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소음 vs 숭고하고 초월적… 혹평·찬사 오간 ‘피아노 정점’[이 남자의 클래식]
슈만에 헌정한 유일한 소나타
전통적 3악장 아닌 단악장으로
고도의 테크닉·실험성 담아내
쉼없는 연주로 스타일 극대화
1811년 헝가리의 외딴 시골 마을 라이딩(Riding)에서 태어나 19세기 음악인 낭만주의 음악 시대를 그야말로 통째로 뒤흔들었던 인물이 있다. 바로 프란츠 리스트(1811∼1886)다. 185㎝ 장신의 키와 큰 손이란 압도적인 피지컬과 함께 환상적인 피아노 테크닉을 발판삼아 화려하고 기교적인 피아니즘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리스트는 지금까지도 ‘피아노의 신’ ‘피아노의 파가니니’란 별칭으로 칭송받으며 전 음악사에 걸쳐 가장 위대한 비르투오소, 명연주자로 손꼽힌다.
파가니니가 바이올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테크닉을 연주해냈듯 리스트는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는 모든 테크닉을 보여줬다. 화성을 펼치듯이 연주하는 분산화음이나 손가락이 닿을 수 없는 음정의 도약, 옥타브를 연속해 빠른 속도로 연주하는 현란한 테크닉들은 모두 리스트에 의해 창안, 연주됐다. 그는 피아노 한 대만으로 오케스트라에 맞먹는 피아니즘을 가능케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하지만 36살이 되던 해인 1847년, 엘리자베트그라트의 연주회를 끝으로 리스트는 무대에서 돌연 은퇴한다. 이유인즉 연주자 개인으로서의 업적이 아닌 후대에 물려줄 피아노 작품들을 남기는 데 전력을 다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리스트는 화려한 기교를 뽐내기 위한 에튀드(연습곡)나 형식이나 내용 면에 있어 비교적 자유로운 랩소디(광시곡)를 많이 작곡했다. 그보다 좀 더 양식을 갖춰야 하는 장르인 피아노 소나타는 단 한 곡만을 남겼다. 리스트의 유일한 소나타이다. 작곡 당시엔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리스트는 이 작품을 슈만에게 헌정했는데, 슈만의 부인 클라라는 비난에 가까운 혹평을 했다. “단순히 정신없는 소음에 불과하다. 단 하나의 음악적 아이디어도 없으며 화성 진행도 엉망이다.” 심지어 브람스는 이 곡을 듣다가 졸았다고 전해진다.
소나타는 1854년 출판됐고, 1857년 1월 27일 베를린에서 한스 폰 뷜로에 의해 초연됐다. 당대의 평론가인 에두아르트 한슬리크는 “누구든지 그것을 듣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독일의 대작곡가인 바그너는 이 작품을 두고 “모든 개념을 뛰어넘는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숭고하기까지한 초월적 작품”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상반된 평가이긴 하지만 이러한 극렬한 반응은 이 작품이 얼마나 독창적인 예술성과 강렬한 인상을 내포하고 있는지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연 이 작품은 20세기 초반에 이르러서는 리스트의 레퍼토리의 정점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까지 연주자들과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소나타는 30분 정도 길이로 쉼 없이 연주되는 단악장 형식으로 펼쳐진다. 보통의 소나타에서 제1 주제와 제2 주제가 등장하며 악상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과는 달리 이 작품에선 여러 주제가 등장하며 감정의 대조와 발전을 보여준다. 거기에 빠른 화음 연주나 복잡한 손가락 배치들을 활용하며 피아니스트가 구사할 수 있는 고도의 테크닉을 더해 작곡했다. 피아노 소나타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방식의 3악장이 아닌 단악장이라는 매우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형식을 취함으로써 그의 피아노 연주 기술과 작곡 스타일 모두를 극대화한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고도의 테크닉과 함께 3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쉼 없이 연주해야 하는 곡이기 때문에 현대의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들에게도 상당히 도전적인 곡이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b단조
1853년 완성되어 로베르트 슈만에게 헌정됐다. 작품의 출판은 그 이듬해인 1854년에 이뤄졌으며 초연은 그보다 3년 뒤인 1857년 1월 27일 독일 베를린에서 한스 폰 뷜로에 의해 공연됐다. 리스트의 작품 중 굉장히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낭만주의 시기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피아노 소나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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