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110] AI 기술이 낳은 ‘디지털 부활’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입력 2023. 12.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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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놀랄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비틀스(Beatles)’가 신곡 ‘나우 앤 덴(Now And Then)’으로 영국 공식 차트에서 1위를 했다는 것이다. 1963년 5월 비틀스가 ‘프롬 미 투 유(From Me to You)’로 데뷔 후 처음 1위를 하였으니, 그때부터 60 년 만에 다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나우 앤 덴’은 1980년에 사망한 존 레넌이 그 몇 년 전 피아노 반주에 노래한 미완성곡이었다. 그의 아내 오노 요코가 비틀스 구성원들에게 곡이 담긴 데모 테이프를 넘겼으나 1995년 당시에는 기술적 한계로 발매하지 못했다. 그 후 2021년 피터 잭슨이 감독한 다큐멘터리 ‘비틀스: 겟 백(The Beatles: Get Back)’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존의 목소리를 뽑아낼 수 있었다. 그 결과 30대 존 레넌의 목소리, 2001년에 사망한 조지 해리슨이 생전에 녹음한 기타 연주, 80대에 접어든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의 목소리와 연주가 시공간을 초월해 어우러지면서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작고한 가수의 목소리와 모습을 재현하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 이미 사망한 김광석이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부른다든지 김현식이 사후에 박진영의 ‘너의 뒤에서’를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그러한 예다. 인공지능 기술에 페이스 에디팅과 홀로그램 기술을 융합하여 혼성 그룹 ‘거북이’ 리더 임성훈의 목소리와 모습을 복원하기도 했다.

대중의 반응은 엇갈린다. 그 가수의 지인과 팬들은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데에 감동한다. 아쉬움으로 가수를 그리워하던 사람들에게는 그와 재회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된다. 한편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한 ‘디지털 부활’을 경계하기도 한다. 영국의 음악 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는 휘트니 휴스턴이나 마리아 칼라스 등의 홀로그램 투어에 대해 “죽은 뒤에도 시장 지배력을 이어가고 신인 예술가들의 기회를 억누르는 불공정 경쟁”이라며 ‘유령 노예(ghost slavery)’에 빗대어 비판한다. 또한 고인이 된 스타가 이러한 무대에 동의했을지, 그의 유산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내려는 상업적 책략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결국 디지털 부활은 누구에겐 추억을 불러왔지만, 누구에겐 우려로 다가온 것이다.

디지털 부활은 인공지능이 낳은 아름다운 기적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우리 염려와 상관없이 이 분야는 계속 발전할 것이다. 그러므로 더 늦기 전에 이와 관련한 법과 윤리를 이야기해야 한다. “때때로 돌아와 있어 주고(Now And Then)” 싶은지 “그대로 두라(Let it Be)” 할지 고인은 말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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