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성터·이삼평 도예지 돌며… 한일 역사 다시 배우다
“교과서에서만 봤던 곳을 두 눈으로 확인하니 학생들에게 한일 관계 역사를 더 깊이 있게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달 29일 일본 나라현 다카마쓰 고분을 찾아 무덤들을 둘러보던 서울 가주초등학교 김용근(49) 교사가 “획일적 입시 제도 탓에 국내 교육과정에서 역사는 ‘암기 과목’으로 치부돼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1972년 발굴된 이 고분은 고구려 문화의 흔적이 남아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유적지다.
김 교사를 포함해 전국 일선 초·중·고교에서 꿈나무들을 가르치는 교사 197명이 참가한 제45회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이 조선일보 주최, 신한은행·포스코·㈜GS·GS건설 후원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오사카·교토 일대에서 진행됐다. 코로나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손승철 강원대 사학과 명예교수와 엄기표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가 현장 해설을 맡았다.
교사들은 한반도에서 일본을 오갈 때 출입국 관리 역할을 한 후쿠오카 다자이후, 조선통신사 숙소였던 시모노세키 아카마신궁,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권력을 상징하던 오사카성 등 15곳을 답사하며 세 교수에게서 생생한 현장 강의를 들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의 전진 기지로 활용한 사가 나고야 성터에서 손승철 교수는 “일본의 침략으로 조선인 약 200만명이 죽거나 다치고 일본에 끌려왔는데 그때 조선 인구가 불과 1200만명이었다”며 “이른바 ‘반일 정서’가 처음 피어난 장소”라고 했다. 그랬던 이 박물관 1층에 지금은 한국인 직원이 일하는 ‘사가현 한일교류센터’ 사무실이 있다.
답사단은 규슈 사가현에 있는 이삼평(李參平) 도예지도 찾았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온 충남 공주 출신 도공 이삼평이 1617년 일본 최초의 백자를 만들어냈고, 그의 직계 자손들은 이곳에서 현재까지 도자기를 굽고 있다. 답사단을 맞은 14대 이삼평(61)은 “우리 마을은 초대 이삼평 덕에 부흥할 수 있었다”며 “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한일 관계를 한국에서 온 선생님들도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교편을 내려놓고 학생의 입장으로 돌아간 교사들은 “책이나 영상 자료만으로 익히기 어려운 한일 관계의 역사를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생생한 현장 수업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남 완도 금당중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황규태(46) 교사는 야요이 시대(기원전 3세기~기원후 3세기) 사람들의 생활 흔적을 담은 사가현 요시노가리 유적을 둘러보고 “일본인들이 썼던 청동검이 한국 청동기 시대의 것과 매우 닮았다”며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들이 일본 국가 발전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사 교육은 갈등 부분이 주로 부각되는데, 양국이 우호 관계로도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료들로 학생들에게 새 시각을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전남 곡성 옥과고에서 동아시아사를 가르치는 김도원(26) 교사는 “이번 답사를 통해 일본에 처음 왔다”며 “우리 삼국 시대에 해당하는 일본 야마토 시대 내용이 국내 교과서에 부족해 아쉬웠는데, 궁금증이 해소됐다”고 했다.
엄기표 교수는 “보통 ‘아는 만큼 보인다’지만 역사 교육은 ‘본 만큼 안다’고 바꿔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육자가 직접 보고 들으며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손승철 교수는 “역사 교육은 유적과 유물이란 ‘점’들이 모여 여러 ‘선’을 긋고, 이 선들이 모여 만들어진 ‘면’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며 “이번 탐방에 참여한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한일 역사의 다방면을 알게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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