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정치 염증” 의원직 사퇴 매카시 전 의장…역대급 의원 줄사퇴 [특파원 리포트]

김양순 입력 2023. 12. 7. 08:50 수정 2023. 12. 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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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습니다.미국의 내년도 예산안을 민주당과 손잡고 처리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속한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의장직에서 탄핵된 지 석달 만입니다. 17년 간의 공화당 하원 의원으로서의 삶은 결국 하원의장에서 축출된 최초의 의장이라는 오명의 역사 속에서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매카시 의원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치러야 했던 비용이나 확률에 상관없이 우리는 옳은 일을 했습니다."
"요즘 워싱턴에서는 유행이 지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미국 국민을 위해 성과를 낸 겁니다"


당시 매카시 전 의장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아 정부가 일시적 업무 정지에 이르는 사태를 막기 위해 여러 중재안을 도출했지만,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에 의해 번번히 가로막혔고, 결국 상대편인 민주당을 설득해 셧다운을 막았습니다.

민주, 공화 양 당에서 의견이 엇갈리던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과 미 남부 국경지대 강화 예산은 제껴두고, 당장 미국 정부가 굴러가는 데 필요한 예산들부터 처리하자는 중재안에 공화당 온건파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했고, 결국 미국 정부는 셧다운이라는 파국을 막을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결과는 가혹하고 신속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의 선봉장이자 공화당 강경파의 지도부인 멧 게이츠 의원은 곧바로 매카시 당시 의장에 대한 탄핵안을 상정했고, 이는 가결됐습니다. 양극화된 정치, 자신의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극단의 정치가 고스란히 투영됐습니다. 염증을 느끼는 건 국민들 뿐이 아닙니다.

■미 의회 의원들 역대급 줄사퇴..."의회 역기능에 혐오감 느껴"

매카시 의원의 사퇴는 최근 이어진 미 하원의원들의 역대급 줄사퇴에 정점을 찍고 있습니다. 내년에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현직 의원이 30명이 넘습니다. 일부는 다른 공직에 출마하고, 일부는 아예 의회를 떠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하원에서만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이 36명, 상원에서는 17명이라고 집계했습니다. 역대급입니다.

의회를 떠나겠다고 밝힌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든 이유는 민주주의에 있어 의회가 역작용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매카시 하원의장의 축출을 대표적으로 꼽았습니다.

"의회의 기능이 마비됐다." "의회가 민주주의에 역기능을 하고 있다."

미 하원 공화당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근소한 표 차로 과반을 선점했지만, 다수당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갑니다. 하원의장을 선출하는 데만 몇 주 동안이나 내부 총질을 했고(이 과정에서 매카시 의원은 당선을 위해 강경파에게 자신의 목을 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자충수를 둡니다), 그렇게 자신들이 뽑은 하원의장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트럼프 이후 극심해진 극단의 정치... 공화당 의원 좌절감 커

"지금의 워싱턴 DC는 망가졌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에 있어 핵심인 의회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역기능을 하고 있다는 좌절감은 공화당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콜로라도주의 켄 벅 의원과 애리조나주 데비 레스코, 텍사스의 케이 그레인지 의원이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모두 공화당의 강력한 텃밭으로, 출마만 하면 당선이 보장되는 곳들입니다.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사태를 조사하기 위한 미 하원 특위

그러나 이들 모두 공화당에 대한 불만, 특히 국민들과의 단절에 대한 좌절감을 호소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르짖은"도둑맞은 선거",즉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것에 대해 공화당이 암묵적으로 동의를 보내고 있고, 이어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한 것에 대해 당 차원의 비판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내분, 교착 지긋지긋"...장외에서 이바지하겠다

이달 말 의회를 떠나겠다고 발표한 매카시 전 의장은 "정치를 그만둔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업에서는 떠나지만 선출직에 출마할 미국 최고의 인재들을 계속 영입하겠다고 했습니다.

불출마, 혹은 사퇴를 선언한 다른 의원들도 비슷합니다.
지금과 같은 당내 내분과 양당 간의 교착 상태, 또 미디어의 이목을 끌기 위한 경쟁을 하지 않고 민주주의에,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을 선택하겠다는 겁니다.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발명했지만, 트럼프 이전과 트럼프 이후로 현격히 갈리는 미국 현대 정치..
국민이 의회에 염증을 느끼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일에 염증을 느끼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한국과 미국이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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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순 기자 (ysoo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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