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플라자] 정부의 홍보 광고, 왜 이렇게 ‘올드’한가요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2023. 12.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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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정부 기획 광고란 것이 부끄럽다.” 유튜브 광고로 자주 등장한 한미 동맹 70주년 홍보 영상의 댓글 내용이다. 영상 메시지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니었다. 광고물 수준이 낮음을 지적한 것이었다. 최다 추천을 받은 ‘영상이 오글거리고 짜쳐서(수준이 낮아서) 이게 정부 클라스인가 너무 쪽팔려요’라는 댓글 내용처럼 말이다.

젊은 세대를 겨냥했기에 랩과 현란한 힙합 춤으로 광고를 구성했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 연예를 전공한 20대 여성은 ‘수준이 낮아 정부 공식 영상인지 의심했다’고 했다. 또래 남성은 ‘듣기 너무 거북하니 제발 꺼달라’고까지 했다. ‘5년 동안 본 광고 중 최악’ ‘어쭙잖게 힙합으로 MZ한 척하지만 영상미나 가사가 너무 올드하다’ 등 인터넷 댓글의 악평과 현실 평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적어도 2030 대상 집단의 마음을 얻는 데서는 처참히 실패한 듯하다. ‘이런 걸 내가 낸 세금으로 만들었다는 데 자괴감을 느낀다’는 평도 있었다.

이렇게 질 낮은 광고가 나온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때 정부 관료제의 뒤떨어진 의사 결정 구조의 비중이 대단히 큰,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관료 조직에는 전문가가 없다. 이는 정부 서비스의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되지 못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광고도 의사 결정에 참여한 담당자 중 마케팅, 방송 연예, 카피라이터 관련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 전문적 능력을 갖춘 사람을 채용하는 경로도 없고, 보직 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전문성이 쌓이지도 못한다. 그러다 보니 업무를 위탁받은 민간의 역량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위탁받은 민간 기업이 어디인지에 따라 정부 서비스 품질이 좌우되는 구조인 것이다.

관료 조직의 전문성 부족은 광고 영역에만 한정된 문제도 아니다. 정부 24 전산망 마비 건을 생각해보자. 정부 전산망이 작동하는 원리를 제대로 이해한 공무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리고 그 공무원의 직급은 어떻게 될까? 민간에서는 IT 전문가가 주요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고위 공무원 중 제대로 된 IT 전문가는 전무하다. 핵심 IT 업무조차 관료 조직은 직접 수행할 능력이 없다. 민간 위탁을 통한 외주가 보편화되었고, 그 외주에 대한 통제조차 힘들어한다. 이번 정부 전산망 마비가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실무 공무원들의 판단이 정부 업무에 반영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한미 동맹 홍보 영상물을 보고 2030 세대 관점에서 문제라 생각한 공무원이 과연 없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그 의견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수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30 세대와 동떨어진 몇몇이 그들 시각에서 보기 좋은 결과를 하향식으로 지시하는 구조가 관료 조직의 여전한 의사 결정 방식이다.

70년 사이 한국은 세계 최빈국 수준에서 선진국으로 급변했다. 민간은 그 변화에 발맞추어 인적 자원 관리 방식과 업무 처리 방식을 혁신해 나갔다. 행정은 그러지 못했다. 90년대 행정의 작동 방식과 30년이 지난 오늘날 행정 작동 방식에 근본적 변화가 있었나. 순환 보직으로 업무를 배정하는 방식이나,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하는 방식 등 병폐적 구조에는 아무 변화도 없어 보인다.

저출산과 고령화 여파로 우리 사회가 직면할 문제는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공공 부문 업무 처리 방식으로는 한미 동맹 홍보 영상이나 전산망 마비와 같은 질 낮은 행정 서비스가 반복될 뿐이다. 공공 부문의 경쟁력 확보를 통한 정부 업무 품질 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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