜩 들어간 비장함은 많이 없는 편입니다. 작가는 그저 여러 다양한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좋은 루틴을 가지고 기나긴 창작의 여정을 완주하고 싶습니다. ▮ 다음 전시는 어떤 작품을 선보일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이번에 큰 회화를 많이 해서 그런지 다음 전시는 왠지 아기자기한 작품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이번 개인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전시를 시도해 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작가 장종완(JONGWAN JANG)

▮ 전시 'GOLDILOCKS ZONE'이 아트홀릭 독자들께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 더불어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전시 컨셉이나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일단은 편안하게 즐기시고 자유롭게 오독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의미와 해석이 생겨나면 저로서는 큰 영광일 것 같고요. 좀 더 많은 분이 문화 예술을 어려워 말고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 장종완 개인전 'GOLDILOCKS ZONE' 장소 : 파운드리 서울(~2023.12.23) / 관람료 : 무료 / 휴관일 : 월요일과 일요일 ▶ 작가 소개 1983년 부산 출신으로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고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다양한 미디어로 수집한 자연의 이미지를 의인화하고 초현실적인 풍경과 상황을 만들어 작업한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미의 기준과 사회의 통념을 비틀고, 사회의 부조리와 불안을 희극적으로 은유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아라리오 뮤지엄(2020), 아라리오 갤러리(2017), 금호미술관(2015)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울산시립미술관(2022), 일민미술관(2021),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2019), 덴마크 코펜하겐 니콜라이 쿤스트홀(2019),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18), 중국 선전 독립 애니메이션 비엔날레(2014), 아르코 미술관(201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사진 제공 : © 파운드리 서울 Courtesy of the Artist and FOUNDRY SEOUL Photo by 이윤균 / 노경)

정승조 아나운서 /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CJB청주방송, TBN충북교통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Copyright© CJB청주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