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 가족 찰나의 순간, 앵글에 담는 사진가

용인/구아모 기자 2023. 12. 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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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0대 사진’에 뽑힌 류정훈씨, 새벽에 달려가 새끼 탄생 장면 담아
에버랜드 동물들을 촬영해온 류정훈 사진가의 아이바오와 쌍둥이 판다 자매 사진이 2023년 타임 '올해의 사진 100 작품'에 선정됐다. 1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 야외 방사장 앞에 선 류씨는 “푸바오가 어디 있던 간에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모습과 특유의 귀여움을 간직하길 바란다”고 했다./고운호 기자

지난 7월 7일 새벽 4시 40분. 집에서 잠을 자던 에버랜드 사진가 류정훈(52)씨는 에버랜드로부터 긴급 연락을 받았다. 새끼 출산이 임박했던 판다 아이바오의 양수가 터졌다는 내용이었다. 류씨가 20분쯤 뒤 에버랜드에 도착했을 땐 아이바오가 새끼 판다 한 마리를 출산한 상태였다고 한다. 1시간 40분쯤을 더 기다리자 다시 한번 양수가 터지고 두 번째 판다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국내 최초 판다 쌍둥이 자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류씨는 카메라 셔터를 눌러 쌍둥이 판다 자매 탄생의 순간을 담았다. 그렇게 촬영된 사진은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2023년 올해의 100대 사진(TIME’s Top 100 Photos of 2023)’에 선정됐다.

에버랜드의 쌍둥이 아기 판다 탄생 장면이 미국 타임지가 뽑은 올해의 100대 사진에 선정됐다. 에버랜드는 지난 7월 7일 새벽 엄마 판다 아이바오가 쌍둥이 루이바오·후이바오를 출산한 직후 촬영된 사진이 타임지가 뽑은 '2023년 올해의 100대 사진(TIME's Top 100 Photos of 2023)'에 국내 사진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고 30일 밝혔다. 사진은 타임지 올해 100대 사진에 선정된 쌍둥이 아기판다 탄생 장면. /에버랜드

지난 1일 에버랜드 판다 월드에서 만난 류씨는 야생동물 촬영을 ‘오랜 기다림 속 찰나의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류씨는 “야생동물이 자신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도록 조용하게 다가가 사진가를 인지시키고, 내가 해를 입히거나 방해가 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인지시킬 만큼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류씨는 홍학이 알을 낳는 장면을 찍을 때 경계를 풀기 위해 온종일 번식실에 앉아서 기다린 적도 있다고 했다. 류씨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지만 특히 출산의 순간에 매번 경이로움을 느낀다”며 “야생동물들이 배운 적도 없는데, 어린 새끼들을 출산 직후 품어주는 모습에 감동을 느낀다”고 했다.

2005년 류정훈 사진가가 촬영한 사진. 홍학이 번식하는 순간을 찍기 위해 류씨는 온종일을 번식장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에버랜드

외국 학술지에 오른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 총 18마리의 새끼를 낳아 세계 최다산(多産) 기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장다리’와 ‘장순이’ 부부의 여러 모습도 류씨가 사진으로 담았다. 류씨는 “몇 초 안 되는 순간이지만 동물들이 뚫어져라 나를 응시하기도 한다”며 “나한테 말을 거는 거 같은 눈빛인데, 곁을 내어준다는 느낌을 받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은 경험이 특별하다”고 했다.

2009년 에버랜드에서 오랑우탄 '복란'이 자신의 새끼를 자랑하는 듯 다가왔을 때 류정훈씨가 촬영한 사진./에버랜드

곧 중국에 반환될 판다 푸바오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그는 “푸바오와 함께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히 더 사진을 잘 찍고 싶다”고 했다. 류씨는 최근 출간된 책 ‘전지적 푸바오 시점’에 나오는 푸바오의 사진을 찍었다. 그는 “야생동물의 꾸밈없고 순한 눈빛을 볼 때 저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며 “남들이 보면 부러워할 만한 일을 하는데, 좀 더 사진을 잘 찍어서 사진을 보는 분들께 기쁨을 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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