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카톡 선물 쿠폰'에 울고 싶은 자영업자들
평소 고마웠던 분들에게 연말 선물로 무엇을 많이 생각하시나요? 직접 물건을 사서 선물하자니 전달하기 번거롭고 상대방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이런저런 고민 끝에 대부분 선택하는 게 바로 모바일 상품권입니다. 선물하기도 받기도 부담 없고 쉬워서 인기가 많습니다. 특히 모바일 상품권 중에서 폭풍 성장하고 있는 게 '카카오톡 선물하기 쿠폰'인데, 이미 스타벅스 커피라든가 치킨을 주문할 때 한 번쯤은 써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카톡 선물 쿠폰을 꺼려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가맹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입니다. 왜냐하면 카톡 쿠폰을 받고 커피나 치킨, 햄버거를 팔면 남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한 손님이 와서 5천 원짜리 아이스라떼를 주문하고 카톡 쿠폰을 내밉니다. 이 A점주는 분명 커피 5천 원어치를 팔았지만, 10% 쿠폰 수수료를 뗀 4천500원만 정산돼 통장으로 들어옵니다. 일반적인 신용카드 수수료가 0.5~1.5%대인 걸 감안하면, 중간에 떼이는 수수료가 최소 10배 이상 됩니다. 국내 커피 브랜드 가맹점들의 평균 이익률이 10% 수준인 걸 감안하면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 전국 가맹점주들이 각 브랜드별로 이 쿠폰 수수료가 얼마나 되는지 자체 조사를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점주들이 최종 부담하는 수수료율이 5~11%로 다양했습니다. 이디야가 5%, 맘스터치와 본죽은 6%, SPC계열 브랜드는 6.5% 정도로 그나마 저렴한 편이었고, 뚜레쥬르와 컴포즈는 10%, 반올림피자는 11%로 두 자릿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높은 수수료는 가맹점의 영업 이익률을 떨어뜨리고 자영업자들을 힘 빠지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대체 이 많은 수수료는 누가 가져가는 걸까요?
카톡 선물하기 쿠폰의 발행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맹본사가 쿠폰 대행사를 통해 쿠폰을 만들고, 이를 카카오톡 플랫폼에서 판매합니다. 이런 구조만 놓고 보면 점주들에게서 떼어가는 5~11%의 높은 수수료에는 ①가맹본사 ②쿠폰 대행사 ③카카오톡 플랫폼, 셋이 관여하는 셈입니다. 이 셋이 수수료와 관련해 어떤 식의 계약을 맺고 있는지는 전혀 알려진 바 없습니다. 이 수수료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 도마에까지 올랐지만, 셋 다 모두 영업비밀이라며 밝히길 거부했습니다.
가맹본사들은 거대 플랫폼 상대로 '을'일 뿐이어서 자기들도 높은 수수료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부 브랜드는 가맹점주들의 고통 분담에 동참하겠다며 수수료 분담을 점주 측과 반반씩 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본사가 처음부터 수수료 분담에 나섰던 건 아니었고, 점주들이 항의해서 개선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점주한테 수수료를 100% 떠넘기는 브랜드들도 적지 않습니다.
쿠폰 발행 플랫폼을 운영하는 카카오 측도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자신들은 소액의 수수료만 가져갈 뿐, 나머지 수수료 부분은 쿠폰 발행사와 가맹 브랜드 본사 간 계약사항이라 알 수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챙기는 소액의 수수료가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가맹점주들의 요구 사항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쿠폰 수수료의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겁니다. 플랫폼마다 쿠폰 수수료 책정 기준이 다른 데다가, 이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제공되지 않고 있어 가맹점들은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둘째, 정산 주기를 단축해 달라는 겁니다. 현재 쿠폰으로 판 대금의 정산 주기는 15일에서 45일까지로 길다 보니 가맹점주들은 가게 운영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카톡 쿠폰 수수료가 그렇게 비싸면 점주들이 안 받으면 되는 거 아니냐,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카톡 쿠폰으로 커피, 치킨 사 먹는 소비자들이 많아져서 거부할 수도 없습니다. 젊은 소비자가 많은 대학가 가맹점들은 쿠폰 이용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에 달하는 곳도 있습니다. 카카오톡 플랫폼이 국내 모바일 상품권 시장의 74%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모바일 상품권 거래액은 2018년 2조 1천억 원에서 작년 7조 3천여 억 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먼저, 카톡 쿠폰을 비롯한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의 적정 기준을 마련하고, 각 플랫폼이 이를 투명하게 제공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또한, 가맹점주들이 각 가맹본사와 수수료의 합리적인 분담 방식을 사전 협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가맹점주들이 빠른 정산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시급합니다. 이러한 개선들이 이뤄져야 가맹점을 운영하는 자영업들 어깨가 한결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임태우 기자 eigh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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