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해외 취업에 날개… 대학들 ‘공학교육인증’ 활성화해야”
국제 표준 부합하는 교육 프로그램… 미-일-중 등 세계 23개 나라 공유
인증 없으면 해외서 불이익 겪기도
제도 자율성 강화-절차 간소화… 국가기술자격증과 연계 필요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 2018년 이런 질문이 들어왔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직장을 구하거나 옮길 때, 학회 가입 시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 졸업 여부를 확인한다. 어떤 대학의 학과(프로그램)가 공학교육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해당 교육과정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니 졸업생은 전 세계 어디서든 전문직 엔지니어로 활동할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이 기술자는 졸업 대학이 당시 공학교육인증을 안 받았던 탓에 이직 지원 자격을 가질 수 없었다. 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전 한양대 총장)은 이 사례를 소개하며 “많은 대학이 공학교육인증 받는 것을 번거롭다고 생각하는데, 고등교육기관이라면 학생들이 세계 무대에서 날 수 있도록 당연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증 대학 나오면 취업-해외 활동에 유리
―교육부 등록 사단법인인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최초로 3연임 중이다. 공학교육인증 제도는 무엇인가.
“대다수 선진국에서 엔지니어도 의사, 변호사, 건축사, 간호사 등처럼 전문 자격 제도를 운영하며 이를 위해 체계적인 훈련을 거치도록 한다. 또 전문직 자격이 국제적으로 상호 동등하게 인정되도록 협정을 맺는다. 국제엔지니어링연합(IEA)은 ‘워싱턴어코드’라는 공학교육인증 협약을 운영하는데 4년제 공학 교육의 질을 보증하며 국제적 동등성을 인정한다. 워싱턴어코드는 우리나라 외에 미국, 일본, 중국, 캐나다, 영국 등 23개국이 정회원으로 가입돼 있는데 전 세계 영토의 70% 이상이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인증받은 프로그램의 졸업생은 워싱턴어코드 회원국에서 일할 때 해당국의 전문직 엔지니어(기술사 자격) 취득에 필요한 학력 요건을 해당국 인증제 졸업생과 동등하게 인정받게 된다. 현재 국내 73개 대학의 366개 프로그램이 인증을 운영하고 있다.”
―많은 대학이 ‘공학교육인증을 받지 않아도 졸업생들이 취업하는 데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도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한다. 이들 대학에서 졸업생이 취업 못 할까 봐 공학교육인증을 받겠나. 일단 자국에서 전문직 엔지니어로 일하기 위해 기술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기본 조건이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을 졸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사가 될 수 없거나 별도의 추가 시험을 거쳐야 한다. 또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을 졸업한 학생이 글로벌 환경에서도 전문직 엔지니어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 이수 여부가 해외와 국내에서 어떻게 장점이 되는가.
“국내 대기업 직원이 미국에서 근무하며 기술사를 준비하는데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 이수자만 신청할 수 있다며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 증빙서류를 요구한 적이 있다. 호주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 이수 확인서가 없어 정직원 전환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그룹, 현대중공업그룹, LG전자 등 290개 기업이 한국공학교육인증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공학교육인증 졸업생을 우대한다. 삼성전자는 채용 공고문에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인증한 공학교육 프로그램 이수자’를 우대한다고 명시한다. LG전자는 입사 지원서에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 이수 여부를 체크하게 돼 있다. 국내 기업에 취업한 뒤에도 해외 발주 사업공고 제안요청서에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 이수자만 엔지니어로 인정한다고 명시된 경우도 많다.”
● 대학 자율성 늘리는 방향으로 변화
―유학생 유치 측면에서도 공학교육인증이 중요하다던데….
“말레이시아는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으면 관련 기업에 취업하기 어렵다. 또 국비 유학생은 공학교육인증 대학에만 입학해야 한다. 즉, 공학교육인증을 받지 않은 한국 대학은 말레이시아 유학생을 유치할 수 없다. 워싱턴어코드 회원국 중 한국과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인도, 싱가포르 등으로 구성된 ‘아시아 인증기구 협의체’는 회원국 간 유학생 및 교환학생 교류와 학점 인정을 강화하자고 논의 중이다. 정부에서 최근 외국인 유학생을 30만 명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대학에 유학생이 늘어날 것이다.”
―이번에 바뀐 공학교육인증 제도를 설명해 달라.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변화시켰다. 지금까지는 수학, 과학, 컴퓨터 과목을 반드시 30학점 이수하도록 했는데, 이제 IEA에서 제시한 졸업생 역량(GA)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과목을 운영할 수 있다. 최근 대학이 학과 간 경계를 허물면서 무전공, 융합전공 등 다양한 교육과정이 생기는 것을 수용하기 위해서다. 또 더 많은 대학이 공학교육인증의 최고 판정(NGR)을 받아 인증 유효기간을 6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인증 프로그램이 종료된 뒤 재진입하는 절차도 간소화했다.”
● 전문성 인증할 디지털 배지도 발급 계획
―공학교육인증 제도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외국처럼 국가기술 자격 제도에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술사 시험 자격 요건으로 두거나 1차 시험을 면제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현재 한국장학재단이 국가우수장학금 대상자를 선발할 때 대학별 선발 인원의 15%를 공학교육인증 운영 학과 학생을 선발하도록 권고하는데 이 비율을 확대하는 것도 협의 중이다.”
―산업계 수요에 부합하는 인력 양성을 위해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를 운영하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내년부터 ‘디지털 배지’도 발급한다던데….
“대학이 정부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전문 분야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소단위 교육과정을 많이 운영하고 있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이러한 교육과정의 전문성을 인증해주는 디지털 배지를 발급할 계획이다. 디지털 배지가 활성화되면 어떤 사람이 수강한 교육과정의 내용, 실험 주제 등을 기업에서 확인할 수 있어 기업이 재교육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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