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황소’는 무섭다… 15경기 만에 8골

김민기 기자 2023. 12.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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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번리전서 결승골 ‘영웅’

황희찬(27)은 2021년 8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프턴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이후 두 시즌 동안 57경기 출장에 8골 2도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런데 이번 시즌(2023-2024)은 환골탈태(換骨奪胎). 15경기 만에 8골 2도움을 기록했다.

다 비켜! - 황희찬이 6일 영국 울버햄프턴에서 번리와 벌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홈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리그 8호골로 득점 4위에 오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AFP 연합뉴스

6일 영국 울버햄프턴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번리와 벌인 리그 15라운드 홈경기에 황희찬은 선발 출전, 전반 42분 선제골을 넣었다. 이게 리그 8호골이었다. 이 골은 이날 결승골. 울버햄프턴은 1대0으로 승리했다. EPL 사무국 선정 경기 최우수 선수(MOM·Man Of the Match)는 당연히 황희찬. 83.5%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울버햄프턴(5승3무7패·승점 18)은 리그 12위를 달리고 있다. 황희찬은 팀 득점(20골)의 40%를 혼자 책임지고 있다. 이미 2도움도 기록하고 있던 터라 리그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리그 전 경기(38라운드)에서 20골 이상도 가능하다. 리그 득점 순위는 4위. 14골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 10골 무함마드 살라흐(31·리버풀), 9골 손흥민(31·토트넘) 다음이다. 공격 포인트 10개는 6위에 해당한다.

황희찬이 이렇게 맹활약하리라 본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 그는 연이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전했고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잦았다. 일찍 교체된 뒤 자책하면서 주먹으로 벤치를 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여러모로 다르다. 이제 “울버햄프턴의 새 영웅”(텔레그래프)이자 팀 공격 숨통을 틔우는 해결사 역할도 맡고 있다.

그 비결 중 하나는 정교해진 슈팅력에 있다. 올 시즌 황희찬은 25개 슈팅을 시도해 8골을 뽑아냈다. 성공률이 32%. 홀란(25%), 살라흐(25%), 손흥민(26%)보다 앞선다. 득점 순위 상위 20명 중 성공률은 2위. 2021-2022시즌 19%(슈팅 27개에 5골), 2022-2023시즌 17%(슈팅 18개에 3골)와 비교하면 정확도가 크게 올랐다.

황희찬은 이를 위해 팀 훈련 외 개인 훈련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슈팅력을 연마했다. 2014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계약한 황희찬은 유럽 각 구단에 임대 선수로 떠돌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지도자들은 그에게 빼어난 스피드와 달리 골 결정력이 아쉽다고 지적했고, 마무리 능력을 다듬을 것을 요구했다. 성실함이 무기였던 그는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평 없이 계속 연습을 거듭한 결과, 지금 성과로 연결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올 시즌은 지속적으로 그를 괴롭혔던 햄스트링 문제도 불거지지 않고 있다. 게리 오닐(40·잉글랜드) 울버햄프턴 감독은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선수”라면서 그를 치켜세웠다. 부상 없는 황희찬은 유럽 최고 리그에서도 공포의 대상이 돼가고 있다.

태극기 담요 덮은 커플 - 6일 울버햄프턴 홈구장 앞에서 응원을 준비하는 팬들의 모습. /로이터 뉴스1

연이어 골을 터뜨려 팀 공격 중추로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레 동료들 신뢰가 쌓인다는 점도 선순환의 고리다. ‘황희찬에게 주면 골이 나온다’는 심리적 기대는 앞으로 그가 더 많은 골을 기록할 수 있게 만드는 기반이다. 이날 골 장면에서도 울버햄프턴 선수들은 일사불란했다. 마리오 레미나(30·가봉)가 압박으로 상대 실수를 유도, 공은 페널티 박스 왼쪽으로 흘렀고 파블로 사라비아(31·스페인)와 마테우스 쿠냐(24·브라질)를 거쳐 오른쪽 황희찬에게 전달됐다. 올 시즌 황희찬과 호흡이 좋은 쿠냐가 황희찬에게 공간이 생긴 걸 보고 공을 연결했다. 이걸 황희찬이 침착하게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올 시즌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을 바탕으로 대부분 슈팅을 골문 근처에서 정확하게 때려 넣어 ‘페널티 박스의 포식자’로 불리던 모습 그대로였다.

황희찬은 특히 홈에서 강하다. 8골 중 6골을 홈 경기에서 집중했다. 울버햄프턴이 장기 재계약을 추진 중인 것도 당연하다. 손흥민과 황희찬,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 공격 듀오로 꼽힐 만한 이 둘은 내년 1월 아시안컵에 출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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