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쓸어모은다… 사람도 아닌 유튜버의 정체

박지민 기자 2023. 12.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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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버튜버’ 시장
메타버스·VR 한풀 꺾였지만… ‘버튜버’엔 돈 몰린다

블록체인 기반 벤처캐피털(VC)인 해시드는 최근 일본 ‘버추얼 유튜버’ 플랫폼 이즈모를 만든 어나더볼에 시드 투자를 했다. 2022년 5월 설립된 이 업체는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버추얼 유튜버 ‘아일리스’를 만들었고, 현재 전 세계의 버추얼 유튜버들이 소통하고 콘텐츠를 수익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껏 어나더볼이 모은 투자금은 1480만달러(약 193억원)다. 해시드 관계자는 “애니메이션과 창작자 경제의 교차점에 있는 버추얼 유튜버 시장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했다.

메타버스, 가상 현실(VR) 등의 유행은 한풀 꺾였지만, 그 과정에서 등장한 고도화된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시장은 개화하고 있다. 버추얼 유튜버는 사람의 행동과 표정을 대신 표현해 주는 캐릭터를 통해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을 뜻한다. 방송을 위해선 특수 장비가 필요하다. 일본에서 시작된 버튜버는 지금껏 소수 마니아만 좋아하는 ‘하위문화’로 분류됐지만, 인공지능(AI) 등 신기술과 접목되며 인기가 커졌다. 이 시장엔 돈이 몰리고 버튜버를 관리해 주는 회사나 플랫폼까지 생겨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작년 2조8000억원 수준이던 글로벌 버튜버 시장 규모는 2030년 17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그래픽=박상훈

◇日선 증시 상장, 구글은 업체 인수도

버추얼 유튜버라는 개념은 2016년 일본에서 ‘키즈나 아이’가 인기를 끌면서 정착했다. 모션 캡처 기기나 웹캠,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이렇게 인식한 얼굴을 미리 제작된 아바타가 대신 나타내는 식이다. 애니메이션풍의 2D 캐릭터와 3D 캐릭터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버튜버들은 유튜브와 트위치,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고, 광고·후원·구독 등과 함께 상품(굿즈) 판매와 외부 활동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버튜버도 있고, 기획사에 소속된 버튜버도 있다.

버튜버는 최근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AI를 통해 더욱 자연스럽게 사람과 아바타를 결합하고 다양한 액세서리 등을 삽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12월 데뷔한 영국 버튜버 ‘뉴로사마’는 100% AI로 만들어졌다. 채팅창에 글이 올라오면 언어 모델을 통해 대답을 생성하고, 이를 TTS(Text to Speech) 기술을 통해 음성으로 내보낸다. VR(가상 현실), AR(증강 현실)을 통해 버튜버가 실시간으로 3D 콘서트를 하는 기술도 이미 상용화됐다.

이런 인기를 타고 관련 기업들은 폭발 성장 중이다. 지난 3월 일본의 버튜버 그룹 ‘홀로라이브’를 운영하는 ‘커버’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공모가가 750엔이었는데, 상장 첫날 장중 1206엔까지 60% 가량 급상승했다. 이 업체는 올 4~6월 매출 51억4200만엔(약 460억원), 영업이익 8억9500만엔을 거뒀다. 작년 6월 일본 증시에 상장한 버튜버 업체 애니컬러도 1분기 영업이익 40억엔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냈다. 구글도 작년 8월 AI 아바타 스타트업 ‘알터’를 1억달러에 인수하며 이 시장에 진출했다. 알터는 AI를 통해 사람과 의류, 액세서리 등의 아바타를 만들고 이를 게임이나 앱에 삽입할 수 있게 하는 ‘페이스모지’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테크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구글이 인수를 통해 콘텐츠를 노리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네이버, 스타트업도 진출

국내 업체들도 버튜버 시장에 뛰어들었다.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는 지난 7월 3D 아바타에 더해 2D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아바타를 선보였다. 작년 1월 출시한 실시간 방송 플랫폼 ‘제페토 라이브’ 서비스와 합쳐 버튜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누구든 제페토를 통해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버튜버가 될 수 있다”며 “일본 후지티비와 함께 버추얼 보이그룹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등 버튜버 시장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넷마블의 버추얼 휴먼 리나도 2D로 변해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서 생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관련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도 늘고 있다. 지난 8월 중순에는 버튜버 기획사 ‘미츄’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스콘’이 10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유치했고, 10월에는 버튜버 테크 스타트업인 오버더핸드가 투자금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버튜버가 단순한 취미 생활이나 ‘오타쿠’ 문화를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버추얼 유튜버

사람의 행동과 표정을 대신 표현해주는 캐릭터를 통해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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